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조리한 역사, 부조리한 사회, 부조리한 인간을 노래하다.
-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치 않고, 영구히 기름똥을 싸면서 살려고 하다가 인생을 망치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주인공 태오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 중 한 사람이다. 그에게는 큰 이상도 없고, 강력한 포부도 없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도 없다. 그런 태오에게 부조리한 역사와 시대는 감당하기 힘든 격랑과 좌절과 아픔을 안겨준다.
태오는 한국사회에 닥친 크고 작은 사건과 충돌하며 시대를 역행해 간다. 8.15광복, 한국전쟁, 남북분단, 1.21 공비침투, 10.26 사태, 12.12 군사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 6.5 시민항쟁, IMF 경제난, 911 테러사건, 모건 스탠리 파산, 코로나19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건들은 태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며 삶을 조각낸다.
도시사회는 부조리로 가득 차 있고, 인간 또한 부조리해질대로 부조리해져 있다.
태오는 부조리한 사회 속에 서서히 동화되며 탐욕스런 인간이 되어간다.
부조리한 사회와 화려한 문명으로부터 버림받은 그는 시대와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눌려 신음한다. 부조리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태오는 부조리로 뛰어든다. ‘그것은 부조리에 대항하는 자에게 가해지는 절망과 파멸이다.(소설을 읽기 전에_p7)’
태오는 죽음이 눈앞에 닥친 후에야 최종 안식처인 ‘동굴’을 찾는다. 깊고 큰 동굴은 죽음을 눈앞에 둔 주인공에게 부조리의 노래를 들려준다. ‘그것은 마치 부조리한 사회가 부조리한 인간에게 외치는 고함(본문_p382)’처럼 들린다. 태오는 동굴의 안쪽을 향해 실탄을 장전한 권총을 겨눈다. 그것은 부조리를 향한 외침과 절망과 탄복 같다. 태오의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과연 그는 부조리를 향한 총을 쏠 수 있을까?
● 출판사 서평
소설은 한 남자의 삶을 한국사와 세계사적 사건에 반추시키면서 전개해 나간다. 8.15 광복, 6.25 한국전쟁, 1.21 북한 무장공비침투, 10.26 박대통령 시해사건, 12.12 쿠데타, 신군부 비상계엄, 5.18 광주 민주화운동, 1992 미국 LA폭동, 5.3 시민항쟁, 1997 IMF 경제난, 2008 모건스탠리 파산, 코로나19 전염병, 12.3 대통령 친위 쿠데타 등이 그것이다.
부조리한 역사와 부조리한 삶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소시민이 있다. 주인공 태오다. 태오는 치열하게 삶을 살고, 부조리한 사회에 열심히 적응해 간다. 철모르는 어린 시절, 대학시절의 대정부투쟁, 비상계엄을 선포한 유신정권에 항거하다가 수배자가 되고, 이념의 차이로 사랑하는 여자와 헤이지며, 힘겨운 군복무 시절을 거쳐, 불명예 제대를 한 뒤,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 되고, 사법고시에 도전하다가 경찰에 투신한다. 그후 경찰을 나와 대학 후배와 사업을 벌이고, 가지고 있던 재산을 모두 탕진한다.
이러한 삶의 역경 속에서도 주인공은 부조리한 사회와 체제에 굴복하지 않고 삶을 이어간다. 주인공이 고된 삶을 이어가게 만드는 것은 파랑새의 존재다. 일경에 쫓기던 조부와 6.25 때 아버지를 파랑새가 구해 준 것처럼, 주인공은 자신도 파랑새가 구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아무리 파랑새를 찾아 산속과 동굴을 헤매고 다녀도 파랑새는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주인공은 부조리한 사회에 모든 것을 잃고, 빼앗기고, 털린 다음 파랑새를 만난다.
