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고요한소리'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고 있는 전병재입니다. 이렇게 '유나방송'을 통해 고요한소리에서 출간한 책들을 읽어드리게 되어 좋은 인연 고맙게 생각합니다.
고요한소리는 근본불교 빠알리어 경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역경사업 발원에 힘입어 1992년에 사단법인으로 창설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몇 해 전부터 본격적인 역경을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스리랑카에 있는 '불자출판협회'에서 영어로 출간된 책들을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1958년에 독일 출신 냐나뽀니까 스님께서 창설하신 이 불자출판협회는 근본불교를 세계의 지성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책을 영어로 출간해오고 있습니다마는 그 중에서도 특히 보리수잎과 법륜이라는 두 종류의 소책자들은 근본불교를 세계적으로 널리 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1880년대에 들어와서 영국과 독일을 위시한 서양 여러 나라에서 근본불교 빠알리어 경전을 자기나라 언어로 번역하기 위해 경전 자료들을 수집 정리하고 사전과 문법책도 만들고 함으로써 불교경전연구에 훌륭한 기틀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이는 중국에서 2000년 전에 불교경전을 한문으로 번역한 사업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불사가 아닌가 합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명치유신 직후 서양의 이러한 연구 성과를 수입해서 이를 토대로 근본불교 경전들을 발빠르게 번역한 바가 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새로운 번역들을 공들여 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만에서는 빠알리어 경전을 일본 역을 기초로 해서 얼마 전에 한역작업을 마친 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불교를 수입한 순서로 따지자면 스리랑카, 서역, 중국 다음의 나라가 됩니다. 이렇듯 불교 선진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중국불교에 치우친 나머지 이제는 불교의 초기 모습을 오히려 저 까마득하게 후진지역인 서양의 언어들을 통해 만나고 있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세계가 한 울타리 속, 한 가족으로 변해가고 있는 이 세계화 시대를 맞아 불교에 대한 관심도 그 폭이 넓어져서 어느 한 전통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불교의 보편적 모습을 찾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 불교에 대해 전체적 이해를 새롭게 갖추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태까지는 소승불교라 해서 폄하해온 남방전통에 대해서도 열린 가슴으로 올바른 이해를 갖도록 노력해야겠고 더 나아가서는 부처님 원음을 이 시대에 알맞게 새롭게 이해하는 일에 정성을 기울여야겠습니다.
이런 시대적 요청을 자각하고 고요한소리는 그동안 빠알리어 경전 번역사업의 의의를 선양하는 데 힘쓰는 한편 본격적 역경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지금까지 법륜, 보리수잎 등을 번역 출간해오고 있습니다. 빠알리어 경전을 번역하는 본격적 작업에 앞서서 우리가 영어로 된 이런 글들을 먼저 번역하게 된 것은 윤문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이나 우리나라의 일반 불자들이 부처님 가르침의 기초를 좀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우리말과 글을 부처님 가르침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다듬자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가 번역한 책들은 새로운 정신적 가치를 목말라하고 있는 서양의 지성을 겨냥한 글들이기 때문에 논의의 전개방식이 우리의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런 글들을 읽어서 그 뜻이 어느 정도 잘 전달될 수 있을까 염려되는 바도 없지 않습니다만 얼마 전에 정목스님께서 불교방송을 통해 '사리뿟따 이야기'를 위시한 고요한소리 책들을 읽어주신 것에 대한 시청자 여러분의 반응이 아주 좋았던 것에 힘입어 다른 책들도 이렇게 읽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지금부터 고요한소리 책들을 읽어나갈 분들 중에는 이런 일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어느 정도나 좋은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병석에서 또는 노안으로 직접 책을 읽기에 불편을 겪고 계신 많은 분들께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해서 읽어나갈 것입니다. 다소간에 서툰 점이 있더라도 부디 너그럽게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고요한소리에 이런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유나방송 측에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끝으로 이 방송을 들으시는 여러분들께 부처님 가피가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면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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