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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공간』 1호
죽이고 싶은 아이 1·2 이꽃님 저 / 우리학교
줌 토론일자 : 2024년 11월 8일 금요일 저녁 8-10시
이재복: 안녕하세요. 오늘은 강의를 듣는 자리가 아니라 토론을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화면을 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놀이는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아끼고 사랑하는 100여 명 분들의 월 만원 후원으로 운영되는 출판사입니다. 순수하게 후원비로 운영하는 출판사에요. 책을 만드는 것도 물론 출판 놀이가 하는 일이고요. 다양한 출판운동들이 뭐가 있을까 싶어서 『동시빵가게』라고, 새로운 동시를 소개하는 웹진을 꽤 오랫동안 운영해 왔고요. 또 하나 저희가 이제 『비평공간』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아동·청소년 문학에 비평이 없다는 얘기들은 늘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비평이 없다기보다는 비평 공간 같은, ‘공간’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게 아닐까 싶어요. 단순히 글로 읽는 것보다 같이 참여해서 토론했을 때 상당히 많은 자극을 받지 않습니까? 그냥 쓰인 글을 읽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앞으로 『비평공간』을 2개월에 한 번씩 격월간으로 해보려고 해요. 여기서 토론이 모아지면 그 내용을 저희가 글로 잘 정리를 해서, 동시빵가게 웹진처럼 여러분들이 읽을 수 있게 해보려고 합니다.
첫 토론은 어떤 작품을 할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쟁점이 되는 작품은 역시 또 베스트셀러인 것 같았습니다. 여러분들이 관심도 많이 갖고 계실 것 같고요. 청소년 소설 중에서 ‘죽이고 싶은 아이’가 요즘 가장 많이 읽히는 베스트셀러인 것 같아요. 저도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어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여러분도 그러시지 않을까 싶어 이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앞으로도 『비평공간』에서 가능하면 베스트셀러 작품을 많이 하면 좋겠어요. 베스트셀러는 지금 이 시대를 반영하는 어떤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말씀을 많이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작품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같이 토론해 준다는 것은, 제가 생각할 때는 우선 이 작품을 쓴 작가한테도 큰 영광일 것 같아요. 한 작가의 작품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또 글로도 정리를 한다면 이게 작가들한테도 상당히 도움을 줄 수 있는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비평하고 비난은 다른 거지요. 저희가 비평 공간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독자로서 이름을 걸고 작품에 대해서 느낀 걸 솔직하게 얘기해 보자는 의미거든요. 작가 입장에서는 독자들의 그런 솔직한 얘기를 전해 듣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요. 작가 지망생들이나 독서 교육을 하는 분들도 이런 토론 자리에서 나오는 얘기를 가감 없이 듣는 것도 상당히 좋을 것 같고요. 오늘 비평 공간의 첫 시작을 여는 데 참여해 주신 여러분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 이 작품의 긍정적인 면이라든가 또 작품을 읽으면서 아, 이게 참 인상 깊었다, 하는 이야기로 시작을 해 보지요. 있는 그대로, 느끼신 그대로 말씀을 많이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동적인 장면이라든가 문장이라든가 이런 게 있겠죠. 누가 먼저 시작을 좀 열어주시죠. 먼저 이향지 씨가 작가의 입장에서 한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향지: 정말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요? 손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뒷얘기가 너무 궁금해가지고.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의 심리를 끝까지, 바닥까지 다 보여주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그게 먼저 떠오릅니다.
이재복: 인간의 심리를 바닥까지 파고 들어가서 보여준 점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 작가 입장에서 그런 것들이 상당히 쉽지가 않은데, 하는 느낌이 드신 거죠? 그렇게 파고 들어가는 지점이.
이향지: 정말 치열하게 그걸 다 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인물 하나하나에 대해서 옳고 그름, 이런 잣대에서 보지 않고 각각의 욕망에 대해서 들여다보았다는 생각이에요.
김바다: 저는 옛날에 이 책이 처음 나올 때 알았는데, 제목이 제일 마음에 안 들어가지고 안 읽으려고 했는데 토론한다, 그래서 읽게 되었는데요. 저는 1권을 읽으면서 구성에서 흡입력이 있다,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인물들의 대화로 푸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이야기만 펼쳐놓아서 그 인물에 대해서, 그 사건에 대해서, 이해하는 게 조금 쉬웠다. 그런 면이 있었고요. 그래서 성인 독자보다 청소년 독자가 읽으면 공감을 더욱 잘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이재복: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 좋았다는 말씀이신가요?
김바다: 그러니까 한 사람씩 인터뷰하는 식으로 하는데 그 사람의 이야기만 펼쳐 놓아서 조금 덜 중복된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재복: 그런 면에서 중복되는 면이 좀 덜한 것 같다. 네, 전혀 새로운 기법은 아니지만, 직접적으로 육성을 전하는 기법을 이용해 긴장감을 갖게끔 만들어 내는 능력이 상당히 좀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네, 계속 긍정적인 면을 먼저 좀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김진영: 김바다 선생님께서 얘기하신 대로 구성에서 좀 남다르다.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한 사건을 중점에 두고 인터뷰했던 사람들을 주위에 방사형으로, 뭔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 사건으로 계속 파고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구성은 정말 너무나 뛰어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근데 마지막에 결론 부분에 있어서 책을 읽은 아이들하고 같이 얘기를 해봤을 때, 어른들이 생각하는 결론에 대한 생각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결론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도대체 이게 왜 이럴까? 생각을 해봤어요. 저는 ‘죽이고 싶은 아이’라는 제목처럼 결국에는 주연이가 서은이를 마음으로든 심적으로든 죽였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아이들은 그걸 절대 받아주지 않더라고요. 아이들은 사실 그대로 그냥 “목격자가 죽였잖아요.” “목격자가 결국엔 범인이잖아요.”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작품을 보면서 어른들이 보는 거랑 아이들이 보는 거랑 참 다르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재복: 아이들은 실제로 물리적으로 누가 죽인 것이냐, 하는 팩트로 접근하고, 작가인 김진영 씨는 제목이 상징한 것으로 접근한 거군요. 아주 미묘하게 복합적인 양면성이 팩트하고 주인공 내면의 상징성하고, 이 두 개가 미묘하게 갈린다, 이거죠. 그 지점을 한꺼번에 읽어내면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애들은 팩트를 읽는다. 그것도 재미난 말씀인 것 같네요. 역시 애들이랑 같이 책을 읽으시니까 상당히 재미난 지점이 딱 발견되는 것 같은데요.
또 말씀해 주시죠.
장가영: 가장 좋은 거는 역시 너무 쉽게 술술 읽힌다는 거고요. 막히는 거 없이 가독성 있게 읽혔고, 뭐 말투나 이런 게 요즘 아이들 같았어요. 다른 작품들 보면 대사나 이런 게 너무 문어체거나 옛날 말 같은 게 보이는데, 진짜 어린 친구들의 말투가 그대로 드러나서 좋았어요. 저는 2편보다는 1편이 조금 더 재밌었어요. 같은 사건을 두고 계속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 그걸로 끝까지 밀고 가잖아요. 그런 게 너무 재밌었던 거 같아요. ‘라쇼몽’ 그런 것도 생각이 났고요. 계속 추리하게 되고, 누가 죽였을까? 주연이라는 학생은 어떤 학생일까? 이런 의문이 계속 들게끔 밀고 나간 것 같아요.
이재복: 추리 기법 같은 걸 쓰죠. 관심을 갖게 하는 걸 던져놓고 시작하니까 빨려 들어가는 힘이 있죠. 사실 작품을 쓸 때 그렇게 연출하는 게 쉽지는 않죠. 그런 면에서 상당히 이야기꾼의 독특한 능력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게 쉬운 게 아니거든요.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문제를 하나 던져놓고 그 긴장감을 계속 이끌어 간다는 게. 잘못하면 빤히 다 들키잖아요. 몇 장 나가면 벌써 다 들켜가지고 결말이 뻔하네, 이렇게 나갈 것 같은데 하는데, 이 작가는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게끔 만드는 그 힘이 역시 좀 남다른 것 같아요. 우리가 이런 토론을 통해서 배울 점은 배우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임은주 씨는 어떻습니까?
