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구원과 민주주의 시 정신 구현-원탁시
백수인
지난 6월 3일 저녁 광주의 무등산 자락 운림동 ‘바오밥나무’ 식당에서는 ‘원탁시 제59집’ 출판을 기념하는 모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날 모임은 좀 특별했다. 지난 5월 21일 타계한 범대순 시인에 대한 ‘추모 문학의 밤’ 형식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원탁시회 백추자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김종 시인의 추모사와 추모시 낭송, 추모의 노래, 범대순 시인의 유고시 낭송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 행사에는 소프라노 김미애 씨와 시낭송가 양명희 씨가 특별 출연했다. 추모문학의 밤이 진행되는 동안 회원들은 줄곧 범 시인을 추모하며 그가 남긴 족적들을 되새겼다.
‘무등산 시인’으로 불리는 범대순 시인은 원탁시 창립 당시 초대 회장으로 참여하여 소천할 때까지 줄곧 동인으로 활동해 왔다. 창립 당시 동인으로서 지금까지 48년째 활동해 온 사람으로는 범 시인이 유일하다.
원탁시회는 1967년 1월 5일 김현승 시인을 초청한 가운데 광주 YMCA에서 창립회의를 갖고 본래 ‘원탁문학회’라는 이름으로 결성된 광주 지역 중심의 문학동인이다. 동인회의 탄생은 윤삼하, 정현웅, 박홍원, 문병란, 구창환, 손광은 등 김현승 시인의 제자들이 주축이 되었고, 여기에 김현곤, 권일송, 송선영, 황길현, 박희연, 범대순, 송기숙, 안영, 조성원 등이 참여하였다. 동인지 명칭은 ‘원탁문학(圓卓文學)’이었고 이 제호는 1969년 제10집까지 사용되었다. ‘원탁’이라는 이름은 범대순 시인이 제의하여 다른 회원들이 모두 흔쾌히 수용했다. 당시 조지훈 시인이 주관하던 국제적인 포럼 ‘원탁회의’에서 암시받았다고 한다. 김현승 시인은 ‘원탁’의 의미를 인류구원 정신을 반영한다는 뜻과 처음과 다음이 없고 위와 아래가 없는 민주주의 정신을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동인지 ‘원탁문학’ 창간호는 1967년 5월 1일 팸플릿 형식으로 간행되었다. 그리고 같은 달 10일 동인지 창간을 기념하여 이날 광주미국문화원 강당에서 ‘원탁문학 발표회’를 가졌다. 범대순 시인의 사회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원탁문학 주변”(윤삼하), “오늘의 한국시”(박희연), “밖에서 본 원탁문학”(백완기), “현대소설에 있어서의 심리주의”(송기숙), “아동문학에 대하여”(조성원), “한국 현대소설의 과제”(구창환) 등의 주제 발표와 회원시 낭송이 있었다. 회원시 낭송에는 권일송, 황길현, 송선영, 김현곤, 손광은, 문병란, 박홍원, 범대순, 정현웅, 윤삼하 시인이 참여했고, 특별히 오화룡, 정소파, 허연, 이수복 시인이 초청되었다.
‘원탁문학’은 1969년 9월 10집을 내면서 종래의 팸플릿 형식에서 벗어나 단행본으로 발전했고, 1970년 11집부터 동인회 명칭을 ‘원탁시회’로 바꾸면서 ‘원탁시(圓卓詩)’라는 제호로 발간하게 되었다. 현재 연간으로 발행되고 있는 ‘원탁시’는 금년 6월 1일자로 59집의 지령을 얻게 되었다.
지난 세월 동안 원탁시를 거쳐 간 시인들은 참으로 많다. 창간 동인 15인 외에 김재흔, 허연, 문도채, 임효순, 정재완, 진헌성, 김재희, 주기운, 차의섭, 오명규, 송수권, 강인한, 허형만, 이한용, 이향아, 장효문, 조병기, 박덕은, 최재환, 최하림, 이진영, 국효문, 박주관, 신정숙, 최영숙, 박혜옥, 고성만, 박순선 시인들이 활동했다. 현재 회원으로는 강경호, 강만, 고선주, 김영박, 김은아, 김정희, 김종, 박판석, 백수인, 백추자, 서승현, 서춘기, 염창권, 오대교, 전숙, 전원범, 최봉희, 함진원, 허갑순 시인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장수 문학동인회인 ‘원탁시회’는 지난 2000년부터 창간기념일인 5월 1일을 ‘원탁시의 날’ 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통해 ‘인류 구원’과 ‘민주주의’의 원탁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월간 <시문학> 2014. 8월호)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