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체험으로 시작된 신앙생활
- 1982년초, 고교 진학을 앞둔 늦겨울에 생긴 일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영화롭고 찬란해. ♬
찬송가를 따라 부르는데 기쁨이 솟아오르더니 자꾸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간 대형교회의 신도들은 찬송에 이어 우렁찬 기도 소리로 예배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종교적 광란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만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건 아니다 싶어 가만히 눈을 감고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기도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신성한 바람이 저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가득 채웠습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야말로 모든 세포를 채우는 기운에 놀라 눈을 떴습니다.
그제껏 경험한 적 없는 완전한 자유와 커다란 기쁨에 웃었습니다.
옆에 앉은 사람이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 했습니다.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영화롭고 찬란해.
찬송가 노랫말의 의미를 체험으로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공동의 체험이 아님을 깨달은 나는 내 속으로 들어온 지극한 힘이 이끄는 대로 대형교회의 예배 현장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신성한 힘은 그곳이 적절하지 않은 곳임을 마음의 울림으로 전했습니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사랑과 무엇으로도 흔들릴 것 같지 않은 평화가 제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런 상태로 일주일 가까이 지냈습니다.
당시 저의 얼굴을 본 어느 형은 제 얼굴에서 광채가 났다고 했고, 오히려 집안 식구들은 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남이 못 본 것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그냥 얼굴로만 보이지 않고 그 앞에 영적인 얼굴이 겹쳐 보였습니다.
악의를 품은 사람이 말을 할 때는 그의 얼굴에 혀를 낼름거리는 뱀의 얼굴이 겹쳐 보였으며,
정신적으로 병든 사람의 얼굴에는 누리끼리한 독사의 얼굴이 겹쳐 보였습니다.
가장 분별하기 어려운 영은 보일듯 말듯 엷은 막을 두른 위선의 영이었습니다.
성령인 척하며 기독교인을 사로잡아 편협한 근본주의자를 만드는 더러운 영들도 보았습니다.
그렇게 영의 분별이 가능해진 덕분에 숱한 영적 위험을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깊은 구덩이로 걸어가던 어린 저를 건져내신 주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은총을 많이 받았다 함은 그만큼 제가 부족했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그날 이후 이제껏 성서를 탐구해 오고 있으며, 교회의 여러가지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