임은주: 저는 예전부터 제목은 알고 있었어요.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고 뭐랄까 한 번 들었을 때 인상이 깊게 남았지만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 제목이 작가 본인이 지은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출판사가 학생들한테 의뢰를 해서 학생들이 뭐 이런 제목이 좋겠다, 그렇게 지은 거라고요. 뭐 때문에 친구를 죽이고 싶은지, 그 죽이고 싶은 이유가 궁금하기 때문에 흡입력 있게, 재밌게 볼 수는 있었어요. 근데 저는 뭐 그것 말고는 딱히 장점을 찾을 수는 없었어요. 좋은 점을 말하라고 하셔가지고.
이재복: 아니요. 이제는 뭐 시간이 좀 지났으니까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은주: 내용이 인터뷰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다양한 계층의 여러 사람이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친구들이 주로 많이 나오긴 하지만요. 고양이 키우는 사람이라든지 나이 든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인물들의 말투가 전부 똑 같아요. 수다쟁이인 거예요. 말투도 똑같고 말의 템포도 똑같아서, 예전에 김수현 드라마 보면 모두 다 달변가처럼 나오잖아요. 김수현 드라마를 보면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는데,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도 되게 수다스럽고 장황하고 그렇더라고요. 이것이 작가의 목소리인 것 같은데, 다양한 계층을 인터뷰했지만 다양하지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게 살인사건인데 1, 2권 전체로 봤을 때 뭐 혈흔이라든지 그런 내용이 전혀 없어요. 그래서 이건 경찰이 진짜 수사를 한 건지. 1, 2권 통틀어서 어느 부분에서는 혈흔의 방향이라든지 이런 걸 다 언급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도 아쉽고,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그리고 또 중간 중간에 허술한 부분도 되게 많았어요. 주인공이 서은이네 엄마한테 가서 밥도 먹고. 이런 것도 작위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재복: 지금 상당히 많은 토론할 주제를 주셨어요. 작품을 다양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임은주 씨가 해 주신 말씀에 여러분들도 토론 한번 해 주시죠. 김연희 씨는 어떻습니까?
김연희: 임은주 씨 말씀하실 때 전화가 와서 제대로 듣지는 못했어요. 저는 작품의 단점에 대해서 뒤에서 계속 얘기는 하시겠지만, ‘죽이고 싶은 아이’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첫 번째는 청소년 소설에서 되게 다루기 어려운 부분의 경계를 넓혔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리고 저는 이 작품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이 연상됐어요. 그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사람들이 막 떠들어대는 그런 모습이 연관되어서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이게 두 번째고요.
세 번째는 주연이가 친구한테 집착하는 모습이 조금 과하긴 했는데, 저는 이게 청소년들 아이들 중에 친구가 없고 단짝으로 다니는 애들이 있잖아요. 그런 애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청소년 시절에 단짝 같은 친구가 나 말고 다른 친구들하고 더 가까워지니까 질투심을 느끼고 울고불고 했었던 기억이 있어서 약간 공감이 되는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거든요. 앞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이꽃님 작가 작품은 가독성도 높고요. 저도 2권 보다는 1권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이재복: ‘청소년 문학의 경계를 좀 넓힌 것 같다’라는 말이 인상 깊게 와 닫는데 어떤 면에서 경계를 넓힌 것 같다는 말씀하신 거죠?
김연희: 살인 사건에 친구가 개입이 되고, 한 청소년이 모든 사람들의 질타와 이슈의 중심이 된 거잖아요. 온 국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이 하나를 되게 막 욕하고 비난하고 궁지로 몰아가는 그런 거잖아요.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에서 그런 모습들이 비춰지는 작품을 제가 아직 접해보지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새롭게 보였어요. 건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점이 경계를 넓힌 소재다, 이런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재복 : 김연희 씨 말씀을 들으면서, 아동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새롭다고 느낀 점을 저도 한 말씀 드립니다. 내가 생각할 때 기존의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들은 뭔가 도덕적인 관념, 어떤 도덕·윤리적인 그런 관념 속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도덕관념 속에서 일종의 선을 넘어선 안 되고 또 뭔가 성장의 과정 속에 있어야 된다고 여긴 거지요.
청소년문학 하면 성장 소설로 도식화하는 관념화된 생각들이 있었던 건데요. 이 작품은 그런 도덕적인 관념, 고정 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어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고정화된 관념하고는 분명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뭘 더 잘해서 성장하고 그런 개념이 아니고 철저하게 자기 욕망에 충실한 아이들인 것 같아요. 그 욕망이라는 게 보통 선한 욕망이거나, 희생하고 헌신해서 도덕적인 가치에 준하는 그런 교훈적인 의미로 작동하는 욕망이 아니지요.
이 두 아이의 욕망은 우정인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관념의 우정이 아니에요. 강자, 약자라는 그런 개념을 넘어서서 철저하게 자기가 생존하기 위해서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인간의 내재된 욕망을 그려내고 있어요. 그 욕망이라는 게 결국은 사람의 생존 본능인데, 도덕적인 방향으로 계몽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진짜 인간의 욕망이라는 건 뭐냐, 우정이라는 것도 결국은 다 각자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살려고 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라는 거지요.
보통 아동·청소년 문학을 하겠다는 기존의 사람들은 착한 아이 만들어야지, 착한 관계 설정해야 되는데, 그리고 애가 좀 실수해도 나중에는 반성해서 성장한 아이가 된다는 식의 도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꽃님 작가의 ‘죽이고 싶은 아이’는 그렇지 않지요. 세상이 바뀌어 가는 건가, 이래서 독자들이 이 작품을 새롭게 느끼는 건가, 싶어요.
지금은 어린이,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라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어른, 아이 구별이 없잖아요. 어른, 아이의 경계가 허물어진 그런 속에 내던져졌기 때문에 청소년 문학도 이제는 옛날처럼 선악의 문제를 넘어서서 치열하게 인간과 인간의 관계라거나 인간 본능의 어두운 점 따위를 밝히는 쪽으로 시선이 가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말이 쉽지, 지금 아동·청소년문학 하는 작가들은 내면에 그래도 착한 아이 그려야 되는데, 그래도 뭔가 교훈은 있어야 되는데, 그래도 성장을 해야 되는데, 뭐 이런 식의 도덕관념을 가지고 들어오기 때문에 이꽃님 작가가 쓰는 이와 같은 시선이 아무리 부럽고 하고 싶어도 이미 내재화된 관념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장가영: 서은이가 그날 있었던 실제 사건을 보여주는 장면이 좋았거든요. 서은이가 너무 착하고 그런 친구가 아니라, 얘도 결국 주연이를 이용한 거잖아요. 주연이가 가진 것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저는 서은이의 캐릭터가 좋다고 파악을 했어요. 1권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2권에 가서는 1권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거든요. 2권에서는 갑자기 친구를 위하고, 이게 진짜 우정이고, 그런 식으로 나오잖아요. 서은의 엄마 입장에서는 실제와 상관없이 당연히 내 딸이 착하고 이런 느낌으로 읽고 싶었는데, 2권에 가면서 너무 갑자기 서은이도 착하고 주연이도 착해요. 저는 1권에서 주연이가 자신이 이용당했고, 둘 다 친구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기억을 일부러 삭제하는 장면이 되게 멋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2권으로 가면 자신이 얘를 구해주지 못해서 그게 너무 미안해서 기억을 잃은 것처럼 서술되니까요.
