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요구에 양심으로 답하자
-반독재 투쟁위원회 건설을 제안하며
용산참사의 현장에 가면 아직도 그날의 참혹함이 묻어있다. 철거민이 5명이나 죽었지만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없었다. 조문을 가보라. 50일이 넘게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는 유족들은 눈물로 낮과 밤을 지새우며 일생의 한을 쌓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IMF이후 한국사회에 노숙자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도 등장했다. 이젠 그 ‘무료급식소’마저 문을 닫고 있다. 실직한 가장이 줄을 잇고 있다. 그나마 정부에서 내주던 몇 푼 안되는 공부방 예산이 깎여 아이들이 이제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대학 졸업식장은 한산하다. 졸업식장을 나서는 순간 실업자가 되고 머지않아 자살자가 속출할 것이다. ‘인턴용 촌지’란 말이 떠돌고 모대학 교수가 제자를 인턴으로 써 달라며 명품가방으로 로비를 했다는 뉴스는 처량하기까지 하다.
이명박은 민중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1% 부자에 속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막다른 궁지로 몰리고 있다. 보수언론의 대표주자 조선일보조차 이대로 실업자와 교육으로부터 소외되는 계층,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빈곤층이 늘어나다보면 폭동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며 대책을 마련하라는 다급한 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직자의 뒤를 이어 몰락한 자영업자들도 거리로 나앉고 있다. 850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예노동자들은 그 일자리마저 지키지 못할 것을 걱정하며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2004년 차상위계층을 포함해 716만으로 조사된 빈곤층이 1000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고 이대로 간다면 1500만에 달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누구 때문인가! 세계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명박은 말하지만 종부세로 인한 세수입은 30%나 줄었는데 근로소득세는 28%가 늘어 노동자 1인당 9만원을 더 내게 되었다. 대기업 법인세 5%에 고소득자 소득세 1%를 감면해주면서 빈곤층 지원 예산은 4.5%가 삭감되었다. 실질적으로는 ‘대운하’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위해 사회간접자본투자는 26%나 늘어났지만 사회복지 230개 사업 중 128개의 예산은 오히려 7155억원이 삭감되었다. 대량해고를 우려한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 허용업종 확대를 꾀하고 있다. 노동자의 임금을 깎으려다보니 이제는 최저임금까지도 손을 대겠다고 한다. 후보 시절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내세웠지만 자율형 사립고, 대입 자율화, 일제고사와 같은 엘리트중심․경쟁 지상주의 교육정책으로 2008년 3분기 학원비와 개인교습비는 전년 동기 대비 23%나 늘어나 대형학원들의 배만 불려주었다. 이명박 정부가 행한 ‘부자천국, 서민지옥’ 정책들은 경제위기가 아니더라도 이미 민중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이명박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30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정권의 시녀 공안검찰은 철거민 아버지를 죽인 죄로 그의 아들을 구속했다. 설마 했던 민중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박종철 열사가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말한 독재의 망령을 떠올렸다. 귀를 막고 ‘밀어붙여!’를 외치는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소통’과 ‘민주주의’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공권력에 의한 잔인한 진압이었다. 촛불을 든 학생과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것으로도 모자라 방패와 곤봉으로 기어이 수 백, 수 천 명을 피흘리게 하고 여대생의 머리를 군홧발로 차며 짓이기고 유모차를 향해 소화기를 뿌려댔다. 촛불의 기운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이명박은 국민들을 향해 그 이전보다 더욱 잔인한 보복의 칼을 들이대었다. 촛불의 거리에 유모차를 끌고나온 어머니를 ‘아동학대죄’로 수사하더니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 24명에 대해서는 전원 유죄판결을 내렸다. 촛불집회 사회를 보기만 해도 수배령이 떨어지고 잡히면 곧바로 구속이된다.
공안경찰, 공안검찰, 국정원이 삼박자를 맞추어 전방위적인 공안정국을 만들어내고 있다. 경찰청장은 “최루탄을 부활시키자”고, 검찰청장은 “친북좌파를 발본색원하자”고, 국정원장은 “정치정보 수집이 불가피하다”고 떳떳이 말하고 있다. 휴대폰에 대한 도감청을 공식화하겠다고 하고 이제는 집회에 마스크를 쓰고 나와도 불법이라고 한다. 이명박에게 법과 공권력은 정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권력을 지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군부독재 전두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역사는 이런 정권을 독재요, 파쇼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명박과 전두환의 차이점이 도대체 무엇인가!
이명박 독재는 권력기관 뿐만 아니라 사법부와 국회에서도 유래없는 폭압정치를 보여주고있다. 촛불재판을 모두 보수성향의 판사 한 명에게 몰아준 사실이 이제 우습게 들릴 정도이다.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이메일로 압력을 넣어 촛불재판을 사실상 유죄판결 하라고 지시했다하니 그나마 소신있게 판결을 내리던 소장파 판사들도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감사원은 정권에 못마땅한 인사들을 갈아치우는 평가기관 정도로 전락해버린지 오래고 국민을 대표해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는 대통령과 그의 형 앞에서 놀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대통령의 거수기 노릇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보니 한나라당 안에서도 ‘당이 반신불수 상태’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독재정권은 과거의 전례를 따라 언론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YTN 돌발영상, KBS 시사 투나잇과 같은 인기프로가 자취를 감추었다. PD수첩이 계속 정부의 의지에 반하는 내용을 방영하자 MBC를 민영화시키고 대기업 재벌과 조중동을 방송계에 진출시켜 언론장악 프로젝트를 완료하겠다고 한다. 땡전뉴스를 따라 땡이뉴스를 만들고 있다는 조롱이 우습게만 들리지 않는다.
