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속은 마음의 쉼터이다. 온갖 나무들의 향기가 품어 나오는 숲길을 걸으면 멋있다. 샘물처럼 맑은 기운을 솟아나게 하는 자연이 주는 귀한 선물이다.
금정산은 고당봉, 산성, 남문, 북문 등 네 개의 문과 케이블카가 유명하다. 고당봉에서 내려오면 좌측 산기슭에 금정이라는 바위샘이 있다. 금정金井이란 말은 금어가 하늘에서 내려와 금샘에서 놀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우뚝 솟은 바위에 항아리처럼 파인 샘이 있는 것이 매우 신비스럽다.
송림 길을 따라 완만하고 가파른 곳이 적당히 혼재되어 있어 종일 걸어도 피곤하지 않다. 우거진 숲속 그늘로 시원하게 걸을 수 있으니 여름 등산도 가능하다. 도심과 가까이 있어 자주 찾을 수 있고 자연 속에 있는 나무와 풀의 냄새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옛날에는 등산객이 많지 않았지만 90년대부터는 조금씩 변했다. 그때는 모처럼 등산을 하고 나면 한 주 동안 다리를 절룩거리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다음날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일이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경제여건이 좋아지고 생활체육 보급으로 여가활동이 많아졌다. 어느 때부터인가 축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산 등 여러 동호회가 생겨 상호간의 침목은 물론 체육활동이 증가되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듯 세월이 흘러 주말이나 계절에 따라 등산객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동수단인 버스나 승용차가 많아 편리해졌지만 피해도 적지 않다. 등산보다 노래와 춤과 뜀뛰는 놀이에 빠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가 허다하였다. 요즈음은 이동 중에 춤추는 행동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어 아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주말의 등산과 관광이 일상생활이 될 수 있도록 원래의 산행정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금정산은 희망을 안겨주는 산이다. 힘들 때마다 산에 올라 고향에서 아들을 위해 홀로 농사짓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다. 어릴 때 뒷동산의 소나무 밑에서 뒹굴면서 뛰어놀았던 산과 땔감나무 한 짐을 힘들게 지고 다녔던 먼 산길을 회상하면서 산에 대한 추억이 그립다. 금정산이 좋았던 까닭은 산에 익숙했던 마음을 되새기게 하고 내일의 꿈과 용기를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금정산 정상을 찾는다. 겨울이라 쌀쌀한 바람을 반겨준다. 우거진 소나무 사이로 낙엽을 밟으면서 걷는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소곤소곤 들려온다. 산중턱의 미륵사의 불경소리를 들으며 참회를 한다. 조금 오르면 삼신당을 지나면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저 멀리 낙동강의 잔잔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활한 자연의 품에 안기는 듯하다.
금정산의 최고봉인 고당봉에서 희망의 한해를 기원한다. 가족의 건강을 빌고 일 년의 목표를 다짐한다. 그리고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산은 내가 젊었을 때 건강을 회복시키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하지만 새해의 다짐을 지키려고 노력도 했지만 작심삼일인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새해가 되면 다시 새로운 다짐을 반복하며 또 한해를 맞이한다.
주말에는 금정산을 한 번씩 찾는다. 어린이 대공원에서 출발하여 금강공원 케이블카가 있는 봉우리까지 올라간다. 그 곳에서 식물원 쪽으로 가면 가파르지만 빨리 내려오는 지름길이 있어 등산하기 편리하다. 또한 단합대회를 하는 사람들은 어린이대공원에서 금정산 남문을 거쳐 대천천 쪽으로 내려가면 바로 산성마을이 나온다.
산성마을에는 집집마다 족구장이 있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족구경기도 하고 막걸리도 한잔 하면 금방 피로가 사라진다. 특미는 오리, 흑염소와 막걸리였다. 산성막걸리는 전국적인 명성이 있는 곡주이지만 독주로도 유명하다. 나는 멋모르고 먹었다가 취한 적이 있었다. 놀려온 취객들과 함께 어울려 자유롭게 떠들며 놀았던 기억도 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산성의 막걸리에 독주에 흥미를 느껴 가고 싶은 곳이다.
그때의 산성마을은 번창했다. 집집마다 취객들이 들끓어 골목길이 막힐 정도로 주말 문화가 꽃피던 시절이었다. 골목에 몰려다니는 사람 구경도 하나의 구경 거리였을 정도다. 염소 한 마리를 시켜 직장 동료들이나 계모임에서 단체로 즐겼다. 그 때는 못 먹던 시절이라 먹고 마시고 노는 즐거움이 만연했다. 요즈음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단체중심에서 가족 중심으로 질서 있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금정산은 당일 코스로 등산하기 좋다. 개인의 취향과 신체조건에 맞는 운동을 하기 좋은 곳이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주말을 보낼 수 있다. 가끔 아는 사람을 만나면 더욱 정감을 느낀다. 특히 돌아오는 길에 동래온천을 찾아 온천욕을 즐기면 하루의 피로를 풀어준다.
등산은 하루를 즐겁게 만든다. 산에서는 모든 스트레스를 모두 날리기 위해 숲속의 고마운 향기를 마음껏 들이마신다. 그리고 나쁜 것들은 땀으로 흘러야 최고의 건강법이 된다. 안성맞춤의 등산길이 바로 금정산 자락을 누비는 것이다. 가벼운 짐을 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을 마치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다.
금정산은 부산의 명산이다. 고당봉에서 새해맞이를 통하여 일 년의 목표를 기약한다. 새해에는 보고 또 보며, 좋은 생각만 하고, 건강을 위하여 운동 많이 하기를 기원한다. 그 마음과 정성은 일 년의 행복을 내내 이어준다.
첫댓글 금정산은 우리들의
쉼터고 안식처가 되었지요
참 좋은산 추억이 한가지씩있는곳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