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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전문을 번역해 놓고 느끼는 바는 이 글을 김천일이 장가 가기 전에 지은 듯하다.
○김천일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어미를 잃고, 생후 6개월 만에 아비도 잃어 외할미 품에서 동냥 젖 얻어먹으며 자랐다. 얼마나 외롭게 자랐을까.
○김천일은 18세에 결혼 하였지만 그 이전 사춘기가 왔을 때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외로움을 한 쌍의 꿩을 보고 글로 써 낸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외로운 모습을 하소연하고 있다. |
번역/나천수
虛堂閴而弔影。(허당격이조영)/고요한 빈 집에서 내 그림자를 위로하는데
彼何禽兮雙飛。(피하금혜쌍비)/저쪽에 있는 무슨 새여, 쌍으로 나는구나.
鴛鴦侶而物嬉。(원앙려이물희)/원앙도 짝하여 만물을 즐기는데
琴瑟友而我孤。(금슬우이아고)/거문고, 비파만 벗하는 내가 외롭구나.
凭淸絃而咽音。(빙청현이인음)/맑은 소리에 기대려니 소리가 목 메이고
歌一闕而自傷。(가일궐이자상)/부족해도 한번 노래하니 마음이 절로 상하는구나.
鳴哀音於觸耳。(명애음어촉이)/애처로운 소리로 귀에다 대고 울어대면서
增悄懷於拊躬。(증초회어부궁)/근심 품은 이 몸 가볍게 치니 더욱 애처롭구나.
不如鳥之吾生。(불여조지오생)/새만도 못한 이 내 인생
云七十而無述。(운칠십이무술)/70살이라 말하여도 할 말이 없구나.
痕孤枕而涕淚。(흔고침이체루)/외로운 베개에 눈물 흔적은
送百年於咨嗟。(송백년어자차)/오랜 세월 보낸 탄식이로다.
世難期於鳳凰。(세난기어봉황)/봉황과는 기약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和幾羨於雎鳩。(화기선어저구)/물수리를 부러워하여 몇 번이나 화답했는가.
山之陽兮日暖。(산지양혜일난)/산에 볕이 드니 날이 따뜻해지고
時哉時哉雉飛。(시재시재치비)/꿩이 날기에 좋은 때로다
連斑尾而上下。(연반미이상하)/꼬리 무늬 연이은 듯 오르락내리락하며
繞林間而雄雌。(요림간이웅자)/수풀 사이에서 암수가 달라붙어 있구나.
携採薪之隻影。(휴채신지척영)/땔나무를 캐고 있는 나같이 외로운 사람이
看刷羽之雙侶。(간쇄우지쌍려)/날개깃을 터는 한 쌍의 짝을 바라본다.
憑舟翅而起立。(빙주시이기립)/쌍 돛단배처럼 날개깃 일어 세우면
撫白頭而興喟。(무백두이흥위)/白頭巾을 쓴 머리를 어루만지며 탄식할 뿐이네.
顧微禽之于飛。(고미금지우비)/하찮은 새들도 쌍으로 나는 걸 돌아보며
嗟令人而傷懷。(차령인이상회)/사람들은 상한 마음을 품고 탄식만하네.
沾春雨之聖澤。(첨춘우지성택)/봄비가 임금의 은혜처럼 고루 더하니
物亦有此相配。(물역유차상배)/만물도 역시 이처럼 서로 어울리는구나.
惟希年之此生。(유희년지차생)/생각건대 짧은 기간의 이 인생에서
胡獨未有室家。(호독미유실가)/어찌 홀로 가정이 없는가.
梭靑春於獨夜。(사청춘어독야)/청춘의 나이에 홀로 밤에 베나 짜며
淚白髮於空堂。(루백발어공당)/백발이 되도록 빈집에서 눈물만 흘려야 하는가.
聲難和於鼓瑟。(성난화어고슬)/북과 거문고는 소리를 맞추기 어렵고
緣莫借於結繩。(연막차어결승)/緣分이 막히면 말 대신에 매듭으로 통하는 結繩을 빌려야 하네.
紅翮寓旅野巢。(홍핵우려야소)/붉은 깃을 가진 새들은 들 집에서 무리지어 머무르는데
皓首孤於虛窓。(호수고어허창)/나는 늙도록 텅 빈 창가에서 홀로 외롭네.
伊身命之自悼。(이신명지자도)/이 몸과 목숨이 스스로 슬퍼지니
曾彼鳥之足羨。(증피조지주선)/일찍이 저 새가 지나치도록 부럽구나.
