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가 어그러져 애를 먹고 있다며 영준이 아버지가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엉금엉금 교회까지 찾아 왔다.
오면서도 몇번이나 넘어졌는지 바지가랭이와 팔꿈치에는 진흙이 잔뜩 뭍은 채...
읍내에서 고쳐달라고 하니 5만원이나 달란단다.
그래서 목사님이 잠깐 손좀 봐 달라는 것이다.
부부가 모두 장애를 갖고 있다보니 불안감에서일까... 돈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
물론 사람들 모두 같은 모습이지만 몸이 성하면 몸으로 떼우며 절약 할 수도 있을텐데 작은 일에서 큰 일까지 모두 돈으로 해결 해야 하고 또한, 이러한 현실에 처한 이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 보다 어리석게 취급하며 바가지를 씌우는 사람들까지 있으니 더욱 더 가진 돈에 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영준네의 현실이 더욱 애절하게만 보인다.
영준네가 시각, 청각, 정신장애 등 복합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서 그럴까? 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아직 이 사회가 어떤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딱히 삶에 포근함을 갖고 안주 할 수 있는 복지환경이 준비되어 있지 못함이 생존에 대한 일념에 봉착되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생 가치관을 갖게 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어쨌거나 문고리를 고쳐주고 보니 전등도, 잘 맞지 않는 문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새는 것도 모두 손을 봐 주고 돌아 왔다.
이웃으로 그냥 정을 나누며 살 일인데, 마무리하고 나오는 뒤끝에 "히히... 오. 늘. 시... 십. 만원은... 벌었네..." 하며 어눌한 말투로 자기 계산을 하며 히쭉이 웃는 미소 속에 미워할 수없는 순박함과 행복감이 엿보이기에 그나마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 나오며 "외상이야.. 외상. 주일날 빼먹지 말고 잘 나와야 돼..."하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