2권에 가면 다 착해지더라고요. 주연이도 더 착해지는 것 같고, 서은이도 더 착해지는 것 같았어요. 저는 2권으로 가면서 캐릭터가 변형되는 느낌이 들어서 어떻게 읽으셨는지 좀 궁금하더라고요, 걔네들이 했던 게 진짜 어떤 우정처럼 느껴지셨는지?
김연희: 장가영 선생님 말에 완전 동의합니다. 작가님이 비난을 의식하셨나, 생각이 들었어요. 주연이를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려고 되게 너무 애를 쓰시다 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나, 혼자 뇌피셜을 좀 해봤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읽으면서 주연이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연이가 끝없이 자기 합리화를 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건데, 그러면서 내적 갈등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오히려 주인공의 서사보다 주변 서사가 너무 많아서 이 극복의 의미가 그냥 정말 억지로 극복시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재복: 작가가 더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2권을 쓴 것 자체를 뭐라고 문제제기 할 수는 없겠지요. 두 분 얘기를 들어보면 한 캐릭터를 두고 다른 사람이 쓴 것 같다는 것이지요. 1권에는 치열하게 욕망의 문제에 대해서 다룬 캐릭터가 2권에는 선한 인물로 확 변해버려서, 이게 인물의 일관성이나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쉽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잖아요.
‘작가의 말’에 보면 작가는 자기가 쓴 인물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는 의미에서 2권을 쓰게 됐다고 하지요. 작가는 당연히 인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지요. 그런데 작가가 인물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저는 이해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어떻게 이해를 해야 될까요? 책임을 져야 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런 게 혼돈이 오니까 지금 1권, 2권이 상당히 다르게 읽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김바다: 1권만 쓰려고 한 것 같아요. ‘작가의 말’에서 학생들이 인물에 대해서 책임을 져라, 이렇게 해서 2권을 쓴 것 같아요. 1권에서 설명으로 주연이가 안 죽였다는 내용이 한 페이지인가 두 페이지에 들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만약에 2권까지 끌고 갈 것 같았으면 그 부분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작가가 1권으로 마무리할라 그랬는데 그런 요청을 받고, 또 책이 잘 팔리기도 하니까, 인물을 책임지기 위해서 2권을 썼다는 생각이 들고요.
제가 또 생각되는 부분은 이제 “기억나지 않습니다.” 심문을 받을 때 이렇게 대답을 하는 것은, 오늘 변호사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자기가 한 행동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제스처들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아예 안했습니다.” 하면 자기가 안 한걸 부정하는 게 되는데,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면 의심을 주게 된다고요. 그러니까 “기억나지 않습니다.”로 끌고 가는 것은, 독자들을 이끄는 힘이었다고 생각을 하고요.
제가 생각한 것은 주연이와 서은이가 서로서로 결핍된 부분이 있는데 그 결핍된 부분을 서은이는 최소화하면서 주연이한테 맞춰주고, 주연이는 자기의 결핍됨을 최대화시키면서 관계가 좋았는데, 거기서 어긋난 게, 서은이가 대학생하고 사귀면서 삼자 관계가 되니까 주연이가 질투도 심하고 어릴 때 부모와의 관계가 잘 안 되어서 결핍이 있던 게 몸에 강화됐다고 그렇게 봤고요. 그래서 저도 2권에서 설명이 많이 들어가니까 재미가 좀 떨어졌다. 그렇게 읽었습니다.
신서유: 저도 1권으로 마칠 것을 2권까지 쓴 것 같아요. 읽었을 때 느낌이 어땠냐면 1권은 되게 괴로웠고요. 2권은 되게 슬펐어요. 그리고 1,2권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생각은 제목이 죽이고 싶은 아이인데 다 읽고 나니까, 주인공 주연이에게 서은은 죽일 수 없는 아이였더라고요.
우선은 1권으로 저질러 놓은 그 사건들을 2권에서 책임져야 되겠다는 생각을 정말 작가가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저도 좀 들기는 했거든요. 그래서 1권과 2권의 주인공들의 성격이 다르게 나타났나, 생각을 했는데 또 다르게 생각한 것은, 성격이 바뀔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1권에서 주인공 주연이는 돈도 많고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한테도 인기도 많은 강자라면, 2권에서 주연이는 비난 받고 욕먹고 엄마, 아빠마저 나를 믿어주지 않는 아이가 돼버렸거든요. 약자가 돼버렸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인물의 성격은 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저는 좀 수긍을 잘하는 성격이라 그 성격의 변화에 수긍이 되더라고요.
처음에 선생님들이 장점과 단점을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단점이 되게 자극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장점도 자극적이라고 생각을 해요.
이재복: 어떤 의미에서요?
신서유: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인터뷰 형식이라는 게 요즘 아이들이 숏츠 보듯이 장면 장면을 나눠서 짧게짧게 가는 그 아이들의 호흡을 되게 잘 살렸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그런 것들을 잘 파고들지 않았나, 생각을 했습니다.
이재복: 아주 재미있게 말씀해 주시네요. 주연이라고 하는 인물이 앞에는 강자였다가 뒤에는 살인사건의 누명을 쓰게 된 약자기 때문에 성격도 변할 수밖에 없지 않냐, 그 말씀도 이해가 되네요. 요즘 애들이 숏츠 같은 걸 많이 보니까 문학의 형식도 지금 상당히 바뀌어 가는 게 아닌가, 애들의 감각, 감성 이런 것들이 아주 짧으면서도 자극적인 쪽으로 가는데 지금 이 구성 방법이 문학 기법 상에서 그런 지점을 닮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해요. 인물 하나를 딱 설정해 놓고 마치 숏츠 보듯이, 짧은 장면들이 연결이 되는데, 그게 상당히 극적인 장치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미묘하게 이 형식이 요즘 아이들이 일상에서 살아가는 문화 현상하고 맞닿아 있다는 거지요.
전통적인 관념에서 내면의 깊은 심리묘사 문장을 읽어내는 소설의 맛하고 분명히 다르지요. 요즘 청소년들은 옛날 고전 소설을 읽기 힘들텐데, 그래서 이런 현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괴로웠던 이유는 왜 괴로우셨던 거예요? 1권을 읽으실 때.
신서유: 청소년 시기에 겪어야 되는 것들이 정말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고, 그래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청소년들을 바르게 써줘야 되고, 좋은 말 예쁜 말도 써줘야 되고, 좀 성장도 해야 되고,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시원시원하게 썼는데, 거기에서 저도 부딪치는 거죠. 그게 좀 괴롭다. 근데 그게 사실이라서 괴롭다.
책에서 한 아이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도 너무나 현실적으로 있는 일이고 그리고 죽음이나 폭력도 너무 현실적으로 있는 일이고,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이고, 어디에나 있고, 그런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글로 접했을 때, 저는 이제 엄마라는 관점에서 좀 많이 괴로웠었죠, 그게 사실이라는 것에 대해서. 1권이 저는 허구로 안 읽히더라고요. 그래서 괴로웠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동·청소년 작가들이 그 부분이 가장 괴롭지 않았을까. 저도 읽으면서 엄마로서 많이 괴롭고 어른으로서 괴로웠던 것 같아요.
이재복: 지금 그 지점이 우리를 상당히 괴롭게 하지요. 한편으로는 이 작가가 만만치 않은 점이 있다, 날카로운 지점이 있다. 그러니까 보는 시각에 따라서 양면으로 느껴질 아주 독특한 개성인 것 같아요.
인물이 서로 집착하는데, 주연이 집착하는 장면이 있지 않습니까?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요. 작품을 읽을 때 구체적으로 여러분들이 재미있게 읽은 장면을 놓고 한번 얘기해도 좋을 것 같거든요. 137쪽 보면 남자친구하고의 삼각관계가 나오잖아요.
