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집단 상담 받고 싶은데요... 3시간은 정말 무리예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마음의 치유를 원하지만 시간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분들.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꼭 3시간이어야만 할까?'
사이코드라마를 처음 만났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인생 드라마, 역할을 바꿔가며 얻는 깊은 통찰...
100년 전 모레노 박사가 창시한 이 방법은 정말 놀라운 치료법이었죠.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한 세션에 3시간. 워밍업 1시간, 행위화 1시간 30분, 나눔 30분.
현대인의 평균 여가시간은 하루 3시간 남짓. 그 소중한 시간을 온전히 치료에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조카와 레고를 가지고 놀다가 번뜩 떠오른 생각.
"심리치료도 이렇게 할 수 없을까?"
작은 블록들을 조합해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레고처럼, 치료의 요소들을 모듈화하면 어떨까?
필요에 따라 선택하고, 시간에 맞춰 조합하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마인드 인액트먼트'입니다.
전통적인 사이코드라마를 4개의 독립적 모듈로 재구성했습니다:
MA: 몸으로 시작하는 마음 열기
SM: 관계의 지도 그리기
EM: 변화의 연습
SR: 경험을 삶으로 가져오기
마치 한정식집에서 단품, 정식, 코스를 선택하듯, 상황에 맞게 고를 수 있습니다.
30분 단품부터 2시간 코스까지, 15가지 조합이 가능하죠.
"30분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겠어요?"
당연한 의구심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영화의 명장면은 몇 분일까요? 인생을 바꾼 한 마디는 몇 초였을까요?
중요한 건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경험의 깊이입니다.
만약 IT 회사 직원들이 점심시간 후 30분을 활용한다면 어떨까요?
프로젝트 스트레스로 지친 개발팀.
회의실에 모여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현재의 에너지 상태를 확인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
단 30분이지만, 오후 업무의 효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팀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누면 자유로운 즉흥성이 사라지는 거 아닌가요?"
좋은 지적입니다. 하지만 재즈를 생각해보세요. 완전한 즉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탄탄한 기본기 위에서 자유가 춤을 춥니다.
마인드 인액트먼트의 '구조화된 자발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전한 틀이 있기에 더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사이코드라마 디렉터로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치유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
마인드 인액트먼트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도구입니다.
3시간을 30분으로, 복잡함을 단순함으로, 그러면서도 깊이는 잃지 않는 접근법입니다.
오늘은 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몸이 먼저 알고 마음이 따라온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정말 자세를 바꾸면 마음이 바뀔까요? 과학이 밝힌 놀라운 사실들, 함께 확인해보시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사이코드라마 디렉터 김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