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20년)은 나에게 개인적으로 무척 의미있는 한해였다. 몇년전부터 조금씩 진행하던 국토순례 도보여행을 계획한 경로대로 완료했고 행복한 마음으로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새해가 바뀌는 즈음에 올해부터 하고 싶은 계획들을 대략 정리하였다. 그 중의 하나가 조선통신사의 길(이하 '통신사길')을 걸어 보는 것이다. 통신사길은 조선 세종때부터 시작한 것으로(임진란을 기준으로 그 이전의 6차례의 여정은 '전기통신사', 그 이후는 '후기통신사'로 분리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것은 후기를 의미한다), 임진란 이후에 진행된 것은 약 12차례이다.
통신사 여정은 300~500명의 통신사 일행이 수개월에 걸쳐 진행하는 것으로, 국내 여정인 서울~부산은 20여일간 매일 20Km 정도를 걸었다. 부산 영가대에서 망궐예와 해신제를 지낸 후 부산항을 출발한 일행은 오사카까지는 바닷길로, 그 이후 에도(江戶, 현재의 도쿄)까지는 육로로 진행하였다. 통신사 여정은 정치적인 교류 이외에도 양국간 문화교류의 한 획을 긋는 대행사 이었고, 그 기록들은 201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인터넷에서 몇장의 옛 이미지를 다운받아 보았다. 참고로 부산시는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2021년 문화재청 세계기록유산 홍보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됐다고 밝혔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조선통신사 기록물들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제작하겠다는 게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다채로운 온.오프라인 행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먼저 통신사길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아 국내여정에 대한 답사 형식의 책(부산대 한태문교수) 『조선통신사의 길에서 오늘을 묻다』와, 실제 통신사의 제술관으로 참여하였던 신유한이 남긴 『해사동유록』을 번역한 『해유록』을 구입했다. 한태문 교수는 조선통신사의 여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할 만큼 전문가이며,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게 보일 수 있는 신유한의 『해유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연암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버금가는 명저로 평가받고 있다.
통신사 여정은 크게 국내여정과 일본여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국내여정은 약 400Km의 육로이고 일본 여정은 그보다 길다. 경로가 서울에서 시작한 이유도 있지만, 코로나 상황이 올해에도 계속 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올해는 국내여정을 진행하고, 일본 여정은 상황을 고려하여 내년부터 조심스럽게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