마치 노예 계약한 것처럼, 주연은 서은이가 자기 말을 다 따라주고 자기 따라오는 대로 해야 되지요. 이 작품은 우정이 욕망을 둘러싼 권력의 관계로 맺어지는 걸 깊이 파고드는데, 주연이라고 하는 캐릭터는 당연히 자기가 이 아이하고 관계에서 우위에 있어야 되지요. 그래서 자존심이 벌겋게 달아올라 가지고 만난 지 겨우 몇 달도 안 된 남자친구 때문에 자신을 혼자 두는 걸 이해할 수가 없었던 거죠. 주연이에게 서은이는 함께 있으면 늘 즐겁고 슬프나 기쁠 때나 생각나는 존재였는데 서은이는 왜 아닐까?
“너 하고 싶은 대로 할 거 다 하면서, 나하고 친구는 계속하고 싶어? 왜? 나한테 아직도 받아갈 게 많아서?”뭐 이런 식으로, 엄청 자기애적인 게 강하잖아요. 그래서 결국은 138쪽에 주연의 이런 문장이 상당히 날카로워요.
“주연아, 그런 게 아니잖아.”
“너 아까 내가 시키는 건 다 한다고 했지? 그럼 죽어 봐.”
“지주연.”
“왜? 시키는 대로 다 한다며? 너 맨날 거짓말만 해?”
자신이 더는 서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 기분을 주연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주연의 눈에 벽돌 하나가 들어왔다. 주연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못 죽겠어? 그럼 내가 죽여줄게.”
어떻게 보면 자기애가 엄청 강하고 독점적이고 소유, 그러니까 우정이 어떤 사랑의 소유겠죠? 주연이는 한 인간을 자기 마음대로 소유하려고 하는 집착이 아주 강하기도 하고 거꾸로 상대에 대한 의존성도 강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복합적이며 양면적인 아이의 긴장상태를 벽돌로 보여주지요. 이런 장면 묘사는 만만치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극적인 드라마를 보듯이 감정을 몰아가면서 폭발시키는데, 이런 점이 이 작가의 특성이기도 하고요.
기존 아동·청소년문학 하는 사람들이 보면 이러한 욕망은 어떻게 보면 병적인 것 같은데도, 우리는 이 아이가 병적인 아이라기보다는 사랑이라든가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질 수 있는 폭력에 대해서, 인간의 내면에 대한 탐구를 한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아까 신서유 씨가 말씀하신 대로 괴롭지만 이게 또 내칠 수는 없는, 우리를 괴롭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는 묘한 그런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진영: 저는 서은이가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 내가 너의 친구로 있으면서 기분이 얼마나 더러웠는 줄 아느냐, 라고 말하는 장면 있잖아요. 그 장면이 되게 와 닿았어요. 정말 여기까지 다 작가가 썼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갑과 을의 관계에 있을 때 욕심을 버려야 될 때가 있잖아요. 속으로 막 욕하고 하잖아요. 솔직히 말해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그럴 때가 있거든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작가가 그 부분을 다 드러내 준 게 자꾸 생각이 났어요.
저도 전체적인 느낌을 이야기 하면,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었어요. 그래서 1권을 다 읽고 나서는 “어유 그냥 제목을 벽돌로 하지. 벽돌이구만.”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주연이가 2권에서 변화되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그리고 계속 기억이 안 난다, 죽인 게 기억이 안 난다, 얘기를 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공감이 갔었거든요.
제가 20대 초반 대학교 때 제 주변에 같은 과, 한 선배가 자살을 한 적이 있어요. 되게 친한 선배는 아니었는데, 그 선배가 그래도 간간이 연락했던 선배였는데, 제가 안 죽였죠. 제가 죽인 게 아닌데, 나는 그 선배의 죽음에 조금이라도 어떠한 해를,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게 없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 내가 만약에 그 선배한테 요렇게 행동을 했더라면, 그 선배는 죽지 않지 않았을까? 내가 죽인 건 아니지만, 주연이가 “내가 죽인 것 같아요.” 하잖아요. 그 말이 공감이 갔어요. 내가 죽인 게 아닌 걸 아는데도, 내가 물리적으로 죽이진 않았지만, 심적으로는 충분히 죽일 수 있었다, 라는 그런 심정이 수긍이 되었어요.
그리고 인물에 대한 책임을 져 달라, 라는 말은 저도 1권을 읽고 나서, 어, 이렇게 끝나면 주연이를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알아서 상상하면 되겠지만, 주연이가 어떻게 사회에 적응해 나갈까? 궁금한 거예요. 아마 이 책을 읽은 청소년들이 인물에 대해 책임을 져 주세요, 라고 한 게 그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얘가 죽인 게 아니잖아요. 얘가 사회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게 아니었을까.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 달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잘 읽히고 너무너무 재미있었는데, 읽으면서 속상했던 좀 마음이 아픈 부분이 있어요. 사회적 이슈가 너무 돼서 방송에 나가고 유튜버들이 자꾸 영상을 자극적으로 만들어서 내 보내는 장면이 나올 때 그 부분을 좀 덜 쓰거나 걸러서 쓰거나 그래야 되지 않았을까? 이걸 읽은 아이들이 그런 행동들을 되풀이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저는 1권, 2권 모두 정말 잡고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 읽을 때까지 아무 일도 못하게 만들더라고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가장 밑바닥, 권력적인 관계에서 굽신굽신거리지만, 내 속에서 끓고 있는 진실 된 속마음, 이런 것을 다 말한 부분이 특히 좋았어요.
이재복: 앞서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전통적인 아동·청소년 문학 하면은 어떤 관념적인 흐름이 있거든요. 이 작품은 그런 것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지점이 벗어나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 나도 이런 작품을 써보고 싶다, 하고 작가들이 생각하고 들어오더라도, 이미 내면화된 관념을 벗어나기가 상당히 힘든 거지요.
도덕관념에 대한 자기 검열이라는 게 있어요. 작가들은 그 내면화된 검열의 언어라는 게 작동해서 쓰다 보면 이렇게 뻗어나가기가 힘든 건데, 이 작가는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던 내면에 대한 도덕 검열의 언어를 제쳐 두고, 보편적인 인물에 대해서 깊이 탐구해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독특하게 자기가 선이라든가 악이라는 어느 한편에 서는 그런 행위를 벗어나, 선악의 경계를 확 넘어서는 그런 인물을 그려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선도 없고 악도 없는 어느 편에 들지 참 힘들게 만드는. 그리고 어느 누구한테 돌 던지기도 힘들게 만들지요. 그래서 결국은 내면에 숨겨둔 우리 자신의 얼굴을 꺼내보게 만들고, 오히려 내면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신서유: 저는 서은이 엄마가 주연이한테 와서 ‘서은이한테 맛있는 거 사주고 좋은 거 줘서 고마웠다’고 하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았거든요. 물론 ‘근데 왜 죽였니?’라고 뒤에 얘기하지만요. 엄마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왜 죽였냐고 따질 때 그 부분이 되게 인상 깊었어요.
저는 또 주인공인 그 두 아이보다도 더 인상 깊었던 아이가 목격자라고 나오는, 죽게 한 친구예요. 37장이랑 40장에 나오는데, 37장은 제보 형식으로 “제가 제보 하나 할까요? 제가 봤어요. 벽돌 던지는 거.”, 40장이 마지막인데, 그 부분이 제일 인상 깊던 게,“전 단순히 실수했을 뿐이지만 지주연은 오랫동안 박서은을 괴롭혔잖아요. 지주연이 박서은을 그렇게 괴롭혔다면 지주연이 벌을 받는 게 정의인 거잖아요. 네, 맞아요. 전 정의를 위해서 거짓말을 조금 했을 뿐이라고요.”이 부분이 되게 인상이 깊었어요.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이 글 안에 많은 것이 다 들어가 있다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주위의 시선, 유튜버들의 공격들, 주연과 서은의 관계.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진짜 죽인 아이까지요. 이 부분이 되게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더 씁쓸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했고요.
