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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ng Breeze
written by. 유댕이 (www.huha.ba.ro)
01
우리 엄마는 그랬다. 나는 정이 가지 않는 아이였다고. 엄마 뱃속에서 8개월 만에 튀어나온 죄 아닌 죄도 있었고, 유난히도 엄마 아닌 사람에게 잘 웃어주었다고 했다. 힘들게 낳은 만큼의 보상이 없어서 엄마는 저걸 내가 키워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래도 살겠다고 밥은 잘 먹어서 이때껏 키워놨다고도 했다. 하여튼 나는 아주 기본적인 애정 없이 자란 아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타입에 속했다. 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원했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가 아닌 이상 그 어떤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 부모 이상으로 사랑을 주는 사람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내가 ‘집착’ 을 한다고 하며 떠나갔다. 집착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받지 못한 사랑을 받으려고 했을 뿐이었다.
엄마는 유일하게 내가 1등을 하거나 상을 받아오면 기쁜 표정을 지었다. 어릴 때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 손길이 좋아서 공부를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따뜻했던 그런 손길들을 잊으려고 공부한다. 공부를 할 때는 내가 언제나 애정이 모자르다는 것도,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잊게 되니까. 나는 번번이 실패한 애정 쟁탈전에서 다시는 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나 스스로 나를 가장 옭아매던 사랑이라는 것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나는 유약하고, 어리고, 진심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였다. 누군가가 손을 내밀면, 기꺼이 그 손을 잡을 준비는 언제나 되어있었다.
집에서고 학교에서고 나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겉으로는 모든 걸 잘 해내고 있었다. 특히 공부 같은 면에서는 나를 터치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시험 전 날 소화제 열 알을 먹으면서 1등자리를 지켰다. 공부를 잘 하니 친구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왕따는 아니었다. 그들은 내가 없으면 안됐으니까. 나는 대충 어떤 무리에 끼어있었고, 모든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통 그것은 대학 입시나 시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악몽을 꾸거나 차가운 집과 혼자 대면해야 할 때, 시험 보기 전에 얼마나 괴로운지,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1등자리가 아니라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손길이라는 것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이 나의 깊은 곳에 있는 얘기를 들으면 어떻게 나를 대할지 잘 알고 있었다. 나를 바보취급하며 멀리하겠지. 고작 그런 것에 아직도 목을 매느냐고. 나는 처음부터 없었다. 나와 같이 밥을 먹어줄 사람도.
엄마의 재혼 얘기는 전에 얼핏 들었던 것도 같았다. 엄마의 재혼 얘기는 이제는 별로 나에게 큰 관심을 일으키지 못했다. 엄마는 여러 남자를 만났고, 또 그들 중 다수와 결혼 약속을 했었으니까. 그러나 엄마는 매번 쓴 물을 마셔야 했다. 남자들은 보통 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을 바꾸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한 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집을 나가려고도 했었다. 그러나 애정을 주는 방법은 모르지만 혈육을 놓치고 싶어 하지는 않았던 엄마였다. 그래도 나는 엄마가 유일하게 결혼해서 낳았던 아이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헤어지나 했다. 하지만 엄마는 집에 청첩장을 한보따리 싸 들고 들어왔다.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남자를 내 아버지로 인정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그러나 완전히 나빠진 것은 아니었다. 엄마가 보여준 사진 속 남자는 아주 자상해보였고, 당장 아빠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풍채였다. 사랑에 깊게 빠진 엄마는 그저 그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생각하고 있겠지만, 나는 그가 내 아빠가 됨으로써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뀌게 될 지를 생각했다. 다행히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두 분 모두 재혼이라 작은 호텔의 홀을 빌려 조촐하게 치르기로 했다는 결혼식은 말로만 조촐했지 내가 보기에는 심하게 화려했다. 엄마도 혼자 벌어먹고 사는 여자로 치기엔 부자인 쪽에 속했지만, 그는 더 한 듯싶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그대로 두고, 우리가 짐만 싸 들고 새 아빠의 집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결혼식 일주일 전에 전해 들었다.
「말 안 했니? 그이도 딸이 있는데.」
학교는 어뜩하냐는 말에 엄마는 당연히 전학 이야기를 꺼냈다. 완전히 못 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통학하기가 불편할 거라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딸과 같은 학교로 가게 될 것 같다고. 갑작스러운 형제 이야기에 나는 불안하기도 하면서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적어도 가족이라면 나의 이 외로움을 조금은 덜어줄 것 같았으니까. 게다가 같은 학교라면 금상첨화였다. 나는 한 번도 형제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어떤 형제가 생기던 간에 잘 해줄 자신이 있었으니까. 동생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엄마의 청첩장을 마저 붙이며 빙그레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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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로 아침부터 밤까지 바쁘던 엄마가 학교 앞에 찾아왔다는 얘기는 담임에게서 전해 들었다. 빠진 적이 없던 야자를 처음으로 빠지게 되었다. 담임은 요령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가 학교 앞에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일 놀란 것은 다름 아닌 나였으니까. 나는 서둘러 가방을 챙겨 교문으로 나갔다. 엄마는 조수석 창문을 열고 나에게 손짓했다. 엄마의 차가 아니었다. 나는 직감으로 운전석에 타고 있을 사람이 새 아빠라는 것을 알아챘다. 언젠가는 만날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만나게 될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어서 어깨에 멘 가방끈을 더 세게 쥐고 뒷좌석 문을 열었다.
