달맞이꽃
임경미
서글픈 이들이 쪼그려 앉은 밤
시들어가는 그들 곁에 다가가
조용히 어깨를 감싸주는
포근한 꽃
밤이 깊으면 꽃 이파리 더욱 펼쳐
용기 주다가
동녘이 밝아오면 꽃잎 접어
서글픔도 사그라진다 위로하는 꽃
그러나, 때로는
아침이 와도 피어 있는 꽃
아직도 아파하는 그들을 위해
뜨거운 땡볕 마다치 않고
함께 버티어 주는 꽃
착한 꽃
따뜻한 꽃
엄마 닮아 강인한 꽃
계단을 오르다 보면
임경미
한 평의 공간,
계단에도 쉼이 있다.
오르고 오르다 숨이 찰 때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쪽잠 같은 쉼터,
잠시 숨을 고르고
오르다 보면
또다시 나타나는
배려의 공간,
휴식의 공간,
오르는 자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공평한 공간,
계단을 오르다보면
희망이 보인다.
엄마와 꽃
임경미
햇빛이 화안하게 내려앉은 뜨락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많은 꽃들이 철 따라 쉬임없이 피어납니다.
엄마가 없어 찾아 나서면,
엄마는 언제나 꽃밭에 있습니다.
“얘들아, 이 물 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라.”
엄마는 한 꽃 한 꽃 잎사귀를 어루만지며 물을 먹여줍니다.
꽃들은 신이 나서 옹옹옹옹 목을 축입니다.
“얘들아, 이 햇빛 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라.”
엄마는 한 꽃 한 꽃 그늘이 없게 빛을 향해 돌려줍니다.
꽃들은 신이 나서 쭉쭉쭉쭉 기지개를 켭니다.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엄마는 대문을 활짝 열고 바람을 들여옵니다.
“얘들아, 이 바람 먹고 잘 자라라.”
엄마는 한 꽃 한 꽃 순서를 정하여 바람을 쐬어 줍니다.
꽃들은 신이 나서 흔들흔들 흥이 납니다.
햇빛이 화안하게 내려앉은 뜨락에는
엄마를 좋아하는 많은 꽃들이 오늘도 쉬임없이 피어납니다.
학교 가는 길 1
임경미
역에서 내려
학교로 걸어가다
감나무 한 그루 보았습니다.
시멘트에 쫓겨난
한 줌 땅에서
열매를 익혀가는 감나무 한 그루
보았습니다.
“버텨내고 있었구나.”
대견한 마음에
아침 길이 가벼워집니다.
예전에는 철 따라 꽃이 피어
학교 가는 길이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계절이 온데간데없습니다.
보이는 것은 온통 시멘트뿐입니다.
한 집 한 집 마당이 헐려가고
아파트와 빌라만이 즐비합니다.
학교 가는 길엔 그저
일찍 도착해야 하는 맹목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감나무를 보았습니다.
지나간 십여 년을 한꺼번에 몰고 온
그, 감나무를 보았습니다.
조각난 땅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감나무에게
“끝까지 지켜 줘.”
소원하며 왔습니다.
학교 가는 길 5
임경미
역에서 내려 주택가로 들어서면
언제나 당당한 구멍가게 하나
과자도 있고 과일도 있고 과산화수소도 있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상 가게
도로가 파헤쳐 넓어지고
주택이 헐려 아파트 늘어가도
싱싱하게 좌판 벌이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작은 가게 하나.
어느 날, 소음 진동하더니
구멍가게 정면으로 대형할인점 세워지고
개업세일로 사람들 북적북적 모여들 때
유리창 너머 흔들리는 늙은 부부의 눈시울을 보았다.
수십 년을 한결같이
이웃들을 키워내고
가족을 키워내며
이제는 쉬엄쉬엄 세월을 낚을 때쯤,
건장한 대형할인점 앞에 한없이 쭈그러지는
낡은 구멍가게 하나.
버텨주기를
있어주기를
매주 매주 기도하던 어느 날,
낡은 구멍가게 자취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이름도 묘한 부동산만이
새로운 간판을 걸고 자라나고 있었다.
첫댓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의 시로 세상을 밝혀 주세요^^
감사합니다^^ 마음을 울리는 진정성 있는 시로 화답하겠습니다.
교수님 이 시가 너무 좋습니다. 고향에서 보던 달맞이꽃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오네요^^
금란아! 고마워! 달맞이꽃 피는 계절에 우리 그리운 고향차 마시자^^
수업 시간에도 항상 열심인 네 모습 칭찬해주고 싶구나. 언제나 파이팅!!!
한결같은 따뜻하고 포근한 마음 담아봅니다!!
시 는 모르지만 저에게는 찡 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십니다. 피곤하실텐데 내색하지 않고 열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이팅!!!
지처있는저를 보는늦낌이기도하고.
다시금 힘를주는 한구절 한구절.
하지만 지치고 고통받고.
하는게 제 일상의 세월속에서.행복은.
힘들때 참행복을.찾을수 있는거.
같습니다. 임경미교수님.
감사합니다.
수업시간에 늘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후배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또한 부족한 이의 시가 힘이 된다고 하시니, 그 역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힘내시고, 파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