그리고 좀 전에 전진영 선생님이 유튜버 부분이 조금 덜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그렇긴 한데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실제보다 약하다. 절대 더 했으면 했지, 이 정도는 아닐 거다. 그래서 작가가 여기서 더 줄일 수는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실이 더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저는 좀 괴로웠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재복: 감사합니다. 감상할 때 역시 정확하게 장면을 한번 읽어 주시니까 이해가 잘 되는 것 같아요. 이 부분, 제가 다시 한 번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195쪽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전 정말 단순히 실수를 했을 뿐이지만 지주연은 오랫동안 박서은을 괴롭혔잖아요. 지주연이 박서은을 그렇게 괴롭혔다면 지주연이 벌을 받는 게 정의인 거잖아요. 나는 그저 가방으로 잘못해서 그렇게 한 것뿐인데 정의를 위해서 거짓말을 조금 했을 뿐이잖아요.
‘죽이고 싶은 아이’에서 주연이라고 하는 캐릭터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심리적으로 지주연은 박서은을 오랫동안 괴롭혔어요. 공범이라면 공범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작가가 인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하나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게 있지요. 지주연이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은 팩트예요. 청소년들이 작가한테 얘기할 때 단순히 팩트 면에서, 지주연이 죽인 건 아니기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게 작가가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 이렇게 말한 것 같아요. 네, 그것도 책임을 져야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한 가지 문제를 좀 제기해 보면 작가가 인물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할 때가 작가가 인물을 죽일 때인 것 같거든요. 박서은, 죽은 아이에 대한 책임이요.
아동·청소년 문학에서 죽음을 다루는 건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죠. 인물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데, 인물이 전쟁터에서 마구 난사되는 총에 맞아서 죽는 게 아니잖아요. 한 인물의 죽음에 대해서 작가는 상당히 깊은 사유를 해야 돼요. 함부로 그냥 죽여서는 안 돼요. 작가가 “인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하지 않아요?” 하는 아이들의 말에 영향을 받아서 2권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면, 팩트를 알려주면서 지주연에 대한 책임은 졌다고 볼 수 있을까. 그게 과연 책임을 진 건가라는 느낌도 들긴 합니다.
지주연과 박서은, 두 인물에 대한 작가의 책임은 무엇인가? 1권은 상당히 재미있게 열린 결말 비슷하게 끝나서, 2권을 저도 기대하며 읽었거든요. 이렇게 잘 쓰는 작가가 조금 더 탐구를 해서 2권을 썼으면, 아동·청소년 문학사에도 남으면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품으로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우리는 작가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이렇게 치열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거지요. 상당히 재능도 있고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래서 아쉬운 점을 치열하게 논의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좀 더 깊이 들어가면서 좀 토론을 해봐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지주연에 관해서 정말 이 작가는 책임을 진 겁니까? 박서은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가 만약 작가의 자리라면 어떻게 책임을 져야 되나, 그리고 아동 문학에서 작가의 책임이라는 게 과연 뭘까? 진실이라는 게 뭘까? 상당히 괴로움을 주는 문제인 것 같아요.
임은주: 결과적으로 봤을 때, 죽기 직전 상황을 보면, 서은이도 사실은 주연이를 이용했다는 게 밝혀졌잖아요. 그 과정이 하루, 이틀이 아니고 오랜 기간이었기 때문에 얘도 나름대로 치열한 삶을 산 것이고, 약간 뱀 같은 그런 성격이 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가방에 맞은 돌로 어처구니없이 죽었어요. 너무 쉽게, 약간 개연성이 떨어지게 죽었다는 거죠. 솔직히 납득하기가 좀 어려워요. 작가가 시기와 질투의 문제에 있어서는 ‘이 새끼 뭐’ 이렇게 과격한 표현을 쓰면서까지 치열하게 썼는데, 살인사건에 대한 부분은 현실과는 너무 좀 맞지 않다고 생각돼요. 자동차에도 블랙박스가 다 있고, 우리나라처럼 cctv가 없는 나라도 없다고 하는데, 납득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요즘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도 보면 약간 가쉽 위주로 사람들의 얘기를 보여주다가도 결과적으로는 그 팩트를 내밀하게 보는 부분이 있거든요. 얘가 이런 자세로 죽었으니까 이랬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 알려주거든요. 서은에 대해서는 너무 언급이 없이 그냥 우연하게 돌 맞아 죽었다, 끝.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서은이가 너무 불쌍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너무 서은이를 처절하게 그린 게, 요즘에는 아무리 가난하다고 해도 엄마가 겨울에 톱바 정도는 사줄 수 있는 정도는 되잖아요. 기초 수급자라든지 고아도 그런 것도 못 살 형편은 아닐 것 같아요. 이렇게 너무 처절하게 가난하게 한 것도 좀 너무 지나치지 않았나,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 그렇게 했겠지만,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서은이한테는 특별히 좀 많았던 거 같아요.
이재복: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가장 하이라이트한 장면이 바로 188쪽이죠. 제가 이 부분을 한번 읽어볼게요. 서은이가 완전히 돌변하는 캐릭터로 확 변하지요. 작가가 독자들의 감정선을 상당히 잘 파악하고 있어요. 아, 여기서는 독자들이 어떻게 반응을 하고, 여기서는 어떻게 반응을 할 거라는 스토리텔링 감각이 있는 것 같아요. 서은이도 그렇게 당하는 애만은 아니다. 이 아이도 선악을 넘어서는, 이 나이 아이만의 어떤 독특한 이기적인 어떤 욕망 이런 것이 있다. 앞에서는 계속 약자로만 그리다가 이렇게 엔딩에서 폭발시키는 거지요. 이걸 아껴뒀다가 마지막에 폭발시키는 이러한 기법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이것도 아무나 못하는 건데 작가는 상당히 극적인 감각이 있어요. 그 언어도 감상을 해 보지요.
“상관없어. 어차피 널 친구라고 생각한 적도 없으니까.”하고 서은이 입에서는 도저히 나오지 못할 말이어서 주연이가 충격을 받는 거죠.
마음을 짓밟히고 걷어차이는 기분이 이런 걸까, 주연은 서은이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다른 친구 생길 때까지만 참는다는 게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네.”
아주 날카로운 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서은의 모습이 이 문장 속에 진짜 이 연기하는 서은의 얼굴이라든가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장면을 상당히 잘 그려요.
“무슨 말이야?” 이제는 주연이가 이제 점점 밀리는 장면이잖아요.
“나한테 너 이용하는 거냐고 물었지? 맞아, 너 이용했어. 넌 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뭐든 줬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었거든. 기억 나? 중학교 땐 학원에서 장학금 받으면 나 주기로 했었잖아. 그거 좀 받겠다고 그 추운 날 학원 앞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리고. 그땐 진짜 네가 하라는 대로 비위 다 맞춰가면서 지냈는데.”
“지금 무슨 말하는 거야?”
주연이는 지금 완전히 돌변한 캐릭터에 정신을 못 차리는 거잖아요.
“그런 눈으로 볼 거 없어, 솔직히 너도 좋았잖아. 내가 너한테 벌벌 기면서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거.”
거짓말. 주연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렇죠. 그러니까 이게 완전히 드라마로 쳐도 엔딩 장면에서 너무나 충격적이기도 하겠죠. 주연이가.
서은은 비웃음을 머금은 체 주연을 바라보았다.
“그럼 내가 뭐 때문에 너랑 붙어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좋아 죽겠어서 붙어 있는 줄 알았어? 하필 놀아도 저런 수준 낮은 애랑 노냐는 너네 엄마 말까지 들어가면서, 네 싸가지 다 받아가면서?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 거야. 조금만 불쌍한 척, 착한 척 굴면 몇 십만 원짜리 옷도 척척 주고 얼마나 편했는데.”
