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6월 1일. 종로에 있는 고우회관 3층. 그 날은 무지개일러스트회로서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우리도 한번 모이자'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최충훈씨의 주선으로 원로이신 김영주, 이우경 선생님을 비롯하여 전성보, 정준용, 홍성찬, 김광배 선생님과 최충훈, 김희준, 송훈, 이성박, 김박, 박동일, 강인춘, 이우범, 이한중, 김천정, 이규경, 김복태 18명의 현역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국 최초의 일러스트레이터 모임인 '한국무지개일러스트회'를 창립하고 회장에는 최충훈씨, 총무에는 이우범씨를 선출하였다.
당시만 해도 출판계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었던 작가는 고작 30명쯤 되었을까....... 그들은 초,중,고 교과서는 물론 잡지, 신문, 어린이 동화, 동시를 그려 일감은 꽤나 있었던 시기였다. 회원들은 수입이 넉넉하지 못했지만 동료의식은 물론 정 많고 낭만이 있었다. 김영주 선생님은 자상하면서도 다정한 아버지 같으셨다. 모임 때마다 새내기 후배들에게까지 먼저 손을 내밀며 반갑게 인사를 하셨다.
이우경 선생님의 화풍은 활달한 그림선과 풍자적인 캐릭터로 서민의 정서를 잘 표현하였고 그림에 대한 탐구욕도 대단하여 한때는 도자기 그림에, 말년에는 한국일보의 연재소설과 프뢰벨의 전래동화를 유리에 그림을그릴 만큼 혼신을 다 하는 모습에 주위 사람들을 감탄케 하였다. 특히 부당하게 적은 화료에는 편집국장이나 사장에게 직언하여 시정을 요구하였다.
최근까지 출판사에 출근하며 그림을 그려 후배들에게 작가 정신을 심어주신 전성보 선생님, 그리고 홍성찬 선생님은 매일 밤 9시까지 작업하며 재미마주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는 ‘민속, 풍물화 기행’ 전 5권은 우리나라의 옛 풍물을 고증하는데 꼭 있어야 할 참고서가 될 것이다.
김광배 선생님은 십년 넘게 그려온, 우리나라 역사 기록화(단군에서 순종까지) 대작 150점 중 일부를 묶은 '우리나라 역사 명장면'이 두산동아 에서 나왔다. 이 또한 한국 일러스트사의 기념비적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토록 적잖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창작 의욕을 굽히지 않는 것은 물질만 쫓는 일부 화가들을 반성하게 한다.
창립 3년 후, 1984년 4월 26일. 종로구 사간동 출판회관 전시실에서 한국 최초의 일러스트레이션 원화전인 '제 1회 무지개일러스트레이션 전'이 열렸다. 여러 출판사들이 협조해 주고 축하와 함께 한국 출판미술의 발전을 기원해 주었다.
83년에 이순재 선생님, 84년에 미국에서 귀국한 김훈 선생님이 입회하였고, 86년에는 여성회원으로는 처음으로 위승희씨가, 이어서 윤동원, 하원언, 최준식, 88년에 문조현, 89년에 강낙규, 권재령, 김민정, 노영현, 박경희, 박미애, 박선주, 손창복, 최영화씨, 뒤를 이어 한병호, 김석진, 곽혜신, 최철민, 정현주, 박건하, 윤문영, 전병준, 이영원씨가 2000년에 들어와 활동하였다. 2007년에는 인하공업전문대학 이준섭 교수가 입회하여 작품활동에 동참하였다.
그 사이 출판계가 존경하던 김영주, 이우경 선생님과 김희준, 최충훈, 윤동원 회원이 노환과 병마로 우리 곁을 떠난 것은 큰 슬픔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분들을 잊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무지개일러스트회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27년을 한결같이 친형제 못지않게 끈끈한 정으로 서로 격려해 주며 출판 미디어의 여러 분야에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서 착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며, 해마다 봄, 가을에 스케치 여행을 나가 우정을 다지고, 가끔 전시회도 열며 때 맞춰 화집도 발간한다.
이렇게 무지개 일러스트회 K-RIG는 한국 일러스트 역사의 일세대인 원로 선생님들의 인품과 작가정신을 존경하며 그 맥을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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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흘러간 세월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