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와 스트레스 때문에 돌연사 하는 40~50대가 늘고 있다. 40~50대란 체력적인 에너지가 조금씩 고갈되어 가는 시점이고, 직장에서는 소위 ‘사오정’ 세대로 위로부터 짓눌리고 밑으로부터는 치받치는 샌드위치 그룹에 해당한다. ‘삼손 증후군’이라는 말도 있듯이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져 하나 둘씩 빠지기 시작하며, 이 시기를 즈음하여 성기능도 하루가 다르게 쇠락하게 된다. 요즘 들어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CEO를 포함하여 중간관리층 이상의 리더들 중에서 자신의 건강을 위해 고정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생각만큼은 많지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건강의 문제가 비단 40~50대만의 문제이겠는가? 사회의 변화가 빨라지고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과도한 업무와 그로 인한 피로, 스트레스는 연령을 불문하고 늘어갈 수 밖에 없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지다 보니 수면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이나 업무시간에 매달려야 한다. 결국 만성적인 피로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일 더미에 파묻히는 구조적인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미국 CEO들은 하루 평균 18회의 미팅, 20회의 주요 전화상담을 실시한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주당 60시간을 일하고 한 해 평균 5개월 이상 출장을 다니며,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점심식사를 토마토 주스 한잔으로 때운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삼국지연의’의 영웅인 제갈공명의 죽음도 현대식으로 말한다면 과로사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Well-being)”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통 무병장수는 단지 육체적 안녕에 해당할 뿐이므로, 노이로제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있다면 진정한 의미로 건강하다고 볼 수가 없을 것이다. “돈을 잃으면 작게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건강은 본인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가족이나 직장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소중하다. 질병이나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가족관계나 업무의 단절이 생길 경우에 빚어지는 문제점은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우리 나라에서 중년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들은 크게 보아 스트레스, 만성피로증후군, 순환기계질환, 암, 사고의 다섯 가지이다. 사고는 직접적인 질병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들 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은 자연적인 노화현상 외에도 제반 인간관계나 일로 인한 스트레스, 과음/과식 및 흡연 등 나쁜 식습관, 과로 및 운동부족 등이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다. 의학적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 통제가 손상이 되어 순환기계 질환을 유발하고, 암 또한 스트레스로 인한 영향이 적지 않다. 성인병의 70%가 스트레스에서 온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 혁명의 진전으로 지식근로자의 스트레스 환경은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든 건강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고 더 나아가 가정과 직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학문에 왕도가 없듯이 건강관리에도 왕도는 없다. 자기 자신의 사정에 맞는 적절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나쁜 식습관을 개선하고 과도한 스트레스와 과로에서 빗겨나는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실정상 주치의까지 둘 수는 없겠지만, 건강의 이상징후를 확인해 보기 위한 정기적인 진단도 필요하다. 건강관리를 위한 보편적인 계율 몇 가지를 살펴 보기로 하자.
첫 번째, 적절한 식사와 수면이 기본이다.
업무나 다른 스케줄에 쫓겨서 생체리듬을 무시하는 생활을 하는 것은 건강의 적신호로 바로 연결된다. 기본적인 식사원칙은 적절한 3식의 영양배분이다. 규칙적인 아침식사는 정상적인 활력을 유지해 주고, 식사량을 일정하게 해 주므로 비만의 위험을 낮춘다. 저녁식사는 과식을 피하고 가능한 일찍 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식생활은 위염, 위궤양 같은 위장질환을 예방해 준다. 간식은 칼로리의 과다섭취와 불규칙한 식생활의 원인이 되어 비만과 위장질환을 야기하므로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은데, 어쩔 수 없이 간식을 할 때에는 염분, 동물성 지방, 알코올,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곡류, 야채, 과일 등을 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술은 뇌의 기능을 둔화시키고 혈관 확장, 이뇨작용, 저혈당 증세나 성능력 감소를 일으킬 수 있으며,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적인 가치가 없어 비만증과 영양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습관적인 음주는 뇌기능 장애, 간경변을 포함한 간질환, 심장질환, 위장질환을 일으키기 쉽다. 담배의 경우에는, 습관적인 흡연자라면 하루에 한 갑 이상을 65세까지 피우면 같은 나이의 비흡연자에 비해 사망률이 2배가 되며, 폐암에 걸릴 위험이 10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해로움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써 각종 암질환, 고혈압, 위장질환, 뇌졸중 등의 위험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간접흡연에 의해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담배를 끊는 것이야 말로 건강을 위한 첫걸음이 된다.
잠은 하루에 7~8시간을 자야 한다고 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하루 7~8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사람은 하루 4시간 이하 또는 10시간 이상 잠을 자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된다고 한다.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고 일어나는 규칙성도 중요하다. 가능한 한 잠을 잘 때에만 자리에 눕고 불규칙한 낮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시간관리를 철저히 하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만의 수면시간, 식사시간, 업무시간을 찾아야 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일을 계획하며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하나씩 처리함으로써 과다한 일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시켜 나가야 한다. 일이나 약속을 무조건 수용하지 말고 때론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세 번째,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라.
운동은 혈압을 낮추어 주고 몸에 이로운 고밀도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주며, 에너지를 소비해 체중을 조절해 주는 효과가 있고 당뇨병 예방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근육의 힘, 지구력, 관절기능, 심폐기능을 향상시켜 작업능력을 증대시키고 신체적, 정신적인 안정을 증대시켜 준다. 특히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및 각종 암질환의 위험요인이 되고 통풍, 관절염을 악화시키며 임신과 수술시 부작용을 증가시키는데, 운동은 비만을 예방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운동은 일주일에 최소한 3일 이상을 해야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 운동은 너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산보나 조깅, 줄넘기, 에어로빅 등을 숨이 조금 차고 땀이 날 정도의 강도로 하는 것이 좋다. 한 달에 한 두 번의 힘겨운 등산이 아니라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시간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무 이후에 운동할 시간을 찾기 보다는 운동시간을 먼저 정하고 업무계획을 수립(예컨대 새벽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억지로 하는 운동은 오래 지속될 수 없으므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
네 번째, 정신적인 여유를 가져라.
스트레스 예방을 위해서라면 하루 중 단 몇 분만이라도 모든 것을 잊고 충분히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말로 벗어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있다면 일단 비켜서서 차분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이 좋다. 단전호흡이나 명상 같은 것도 좋고 정신을 재충전하고 삶의 의욕을 돋우기 위한 취미활동을 개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기적인 휴가나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밖에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여 건강의 이상징후를 사전에 확인하여 대처하도록 하고, 일단 건강이 악화되었다면 꺾이지 않는 재활의지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 자체를 즐기되 인생의 다른 요소들과의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에 대한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것은 중년 이후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된다. 일,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영혼(나)라는 공을 공중에서 돌리고 있다고 할 때, 일은 고무공이어서 떨어뜨리더라도 바로 튀어 오르게 되겠지만, 나머지 다른 4개의 공들은 유리로 되어 있어서 깨어지면 다시는 복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생은 결코 경쟁이 아니며 한걸음 걸음 음미하는 여행과 같음을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