“근데 이제 그 짓거리도 그만두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그러니까 얘가 돌을 들고 던지지 못한 이유가 여기서 나오는 것 같아요.
주연은 비틀거렸다. 다리에 힘이 풀렸고 동시에 서은이 무서워졌다. 내 마음을 이용했다니.그렇죠. 주연이는 자기가 권력자이기 때문에 자기가 이용당한다는 것은 생에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거죠. 강자 입장에서 자기는 이용당했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내 친구 서은이는 그럴 리가 없는데. 주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에 서은이 코웃음을 쳤다.
“그냥 모른 척 친구인척 계속 이용해 먹을까 했는데, 이제 내가 불쌍해졌거든.”
주연이는 자기는 강자이고, 불쌍해서 내가 다 주고, 그런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그런데 이 주연이라는 아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비참하고 불쌍한 아이였던 거예요.
”넌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진짜 불쌍한 사람은 너야. 넌 나 아니면 기댈 사람도 없잖아.“자기가 자기를 모르는 건데, 이 가진 사람 내면의 외로움에 대해 확실하게 짚고 있어요. 그러니까 거짓말, 거짓말이야, 거짓말. 주연은 계속 고개를 저으며 그럴 리가 없어. 서은이 그럴 리가 없다고, 이건 꿈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또 말하면서. 서은의 매서운 눈빛이 주연에게 닿을 때마다 주연의 몸에 작은 소름이 돋아났다.
주연이라는 아이는 처음으로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험을 지금 하는 것 같아요.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관점에서 자신을 비춰 주고 있지요.
“왜? 내가 너 이용했다는 게 안 믿겨? 아님 내가 미안하다고 빌면서 제발 친구 좀 해달라고 매달려야 하는데 이렇게 나오니까 당황스럽니? 야, 지주연, 나도 사람이야. 네가 나 무시할 때마다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알아?”
아니야. 저건 서은이가 아니야. 주연은 연신 고개를 지었고, 서은은 주연을 경멸하듯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주연은 겁에 질려 한 걸음 물러섰다. 그래도 서은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고, 주연은 밀려나듯 두 발짝 세 발짝 점점 더 뒤로 물러섰다.
이 엔딩 장면이 엄청 극적으로 그려지고 있어요. 완전히 역전이 돼가지고, 얘가 왜 벽돌을 들고 도망가야 됐는지. 감정을 이입시키게 하지요.
“그러게 좀 잘해주지 그랬어. 사람 개 무시하지 말고.”
주연은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있다면 길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주연은 서은의 눈을 피해 주춤주춤 뒷걸음질하다 겁에 질린 아이처럼 내달렸다.주연은 완전히 우위에 서 있던 아이였는데, 자기가 수세에 몰려서 오히려 밀리고 있지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여전히 손에 벽돌을 쥐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할 만큼.근데 이게 진짜 이 장면이 진짜 그럴 것도 같아요. 자기가 전혀 보지 못했던 자기 내면을 지적당했을 때, 거꾸로 자기가 완벽하게 이용당했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도 약자한테, 강자가. 그래서 어떻게 보면 엄청 통쾌한 느낌도 들기도 하지요. 이것을 아껴뒀다가 맨 마지막 190쪽에서 터뜨리니까 이 작가가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향지: 저는 1권 밖에 못 읽었는데요. 읽는 내내 서은이가 어떻게 죽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계속 가지면서 읽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가면서는 서은이가 자살한 게 아닐까? 했겠지, 생각하면서 읽었거든요. 선생님이랑 다른 선생님들 말씀도 들어보니까, 아 서은이는 죽어야했던 아이구나, 실제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는 죽어야했던 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작가님이 그렇게 빌드업을 해나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누가 죽이고 싶은 아이일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책 속에서 친구들이 보는 주연이는, 주연이가 죽이고 싶은 아이였을 것 같다. 주연이는 죽이고 싶은데 못 죽이는 아이. 활발한 성격, 외모, 공부, 다 가져서 상당히 얄미운데, 그 피라미드라고 하면 꼭대기에 주연이가 있잖아요. 권력관계 피라미드라고 하면요. 물론 친구들은 주연이를 여론으로 죽이긴 했지만, 마지막에 그걸 목격한 친구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주연이를 죽이지 않았어요. 주연이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요.
근데 친구들이 보는 서은이는 죽이기 편하고 만만해서 이미 한 번 죽인 아이. 서은이는 이미 친구들이 한 번 죽였고, 좀비로, 심리적인 좀비처럼 사는 걸 택한 아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좀비가 사람으로 돌아오려고 주연이에게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죽어야 했던 아이가 아닌가. 주연이가 보는 서은이는 정화 장치이자 안전 장치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죽여서라도 곁에 두고 싶은 아이. 서은이가 보는 주연이는 고급 장치.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위해 죽일 수 없는 아이. 그래서 죽이고 싶은 아이라는 제목에 대해서 처음에는 어떤 의식 없이 읽었다가, 죽이고 싶은 아이는 사실은 주연이고, 서은이는 한 번 죽었다 살아났지만 다시 죽어야 했던 아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남는 의문은 주연이가 보는 친구들, 또 서은이가 보는 친구들은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고민거리로 저한테는 남네요. 선생님이 읽어주시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재복: 이 엔딩 장면에서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죽이고 싶은 대상이 누구고, 이 두 인물 관계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죠. 어떻습니까? 김진영 씨는 어땠어요?
김진영: 저는 이 장면을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계속 생각을 했을 때, 주연이가 서은이를 죽이기 위해 장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런 류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나 물건 등을 이용해서 사람을 죽이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바로 그런 것을 이용해 썼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서은이는 움직이지 않고 거기에 계속 서 있었거든요. 그런데 벽돌을 딱 떨어질 만큼 놓고 갔다는 거죠, 그러면 그 다음에 목격자가 지나가면서 가방으로 벽돌을 쳐서 떨어질 것까지 다 계산을 했다는 거죠. 저는 그래서 주연이가 서은이를 확실히 죽였다고 생각을 하는 건데, 누구를 통해서 했냐, 그 목격자의 가방을 통해서 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제가 같이 공부하는 선생님들한테 “제 생각이 너무 이상한 건가요?” 이렇게 물어봤더니 “아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아이들한테 얘기를 했더니 아이들은 무슨 그렇게 생각을 하냐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그렇게까지 악한 생각을 하지 못하니까 그 수준 정도에서 이해를 하는 거지요. 아이들은 절대 죽이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주연이가 분명히 죽였다고 생각해요.
이재복: 여러분, 채팅 창으로도 말씀을 써 주세요. 김민정님 채팅창에 올린 글 읽어보겠습니다.
채팅창 김민정: 제목이 죽이고 싶은 아이여서, 죽이고 싶은 대상에 대해 더 집중하게 되는 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원래 작가는 팩트 이즈 심플 혹은 사실과 진실 이런 류의 제목을 고려했는데 이 제목은 온전히 마케팅을 고려해 출판사에서 작가를 설득해 정한 걸로 알아요.
제목 때문에 조금 다르게 작품을 해석하게 되는 면도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이재복: 팩트 이즈 심플이라는 말이나 사실과 진실. 이것도 되게 재밌네요. 여러분들, ‘팩트 이즈 심플’이나 ‘사실과 진실’이라는 소설 제목이 나아요. ‘죽이고 싶은 아이’가 나을까요? 내가 생각하기에는 ‘죽이고 싶은 아이’ 쪽으로 더 많이 손을 들 것 같은데요.
채팅창 김연희: 짝꿍 단짝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네요.