「네가 태연이니?」
「……네. 안녕하세요.」
최대한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서 밝게 인사한다고는 했지만 어색함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차에서는 시원하고, 좋은 향기가 났다. 엄마의 취향이다. 수험생이고? 그가 확인차 질문했다. 나는 네, 하고 대답했다. 그 뒤로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가 이야기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혼수나 나의 학교 얘기를 했다. 새 아빠는 엄마에게 제일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 하셨다. 엄마는 소란스러운 결혼을 반기지 않으면서도 한편에서는 그 날 하루만큼은 제일 행복한 여자가 되고 싶어 했다.
「미영이는요?」
「그리로 온다고 했어요. 녀석두 참, 데리러 간다니까.」
나는 뒷좌석에 앉아서 방금 언급된 ‘미영’ 이라는 아이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이름만으로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나는 나의 또래일 여고생을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었다. 키는 좀 작을 것 같다. 예쁠까, 귀여울까. 귀여운 아이였으면 좋겠다. 새 아빠를 닮았다면 웃는 게 매력적일 텐데.
차는 근사한 식당 앞에 가서 멈춰 섰다. 엄마와 나는 먼저 내렸다. 그는 주차를 하기 위해 차를 가지고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나와 엄마는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가며 미리 예약한 자리로 갔다. 전망이 좋은 창가 자리였다. 프러포즈나 기념일을 축하하기 좋을 분위기가 좋은 곳이었다. 나와 엄마는 한 쪽에 앉았다. 곧 그가 들어왔다. 걸어오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키가 훤칠하고 40대 초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젊어보일지도 모른다. 그는 제일 먼저 나를 신경 썼다. 나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나에게 더 급한 것은 식사가 아니라 나의 형제가 될 ‘미영’ 이라는 아이었기 때문이다.
「몇 살이에요?」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이렇게 질문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모르는 것이 있어도 굳이 묻는 편이 아니었다. 공부 면에서는 몰라도 알 때까지 풀어보는 편이었고, 인간관계에서는 나 혼자 끙끙 앓는 편이었다. 내 질문에 엄마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궁금하게 했다는 것이 미안한 얼굴이었다.
「동갑이란다. 열아홉.」
나는 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간간히 소소한 대화들이 오가고, 그가 시계를 보더니 웨이터를 불러 음식을 시켰다. 가격이 꽤 나갈 것 같은 코스요리였다. 그러나 그가 입고 있는 슈트나 차고 있는 시계 등만 보아도 이런 식사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기로 했다. 요리가 준비되는 동안 그는 여러 차례 자리를 비웠다. 보기에도 그렇지만 역시나 높은 직위에 있는지 5분에 한 번꼴로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그런 것에 대해 나와 엄마에게 굉장히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전화통화를 하고 돌아와서 밥 먹는 동안에는 전화가 오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사과했다. 나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까지 일을 하는 아빠라니. 그런 건 엄마 하나로도 족했다.
「아빠!」
막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었다. 식당의 입구에서부터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들어오는 교복차림의 여자아이가 지독한 근시인 내 눈에 잡혔다. 셔츠에 조끼, 마이까지 챙겨 입은 나와는 달리 목에 맨 넥타이는 헐렁했고 교복 셔츠 안에는 폴라티를 받쳐 입고 있다. 회색 교복치마는 무릎 위까지 예쁘게 줄여져 있었다. 점점 가까이 오는 그녀를 보며 나는 그 아이가 ‘미영’ 임을 알았다. 갈색이 도는 머리는 의외로 단정하게 목 언저리에 그쳐있었다.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오자마자 새아빠의 목을 끌어안았던 그녀는 우리 엄마에게도 가볍게 안겼다. 보고 싶었어요―. 그녀의 애교에 엄마가 밝게 웃었다.
「인사해라, 미영아. 말 했었지? 태연이.」
「아! 얘가 걔에요?」
새아빠의 소개에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강아지 같은 눈망울이다. 뛰어왔는지 두 뺨은 핑크빛이고. 원래 웃는 상인지 눈에는 즐거움이 담겨있다. 그녀는 아버지의 옆자리에 앉으며 오른쪽 손을 들어 흔들었다. ‘안녕?’ 나를 보고도 전혀 놀라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나 굳어있는데.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맞인사 같은 건 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얼굴로 앞에 놓인 음식들을 둘러보는 그녀다. 엄마, 이거 드셔보셨어요? 그러면서 우리 엄마에게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알 수 없는 생선을 먹여준다.