雙林藪而彩禽。(쌍림수이채금)/덤불숲에 아름다운 빛깔의 새는 짝을 이루었는데
一天地而窮人。(일천지이궁인)/하늘과 땅 사이에 하나인 나는 곤궁한 사람이로다.
情難堪於覽物。(정난감어람물)/본성으로는 만물을 살펴보기가 견디기 어려운데
意可訢於撫身。(의가흔어무신)/생각은 몸 어루만지며 和氣가 서릴 만 하네.
援斯琴而侶柱。(원사금이려주)/거문고를 취하여 기러기 발(雁足)로 짝을 맞춘 후
轉淸響而鳴絃。(전청향이명현)/악기 줄을 울려야 맑은 음향이 구르네.
悽思溢於變調。(처사일어변조)/슬픈 생각이 넘치면 악곡을 바꾸는데
歎懷多於回商。(탄회다어회상)/五音 중에 商만 돌려도 많은 회포를 탄식하네.
孤鳳叫於柱下。(고봉규어주하)/외로운 봉황새는 거문고 발아래에서 울부짖고
隻鴻怨於絃上。(척홍원어현상)/한 마리의 기러기는 악기 줄 위에서 한탄하네.
羨微物之兩兩。(선미물지량량)/미물일지라도 쌍쌍이라면 부러운 것인데
慨人生之踽踽。(개인생지우우)/사람의 살면서 외롭고 외로우면 분한 것이네.
聲掩抑而訢懷。(성엄억이흔회)/품 안의 기쁨을 억누르며 내는 소리는
調瀏亮而敍哀。(조류량이서애)/슬픔의 차례를 맑고 깨끗하게 조절하네.
諒目視而思從。(양목시이사종)/진실로 눈으로 보고 생각을 좇지만
認情惻而回悲。(인정측이회비)/본성을 알아도 슬프고 본성을 돌려도 슬프네.
<해설>
○援琴歌雉我賦(원금가치아부)로 된 것을 建齋集 解題에서 볼 수 있다.
雉我賦는 誤記인 듯하다.
○弔影(조영)은 자기 그림자를 위로하다
○雎鳩(저구)는 물수리
○憑舟(빙주)는 배를 부리다,
필자가 꿩이 한 쌍이어서 “쌍돛단배처럼”으로 해석은 하였지만, 작가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는지 두렵다.
►憑舟翅을 어느 시문에서는 憑丹翅로 되어 있다.
이것을 해석하면 憑丹翅/ 붉은 깃에 기대어
憑丹翅而起立。(빙단시이기립)/“붉은 날개 기대어 일어서면” 으로 해석되지만 이 부분의 문맥이 물 흐르듯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撫白頭는 김천일이 늙어 머리가 센 것이 아니라, 산에 나무하러 올라올 때 하얀 頭巾을 쓴 것이다.
○希年(희년)은 70세, 짧은 기간,
그런데 이 글의 지은이 김천일은 진주성에서 짧은 인생을 殉節로 마감하였다.
이 글 쓰는 시기에 70 나이에 미치지도 못하다.
그렇다면 “짧은 기간”으로 해석해야 맞다.
○室家(실가)는 가정, 집, 부부
이 부분의 글로 보아 김천일이 아직 결혼 전에 외로움을 호소하는 듯하다.
○結繩(결승)은 끈을 맺는 방법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사물의 기억을 하게 하는 것.
문자가 없던 태고 시대에 노끈으로 매듭을 맺어 사용했던 부호이다. 신농씨(神農氏)가 이 결승의 정사(政事)를 행하다가 복희씨(伏羲氏) 때에 이르러 팔괘(八卦)를 긋고 나무에 새긴 최초의 문자를 만들어서 서계(書契)의 정사를 행했다는 기록이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와 《사기》 권1 〈오제본기(五帝本紀)〉에 보인다.
○足羨(주선)은 지나치도록 부럽다, 이때 足은 주로 읽어야 한다.
○隻影(척영)은 외따로 있는 조그만 그림자, 오직 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여기서는 자신을 비유한 것임.
○侶柱(려주)는 기러기발을 짝하는, 즉 거문고 줄은 기러기 발 모양의 받침대(雁足) 위에 줄을 올려놓고 소리를 조율한다.
○回商(회상)은 동양 음악에 5음이 있는데 이것은 宮商角徵羽 이다.
회상을 풀이하면 “五音 중에 商만 돌려도”
○訢懷(흔회)는 기쁨을 품다,
○瀏亮(유량)은 맑고 깨끗하다, 상쾌하다, 뚜렷하고 분명하다
○敍哀(서애)는 슬픔의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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