파랑새는 폐탄광에 있다. 그곳은 태오가 찾아 헤대던 ‘동굴’ 이다. 그러나 일생동안 찾아다니던 파랑새조차 부조리의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닫고 주인공은 죽어 가는 자신을 향해, 즉 부조리를 향해 권총의 총구를 겨눈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 주인공 자신도 부조리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부조리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죽음밖에 없다는 걸 인식한다.
삶의 부조리는 결국 죽음이다.
태초에 인간은 짐승을 피해 동굴로 숨어들었고, 다시 초원으로 진출했다가, 집단을 이루어 살았다. 첨단화된 도시사회, 문명화된 세상에서 인간은 탐욕에 물들고, 절망하고, 파멸하며 부조리해진다. 그러한 부조리로부터의 탈출은 최종 안식처인 ‘죽음’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부조리를 향해 쏴라>는 주목할 만한 ‘특별한 서사’가 펼쳐진다. 일반적 소설이 현재진행,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미래로 이행되는 서사라면, 이 작품은 그 반대로 진행된다. 현재에서 시작해 과거로 역행해 가며, 종국적으로 주인공이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서사의 형식을 취한다.
‘서사의 역주행’이자 ‘부조리의 소설적 증명’이다.
최인 작가의 소설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고,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쉽다. 그것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세계에 대한 고찰이 소설 속에 녹아 흐르기 때문이다. 작가는 집필한 소설에 철학적 감성을 믹서해 넣고 작품을 전개시킨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작가의 사상이면서 문학적 태도이자 신앙적 자세일 수도 있다. 최인 작가에게 신앙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나의 신앙은 문학이고, 나의 신은 소설이다.”
이 한마디 말로 문학과 소설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최인 작가는 문학과 소설을 목숨보다 더 귀중히 여기고 있다. 작가는 단 하나의 조사조차 함부로 표현하거나 사용하지 않는다. 그의 낱말 선택과 문장 표현은 자신의 목숨과 바꾼 것과 같다. 순간의 삶을 죽이며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으로 표현하고 내용을 끌어간다. 이 소설에서도 작가의 ‘간절함’이 녹아 흐른다. 탄탄하고 스피디한 문장, 밀도 높은 구성, 흥미진진한 스로리, 계속해서 터지는 사건과 갈등은 작가의 저력과 필력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니 놓치지 않기를.
● 차례
작가의 말
소설을 읽기 전에
chapter. 12
chapter. 11
chapter. 10
chapter. 9
chapter. 8
chapter. 7
chapter. 6
chapter. 5
chapter. 4
chapter. 3
chapter. 2
chapter. 1
● 저자 프로필
본명은 최인호(崔仁鎬)다. 경기도 여주시 명성황후탄강구리에서 태어났다.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비어 있는 방』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2년 1억원고료 국제문학상에 장편소설 『문명 그 화려한 역설(원제, 에덴동산엔 사과나무가 없다)』가 당선되어 단편 및 장편소설의 역량을 모두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2002년∼2003년간 부산국제신문에 『에덴동산엔 사과나무가 없다』를 연재했고, 2006년∼2007년간 인천일보에 『누가 블루버드를 죽였나』를 연재하면서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2008∼2019년간 종로에서 <최인 소설교실> 개강 및 운영해 후학을 배출하는 한편, 소설적 역량을 키우는 것에 힘썼다. 인천지방경찰청에서 1982∼1996년간 근무하면서 형사반장, 파출소장을 역임했다. 2020년에 도서출판 글여울(대표 최효언, 딸)을 설립했다. 현재 미발표 소설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간의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 및 죽음에 대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장편 『죽음의 색깔』을 집필 중에 있다.
● 저자 대표작
2020년 《문명, 그 화려한 역설》/ 2021년 《도피와 회귀》 / 2022년 《돌고래의 신화 (단편소설집)》/ 2023년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2023년 《문명, 그 화려한 역설 (개정판)》/ 2023년 《늑대의 사과》/ 2024년 《신에겐 12척의 배가 있나이다》/ 2025년 《부조리를 향해 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