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김 종 욱
저는 지금까지 팔공산에 관심을 두고 있는 모임에 몇 차례 참석을 해보았지만 지난해 11월 발기인으로 이 모임에 참석하고 나서야 비로소 팔공산의 진정한 미래를 예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회의 목적에서 밝혔듯이 팔공산에 숨겨진 유형무형의 자원을 보존하고 이를 홍보하며, 이를 위해 팔공산에 관한 학술 연구가 기반이 된 각종 활동을 실행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팔공산을 답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 조사하여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잊고 지낸 소중한 자원의 활용에 대한 꾸준한 학술발표 등, 지금까지 팔공산의 발전을 위해 오랜 기간 깊은 연구를 해 오신 학자분들이 이 자리를 함께 하고 계시기에 더욱 든든할 따름입니다. 이에 각각의 전문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들은 그분들에게 차차 듣기로 하고 오늘은 총론적인 이야기 가운데서 앞으로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짚어 볼까 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짧은 시간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아서 두서가 없으나, 제가 생각하는 바를 요약하자면 팔공산의 방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가운데 경제적인 생산성을 추구하여 지속가능한 보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정보 수집에 관한 부분에서 우선 실행되어야 하는 것이 지리적 정보의 체계화와 문서화입니다.
저는 1958년 3월 선배 한 사람과 처음으로 팔공산 등반을 하였습니다. 정상부근에 와 보니 비슷비슷한 봉우리가 4개 있는데 도무지 어느 봉이 정상인지 모르겠는데 선배가 ‘여기 돌을 잘 쌓아 둔 것을 보니 이것이 봉화대이고 여기가 정상이다’라고 결정했습니다. 그 뒤 5만분의 1지도로 확인해보니 우리가 간 곳은 정상이 맞았고 동쪽은 동봉, 서쪽은 서봉이었습니다.
이렇게 잘못 표기된 지명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공공기관에서 만들어 내는 안내서마저 통일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봉우리나 골짜기 이름, 재의 이름뿐만 아니라, 마을 이름 등이 헷갈리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 산악회마다 자기들대로 붙인 이름이 그냥 불려오고 있는 곳도 많이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는 지명에 관한 것뿐만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대구시 보고서에 의하면 팔공산은 넓이가 122km2로 속리산의 2배가 되며 주능선의 길이는 20km입니다. 하지만 경상북도 보고서에는 주능선의 길이가 29km로 기록되어져 있고 또 어느 백과사전에는 16km로 기록되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한 정보체계로 인해 현재 팔공산의 안내 표식판도 잘못된 표기가 많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무형의 자산을 정리하는 것 또한 시급한 일이나 그에 앞서 팔공산의 정체성을 감소(?)시키는 동봉이니 서봉이라는 지명대신 제왕봉, 미타봉과 같은 봉우리의 이름 찾기 등 지리적 정보를 정리해야 되겠습니다. 그 외의 노적봉, 인봉, 늪제, 신녕제 등등의 정확한 위치와 명칭을 정리하고 본래의 이름을 찾고 지도상에 바르게 표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 시군구청, 산악연맹, 팔공산 사랑모임 등을 통해서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만들어지는 지도에도 바로 표기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두 번째는 역사적 정보의 문화 컨텐츠화입니다.
팔공산의 수많은 자연유산을 정리보전하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삼국사기에도 신라 오악 중 가장 중요시하는 중악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천신에게 제를 올리는 제천단 역할을 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삼국유사에는 중악이 곧 지금의 공산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상이 제천단이라는 것을 못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김유신 장군과 자장율사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그냥 치울 것이 아니고 원효대사가 정말로 오도굴에서 득도를 하였는지도 확인하고 부인사와 초초대장경과의 관계도 확실히 밝혀서 이런 역사적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관광자원이 될 것입니다.
천연기념물 1호인 도동의 측백수림에서 시작하여 왕건과 신숭겸 장군의 발자취와 함께 팔공산을 잘 둘러 본다면 어디하나 손색없는 관광코스가 될 것입니다. 팔공산을 넘어 제2석굴암이나 재대로 돌담과 한옥이 잘 보존되어 있는 한 밤의 마을까지도 어떤 모양이든간에 시간에 맞는 몇 개의 관광코스를 만들어 전국은 물론 세계인을 불러들일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하루 빨리 벨트화해야 되겠습니다.