이재복: 김연희 씨, 지금 말씀하신 것 풀어서 설명해 주시죠,
김연희: 저도 너무 어린 시절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요. 우리가 자라면서 짝꿍과 단짝을 하는데, 평등하게만 지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놓치고 살았는데, 오늘 다른 선생님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아, 어쩌면 나도 평등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청소년들이 자기들도 짝꿍과 단짝들이 있을 거잖아요. 그들에서 느끼는 그 감정이 주연의 감정과 이입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강주영: 피해자 입장, 그런 것만 이야기가 많았는데, 가해자 입장, 또 뒤바뀐 가해자, 피해자 입장도 있고 하는 게, 소재가 좋았어요. 또 하나는 작가분이 현장에서 계신 분인가 싶을 정도로, 학생들의 입장 또는 학부모의 입장 이런 걸 너무 자세히 알고 계신 것 같아서 참 좋았고요. 이런 소재를 위해서 변호사님들도 많이 만나셨고, 사건 현장들에 대해서 정보 수집을 많이 하셨겠구나, 싶었습니다. 너무 감사했어요.
채팅창 제로: 저는 이 책 제목인 ‘죽이고 싶은 아이’는, 세상이 바라보는 주연이를 표현하는 제목인 것 같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진실’을 드러내는 제목인 것 같아서 이 제목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재복: 네, 세상이 바라보는 주연이가 죽이고 싶은 아이인 것 같다. 네, 참 어려운 문제죠. 죽이고 싶은 아이가 어떤 아이가 될 수 있을까?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른 시각으로 얼마든지 우리가 볼 수 있겠지요.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저는 조금 아쉬웠던 점이 과연 이 용서라는 것이 말이에요. 서은이 엄마는 결국은 딸도 잃고, 엄청 힘든 상황이잖아요. 주연이가 누명을 쓰면서 약자가 되고, 정신적인 고통을 당해서 정신 혼란도 오고, 그래가지고 서은이가 계속 보여서 서은이네 집에 찾아가지 않습니까? 서은이 엄마는 정신없는 애가 오니까 어찌할 수도 없고요. 이 장면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가 토론을 할 때는 정확하게 장면을 보고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121쪽이요. 제가 한 번 읽어볼게요.
주연의 입에서는 예상과 다른 말이 새어 나왔다.
“잘못했어요.”
한 번.
딱 그 한 번이 다였다. 울음을 삼키느라 주연이 어렵게 말을 뱉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게 진심이라는 것도. 잘못했다는 울먹임에 서은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주연이도 어찌 됐든지 간에, 돌을 떨어뜨려서 죽인 거는 그 목격자의 실수로 그랬다고 해도, 얘도 어떤 자기 자신의 책임이라든가, 죄책감이라든가 그런 걸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 연기가 진정성으로 느껴지느냐 아니냐의 문제인데, 서은 엄마한테 하는 이 말은 진정성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눈물을 흘리고 흘려 몸속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것 같았는데도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잘못했다는 울먹임에 서은 엄마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만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
그래, 이제 가. 너 정신도 그래서 오는데 나 괴로우니까 이제 오지 좀 마. 가, 하고 떠밀었잖아요.
속삭임이나 다름없는 말이었지만 정확히 서은 엄마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저 배고파요.”
아, 이 작가가 보통은 아니다. 2권이 아쉬운 점이 좀 많다고 느꼈는데, 이 장면만큼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가의 감각이 느껴졌어요. 정신 다 나가고 혼이 다 빠진 아이가 서은이 엄마한테 배고프다, 하는 거지요.
그런 이야기를 왜 여기 와서 하는 거냐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말해야 했다. 그도 아니면 아무 말 없이 뒤돌아 문을 닫아버려야 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서은 엄마는 그러지 못했다. 배가 고프다는 주연의 목소리가 서은의 목소리와 꼭 닮아 있었던 것이다.
이게 참, 주연이하고 서은이 그 두 아이가 선악을 넘어서서, 자기 본능에만 충실하게 서로를 이용해서 살다가 결국에는 둘 다 나락으로 떨어졌어요. 한 애는 진짜 생명이 죽었지만, 또 하나는 정신이 나갔어요.
딸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 같아서 엄마는 차마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목소리가 발목을 붙잡아서만은 아니었다.
서은이 다시 돌아온다면 딱 한 번만 더 그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다면 엄마는 온 힘을 다해 딸을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끝도 없이 말했을 것이다. 그런 뒤 따뜻한 밥을 서은이 가장 좋아하던 음식으로 가득한 밥상을 차릴 터였다.
바쁘다는 이유로, 고된 식당 일로 지쳤다는 핑계로, 때로는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엄마는 너무 자주 서운하게 부실한 밥을 먹인 것만 같았다. 그게 늘 마음에 걸렸다. 딸아이가 숟가락 가득 밥을 퍼먹는 걸 볼 수만 있다면, 한 번만 더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서은 엄마는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밥 안 먹었니?”
그러니까 이 작가가 양면의 감정이 미묘하게 교차되는 걸 포착한 거지요. 이게 대중성인 것 같아요. 대중성을 확보한 거지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도덕·윤리, 이런 것에서 벗어나면 보통 대중들은 거부감을 느끼고, 그래도 착한 애가 있어야지, 성장을 해야지, 이러는데 왜 대중들이 좋아하나 봤더니, 대중들의 보편적인 심성을 밑바닥에 깔고 실험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결국은 서은이 엄마로 하여금 애를 내팽개치지 못하고 밥 안 먹었니, 하고 물어보게 만들지요. 이 미묘한 이중적인 감정의 격차, 그래서 결국은 “다음에 다음에 다시 와. 아줌마가 지금은 자신이 없다.” 하고 장면이 끝나요. 아, 나는 이거 보면서 한편으로는 저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남편 사고 나서 식물인간이 되고 그래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 산 저 엄마한테 또 저런 역할을 시키나, 결국은 포용하고 수용하고 하는 역할이 저렇게 고스락 판으로 산 저 엄마한테 돌아가야 될 몫인가.
이 작가는 어느 편에 선다기보다는 미미하게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결국은 작품을 다 읽고 책을 덮고 나면, 아, 그러면 서은이하고 서은이 엄마는 결과적으로는 용서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만들고, 주연이라는 아이는, 자기가 잘못했다고 얘기했지만 결국은 이걸 통해서 성적까지 회복하는 아이로 변화시켜버리고 말았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주연이는 잃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욕망이 극대화되고, 특히 한국 같은 사회에서는 승자가 독식하는, 자본의 독점적인 성격이 있어요. 그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의 우정이라는 형태가 서로를 이용하는 모습으로 드러나는 걸 보여주는 것은 좋은데, 그러한 사회에서 피해를 입고 감내해야하는 사람은 결국 가난한 자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엔딩에서 작가가 진실과 책임이라고 하는 문제에 대해서 폭넓은 생각을 하면서 썼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어요.
눈물 나면서도 가슴 한편으로는 괴롭게 만들고요. 나는 책을 덮고 나서도 해소가 아직 안 돼요.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이 거의 비슷한 형식으로 쓰인 작품이어서 정독을 해봤는데요. 역시 생각해 보아야 할 상당히 많은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채팅창 김민정: 뒤표지 하단에 있는 팩트 이즈 심플, 작가님이 끝까지 아쉬워서 남긴 문구인데 책이 너무 많이 알려져서 나중에는 이 제목을 좋아하게 되었대요 :)
이재복: 네, 팩트는 심플하다. 하지만 작품을 읽고 나면 팩트는 결코 심플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누가 죽였냐 안 죽였냐, 하는 것만 팩트가 아니고, 세상은 다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것들, 우리는 인간들이기 때문에 관계를 배치한다는 면에서의 팩트가 있거든요. 이 팩트가 제대로 인간관계가 배치된 건가. 그런 면에서 팩트는 심플한 게 아니고 상당히 복잡하고요. 상당히 역설적인 제목이 아닌가 싶고요.
채팅창 KJ: 저는 서은맘이 나오는 부분 읽다가 읽는 것을 멈췄어요. 받아들이기 힘들더라고요.