「태연아, 너도 먹어야지.」
「……네.」
엄마가 뒤늦게 나를 챙겼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포크를 쥐었다. 앞에 놓인 음식들은 하나같이 빛깔이 곱고 향도 좋았다. 그러나 나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엄두를 내지도 못했다. 그 때, 내 접시에 스테이크가 놓여졌다. 고개를 들어보자 웃고 있는 강아지가 있다. 빤히 쳐다보는 나에게 웃어주었다.
「이거 맛있어.」
나는 울 뻔했다. 그렇지만 울음을 꾹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많이 하고, 얼른 친해지고 싶었지만 내 성격이 원래 이런걸. 나는 서툴게 칼질을 했다. 그녀가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서투른 칼질이나마 멈출 수 없었다. 나는 기대를 주면 그것에 부응하는 인간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오롯이 관심을 준다면, 나는 그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고마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 시라도 빨리 친해지고 싶었다. 어쩌면 이 아이가 나에게 부모 이상의 사랑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건 무리겠지. 나와 이 아이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가 또 생긋 웃었다. 그래, 시작이 이 정도라면 그걸로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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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새 아빠의 결혼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왔지만 정작 엄마를 축하해줄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나는 그게 속상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얼굴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차마 결혼식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시고 가셨다. 우리 쪽에는 엄마의 회사 사람들과 친구들이 전부였다. 그에 비해 새 아빠 쪽에는 인파가 넘쳐났다. 커다란 화환 다섯 개가 홀 앞에 세워졌고, 새 아빠에게 직접 축하의 인사를 건네기 위한 사람들이 줄을 섰다. 나는 약간 시무룩해진 얼굴로 신부 대기실을 찾았다. 엄마는 아름다웠다. 젊었고, 기품이 넘쳤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엄마에게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나는 문 앞에서 서성였다. 전에도 조금씩 느끼고 있긴 했다만, 오늘 엄마는 우리 엄마가 아닌 것만 같았다.
「뭐해? 사진 찍자!」
「응?」
어깨를 툭 치는 손길에 돌아보니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미영이가 보였다. 손에 든 카메라를 보여주며 내 손목을 잡고 엄마의 곁으로 이끈다. 나는 얼떨결에 엄마의 팔짱을 꼈다. 찍는다―하나, 둘―! 나는 카메라를 든 미영이를 보며 웃었다. 내가 사진을 찍은 뒤에는, 미영이가 엄마의 팔짱을 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아까 미영이가 서 있던 곳으로 가서 섰다.
「응, 그거. 빨간 거. 그거 누르면 돼.」
손짓을 해가며 설명하더니 내가 제대로 된 버튼을 찾자 엄마의 옆에 딱 달라붙어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하나, 둘, 셋. 나는 사진을 찍었다. 처음 찍은 것 치고는 잘 찍은 편이었다. 미영이는 메이크업을 맡아 해주시던 언니에게 카메라를 넘겼다. 그녀는 엄마를 가운데에 두고 팔짱을 끼자고 했다. 나는 미영이와 반대쪽에 앉아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최대한 밝게 웃었다. 사진을 다 찍고 나니 결혼식이 임박해 있었다. 나와 미영이는 먼저 식장 안으로 들어가 있기로 했다. 홀으로 들어가면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오는 바람에 심심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았다.
「나 2층 혼자 쓰는 거 무서워서 싫었거든. 다행이다.」
「으응.」
「엄마 아빠 신혼여행 가면 우리 뭐 할래? 친군데, 가족이구……되게 좋다.」
미영이가 나를 마주보며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우리는 맨 앞에 있는 우리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홀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결혼식이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이 들리고,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찾아갔다. 단출하게 끝낸다는 말을 들었는데 시작 하는 데만 10분이 걸리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신랑 입장이 시작되면서 결혼식의 막이 올랐다.
빨간 레드카펫을 밟으며 들어오는 우리 엄마는 정말 아름다웠다. 진작 이렇게 결혼했으면 좋았을 거다. 엄마는 울지 않았는데, 나는 울고 말았다. 엄마에게 사랑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나만 없었더라면 더 행복했을 우리 엄마. 나는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엄마에게 미안했다. 박수를 치던 미영이가 나를 돌아보고 내 어깨를 흔들었다. 그녀는 내가 엄마를 새 아빠에게 빼앗긴다고 생각했는지 괜찮다는 말만 거듭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우는 게 아니야.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감정들이 한데서 뒤엉켰다. 미안함, 고마움, 애정, 증오…….
「울지 마, 응?」
원하면 그칠 수 있던 울음임에도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너의 손길이 너무 좋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