문화제의 보고인 팔공산을 제대로 정리하고 현대인에게 맞는 계획을 하고 행정당국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하도록 우리가 노력해야겠습니다. 전남 장흥 우드랜드의 산림 박물관, 편백나무 숲, 소설의 여주인공인 춘향이를 모셔놓은 남원 춘향사당, 가까운 직지사 관광단지를 보면서 대구시와는 비교도 안되는 김천시, 장흥군 남원이 투자하는 모습이 부럽기만 합니다.
우리 대구시에서도 좀 더 먼 안목으로 계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전기의 지중화 사업을 위해 관을 30년 전에 땅속에 모두 묻어놓고도 그 위에 전봇대를 세워 놓은 이 동화지구를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하루빨리 품격있는 관광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합니다.
앞서 우리가 수집한 정보는 이미 여기 계신 학자들께서 알고 계시겠지만 무궁한 문화적 자산이며, 이러한 문화의 경제적 가치는 금액으로 따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문화유산의 사장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문화컨텐츠의 개발과 구축이 필요합니다. 이는 지역 인력의 활용과 연계되어 청년 실업 뿐만 아니라 노년기 일자리 창출과 같은 대구시의 사업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보의 활용과 생산측면에서 박물관건립입니다.
유럽 여행을 하시면서 유명산악인이 살았던 집과 그가 사용했던 산악 장비만으로도 유명 산악박물관이 되어 세계의 관광객이 찾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박물관의 마당은 알프스에서 조난당한 산악인의 공동묘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팔공산에 있는 과거의 여러 가지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미래의 설계까지 내다볼 수 있는 것들을 전시하면서, 이미 많은 자료가 보존 전시되어 있는 동화사와 연계해도 좋을 것이며 우리나라 근대 산악운동의 주축을 이룬 대구산악운동의 본산인 팔공산에 근대 산악사의 자료를 모으고 정리해서 팔공산을 찾는 이들에게 전시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수년전 뜻있는 대구 산악인 한분이 박물관과 전문 산악인이 야영할 수 있는 만평이 넘는 충분한 넓이의 땅을 대한산악연맹 대구연맹에 기증하였는데도 이런 저런 법에 묶여서 더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 개인 생각으로는 크지 않은 건물이라도 인공암벽과 같이 설계하면 박물관은 물론 전문 산악인 훈련장으로, 등산학교의 교실로, 또 기업이나 공무원들의 교육의 장, 시민들의 생태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면 작은 경비로 유지 운영되면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모양을 갖춘 문화예술관이 하나 지어져서 팔공산 자락에 거주하는 문화예술인은 물론 대구의 작가들이 일년 내내 계속 작품발표를 하고 음악회와 연극 등의 공연이 계속 된다면 대구광역시의 품격은 물론 팔공산 일대의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무엇보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팔공산을 변함없는 가능한 한 자연 그대로 보존하여 후손들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팔공산은 6.25한국 전쟁때에는 대구를 지켜준 마지막 보루였으며, 대구시민에게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입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골골이 물이 흘렀고 그 물은 모두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새들은 사라지고 골짜기의 물은 일년에 반은 볼 수 가 없으며, 산성비로 인해 낙엽은 썩지 않고 있습니다. 팔공산 산림 토양 오염도 조사를 하루 빨리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좀 더 적극적으로 팔공산 보호운동에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진행될 모든 일들은 자연 보존, 환경보호의 기본에서 절대 벗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거미줄처럼 얽힌 등산로에 휴식년제를 적용해야 합니다. 둘레길을 만든다는 핑계로 등산로를 개척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좀 더 신중하고 충분히 검토되어서 필요이상으로 인공적인 길을 만들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하여 팔공산은 우리나라의 명산으로 다시 태어나야합니다. 불로동에서 시작하여 가산까지 이어지는 가을단풍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단풍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곳이 아닌 머물 수 있는 자연공간으로, 그 안에서 팔공산의 식물들이 자라나듯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야합니다.
겨울이 되면 비닐이 휘날리고 있는 흉물로 변하는 부인사 부근의 포도밭이 관광객이 찾아오는 녹차밭으로 변할 것을 상상하면서 저의 횡설수설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팔공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제언에 감사드립니다.
뜻을 굳게 가지고 반드시 성취시키도록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