이명박의 사대주의가 나라를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있다. 미국의 작년 4분기 GDP성장률이 -5.5%로 추정되고 미국경제학회에선 금융위기의 소용돌이가 두,세 번 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명박은 1년만 있으면 미국경제도 살아나고 우리 경제도 나아질 것이라고 한다. 미국조차도 이제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폐기하고 무역장벽을 높여가고 있는 마당에 이명박은 한-미 FTA로 세계경제위기를 뚫고 가겠다고 한다. 유래 없는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12조나 되는 돈을 주한미군 이전배치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쓰겠다고 하는데 세계 어느 나라 정부가 이렇게도 극진히 남에 나라 군대를 모시고 있는지 분노스럽다. 미군이 쓰다 버리다시피 하고 간 땅들에는 2~3m가 넘는 기름층이 있어 도로조차 만들지 못하는 불모지가 되었건만 이명박 정부는 미군기지 정화비용 조차도 알아서 우리의 세금을 털어 충당하겠다고 한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옛 연인만을 기다리는 양, 이명박의 저돌적인 친미사대주의는 이제 이념의 문제를 넘어 이 나라의 경제와 삶의 근간을 깊은 수렁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명박은 민족을 파멸로 몰아넣고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어 경제 활로가 막히고 국가의 대외 신인도가 날로 떨어져가고 있다. 급기야 전쟁 위기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 처해서도 이명박은 자신의 반통일, 반북적 자세를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있다. 입으로는 ‘언제든지 대화’를 말하지만 통일부 폐지론자를 기어코 통일부 장관으로 앉히는 것을 보면 이명박에게 대화의 의지란 애초에 없었다. 미국과 함께 북 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핵을 포기하면 국민소득을 3000불까지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 그의 사고방식은 위험수위를 넘은지 이미 오래이다.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해안은 불똥만 튀어도 이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긴장상태이다. 군사적으로 민감한 이 시기에 이명박은 주한미군과 손잡고 기어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일 년을 지켜본 북에서는 강경한 조치들을 내어놓고 있고 위기는 더 심화되고 있지만 ‘한번 해보자’라는 식의 태도를 굽힐 줄 모르는 것이 이명박이다.
오늘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가슴에 품고 80만 서울지역 대학생들에게 ‘반독재 투쟁위원회’의 건설을 제안한다. 독재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깔리고 있는 지금 양심 있고 정의로운 대학생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해줄 수 없다. 제 3의 길이 존재할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이명박 독재는 자기편이 아니면 입닫고 고개숙이고 살라고 한다. 하기에 2009년 한 해는 독재체제가 안정적인 궤도를 밟아 향후 4년 대한민국을 통치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저항으로 이명박의 독재를 끝장낼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이명박의 독재에 맞서 촛불을 들고자 하는 사람들이여 반독재 투쟁위원회와 함께 싸우자. 2008년 여름 광화문 네거리의 뜨거운 함성이 아직 생생하게 떠오른다면 함께 거리로 나서자. 이명박과 함께 할 4년이 암담한 새내기들이여, 4년 후의 미래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면 함께 싸울 사람들을 찾아보자. 넘치는 열정을 무엇에 바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면 기꺼이 의로운 투쟁의 대열에 함께하자. 이명박의 물대포와 군홧발을 보고 가슴이 울컥하였던 학우들이여, 일 년 동안 쌓아 왔던 분노와 고뇌의 두 주먹을 이제 다시 세상에 꺼내들고 사람들을 향해 호소하자. 누가 먼저 나서서 싸워주기를 바라기 전에 ‘우리’가 먼저 깃발을 들고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바로 그 자리에 서자. 현대사의 중요한 매 시기에는 언제나 우리의 선배들이었던 이 땅의 청년학생들이 새로운 길을 열어왔다. 이제 우리가 이 시대의 요구에 양심으로 답하자.
2009년 3월 17일
서울지역 대학생 반독재 투쟁위원회 준비위원장 김가람
건국대학교 반독재 투쟁위원회 준비위원장 이수영
경희대학교 반독재 투쟁위원회 준비위원장 이은혜
고려대학교 반독재 투쟁위원회 준비위원장 유지영
서울대학교 반독재 투쟁위원회 준비위원장 임대환
성공회대 반독재 투쟁위원회 준비위원장 김무곤
숙명여자대학교 반독재 투쟁위원회 준비위원장 정서영
이화여자대학교 반독재 투쟁위원회 준비위원장 정윤지
중앙대학교 반독재 투쟁위원회 준비위원장 김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