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벌써 98일째입니다.
낼 모레면 100 일째 이구요.
아무것도 모른 채 수장되어 버린 300 사람들
그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픈 유족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지난 해 2013년 3월 20일은 미국이 ‘중동의 자유를 찾아주겠다’는 명분 아래
이라크를 침공한지 10 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기억하지 않으면 전쟁을 계속된다' 입니다.
세월호의 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기억해 주지 않으면 저런 일은 또 다시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항쟁, 용산 참사, 촛불집회, 천안함 사건 등
무심한 세월의 흐름 속에 우리가 기억하지 않고 잊혀져 갈 때
똑 같은 일은 다시 반복됩니다.
다음 순서는 나와 내 가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하고 싶습니다.
끝까지 진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싶습니다.
이게 무슨 나라입니까?
우리 아이들을 살려내십시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진실을 말해 주십시요.
왜 죽였는지? 왜 죽도록 내버려 두었는지?
그 ‘기억’을 위해 프랑스의 가수 겸 작곡가 미쉘 뽈라네프(Michel Polnareff)가 쓴 노래가 있습니다.
가 뤼시엥 모리스에게 바침>이라는 부제가 붙은「할머니를 누가?」라는 이 노래를 통해 아픔을 오래 기억하지 않고 잊어버린다면 모두가 할머니를 죽인 주범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광주 민주화항쟁 때 가사만 바뀌어서 ‘오월의 노래’가 되었었던 이 노래의 원곡 가사를 옮겨 봅니다.
할머니가 살던 시절 정원엔 꽃이 만발했어요.
이제 그 시절은 지나갔고 상념만 남아있네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요.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요?
머물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리는 건
세월인가요? 아니면 사람들인가요?
할머니가 살던 시절에는 고요함이 있었어요.
나무 가지들과, 가지에 매달린 잎새들과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요함이 있었지요.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리는 건
세월인가요? 아니면 사람들인가요?
불도저가 할머니를 죽였어요. 굴착기는 꽃밭을 갈아엎었어요.
이제 새들은 노래할 곳을 잃어버렸지요.
새들도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게 아닐까요?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리는 건
세월인가요? 아니면 사람들인가요?
(미쉘 뽈라네프의 노래 「할머니를 누가?」 가사전문)
*할머니가 그처럼 소중하게 가꾸었던 아름다운 정원이 개발에 의해 없어졌다. 나무와 꽃과 새들이 사라졌고, 그 정원 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여유와 상념의 시간 또한 사라졌기 때문에 상심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노래는 5.18광주민주화항쟁 이후 가사를 바꾸어「오월의 노래」가 되었다. 전혀 다른 가사를 통해 두 노래는 ‘가해자가 누구인지?’와 ‘그 가해자를 결코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경고성 부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나간 호에 실렸었던 필자의 글 ‘2번의 시대는 가고’에서 발췌)
김정식 로제
미쉘 뽈라네프의 노래 「할머니를 누가?」를 김정식 로제가
명동성당 앞 거리공연에서 부른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