이재복: 그렇죠. 한편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게 쓰는 이 작가가 대단한 거죠. 우리 아동·청소년 문학하는 작가들은 어떻게 보면 너무 착한 코스프레를 해서 여기까지 밀고 나가지 못하는데, 불편하게 만들고 읽다 멈추게 만들고 하는 이 힘이 나는 이 작가의 대단함이라고 보고 이런 작가한테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이런 작가가 귀한 작가라고 봐요. 그래서 오히려 저도 열심히 토론을 하는 거예요.
비평 공간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우리가 작가들한테 분명히 도움이 돼야 한다. 실험 정신이 치열한 작가들을 존중하고 더 힘을 넣어줄 수 있는 토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비평 공간이 작가를 기죽게 하는 그런 공간이 아니고, 오히려 작가의 새로운 실험을 발견하고,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조금이라도 깨는 요소가 있다면 그걸 높이 사서 작가들을 더욱 자극하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오늘 참여하신 분들 짧게라도 소감 말씀해 주시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아요. 못 다한 이야기들이 있으실 테니까요.
신서유: 저도 ‘죽이고 싶은 아이’라는 제목이 너무 강해서 사실 쉽지 않았거든요. 쉽게 들기가 조금 힘들더라고요. 근데 읽고 나서 되게 잘 읽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벽도 좀 허문 거 같고, 제가 그 동화합평을 젊은 친구들이랑 한번 해본 적이 있는데, 그 친구들도 동화 쓰는 친구들인데, 대개 20대, 30대 초반 진짜 젊은 친구들이었거든요. 저희 집이 초등학교 앞인데요. 초등학교 남자애들 욕 되게 잘하잖아요. 그래서 제 동화에 돼지새끼라고 써서 넣은 적이 있었어요. 다 놀래시죠, 지금.
그것을 가지고 제가 그 젊은 친구들한테 되게 혼났거든요. 어떻게 아이들이 읽는 동화에 이런 단어를 쓸 수 있느냐는 거예요. 그 젊은 친구들에 비해서 나는 되게 나이 많은 꼰대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친구들이 아이들이 욕하는 걸 더 많이 봤을 텐데도 받아들이는 것에 더 큰 벽이 있더라고요. 물론 저도 좀 강하게 쓰긴 했지만, 기죽어서 다 고쳤거든요.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고 나서 나도 용기를 좀 내볼까? 생각이 들었어요. 창작 욕구에 힘을 실어준 책이었습니다.
장가영: 저는 작가의 책임, 그것에 대해서 아직 의문이 있고요. 마지막에 서은이가 죽어가면서 주연이한테 전화하는 장면에서, 서은이한테 너무 우정을 강요하는 게 아닌가. 판타지 세계라고 했을 때 마지막에 가서 작가 스스로가 어떤 체계를 무너뜨리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 결말이 죽이고 싶은 아이 1권을 읽었을 때 느낌을 약간 부수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 인물의 죽음에 대한 작가의 책임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을 때, 저는 작가가 너무 서은이에 대해서 책임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다음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더 토론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임은주: 저는 이 작가가 한 사건을 자꾸 이리저리 막 흘려보낸 언론의 형태라든지, 이런 것에 반발하고 싶어서 이런 작품을 썼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근데 사실은 이 작가가 사건을 바라보는 눈이 또 편파적이라고 생각해서 작가 자체도 뭐 언론이랑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이 작품이 저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다른 작품도 다 베스트셀러기 때문에 다른 작품을 한번 읽어 보고 평가를 해 보고 싶고요. 저는 이 작품은 흡입력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어서 이런 엔딩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강주영: 저는 이 작품이 너무 감사하게 다가왔어요. 흔히 쓸 수 없는 소재를 가지고 심리를 풀어나가는 게 독자로서는 너무 감사해요.
전진영: 저는 이 책을 전혀 몰랐고, 이꽃님이라는 작가도 전혀 몰랐거든요. 출판놀이에서 토론을 한다고 해서 대출을 하려고 봤는데 다 예약이 되어 있는 거예요. 와, 이렇게 많이 읽어? 깜짝 놀랐고, 지금 이꽃님 작가를 검색해 보니까 35세밖에 안 된, 89년생이신 거예요. 지금 드는 생각은 1권은 청소년 아이들한테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 글을 쓴 것 같아요. 단짝 친구를 사귀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다, 1권이 청소년한테 집중이 됐다면, 2권은 이 젊은 작가가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썼을까. 2권을 읽으면서 제 딸내미가 밥은 먹었을까, 이런 생각 진짜 많이 했거든요. 솔직히 1권이 훨씬 재밌었죠. 2권도 재미있었던 게 이 엄마 마음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배고파요, 라는 부분, 밥에 담긴 의미, 소중한 사람한테 내가 직접 해서 먹이는 행위. 이런 것을 잘 알고 있는 작가인 것 같다. 저도 이런 멋진 글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진영: 오늘 토론 속에서 도덕 윤리 관념에서 벗어나는 작품이다, 그런 얘기를 하셨는데, 이 부분이 아이들한테 책이 많이 읽힌 원인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기존에 있던 책들하고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렇게 열광해서 읽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그렇다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은 얼마나 윤리 개념에서 벗어나고 있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향지: 선생님이 계속 작가의 책임이란 뭔가라는 화두를 던져주셔서 저도 고민을 하면서 참여를 했고요. 작품이 상대적으로 내가 덜 가졌다는 느낌, 아이들이 이 부분이 예민한 부분일 텐데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가진 것, 가지지 않은 것, 이런 것을 엄청 뾰족하게 건들기 때문에 이 작품이 아이들에게 더 다가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작품은 사회로 보여주는 작품이 있고, 미래에 대해서 얘기하는 작품이 있고요. 이 작품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작품의 장점을 엄청 살려서 자기 역할을 다 한 것 같아요. 굉장히 멋지고, 작가로서 문제의식을 던졌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구나,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연희: 저는 오늘 토론하면서 제가 가졌던 생각을 세련되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내가 보지 못했던 면들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이재복: 비평이라는 것은 독자들이 애정을 갖고 작가의 작품을 읽는 수고를 한 거잖아요. 그리고 비평공간은 비난의 공간이 아니고 비평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얼마든지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내걸고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한다고 생각하고요. 이것이 문화를 만들어내는 밑바닥 정서의 에너지 힘이라고 봐요. 이런 토론의 열기라든가 치열하게 생각을 나누고 하는 공론의 장이 한 군데만이 아니고 여러 군데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토론회장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공론화 돼서 같이 모이고, 나눠 읽고 하는 자리가 점점 부족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출판놀이에서 시작하는 이 비평 공간이 아동 문학의 어떤 흐름이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꾸어내는데 분명히 기여할 거라고 보거든요. 앞으로도 여러분들 꼭 시간 내서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채팅창 김바다: 이 시대의 부모들이 자식을 어떤 사람으로 성장시키는지, 사회가 집단으로 매장시키는 문제점을 던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복: 네, 참 어려운 얘기네요. 되게 이중적인 다층으로 읽히네요. 요즘은 당연히 가족주의라고 하는 게 있는 거죠. 생존을 위해서 가족이 되게 중요한데, 가족 단위로 움직이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게 하는 것은 다 적이고, 그런 식의 폐쇄적인 가족 이데올로기가 한국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고 그러잖아요. 우리들도 그 가족 이데올로기 속에서 벗어날 수 없죠? 그것도 하나의 생존 단위기도 하죠. 그런데 큰 틀에서 서로 공존하려면 소통하는 그런 에너지가 있어야 되는데, 뭐가 옳고 그른 건지에 대해서 확답을 할 수는 없죠. 답을 찾아가는 게 문학이 아니고 질문을 던지는 거니까. 나는 ‘죽이고 싶은 아이’는 우리한테 상당히 많은 질문을 던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작가가 답을 주려고 하는 훈화하려는 자세가 아닌 것도 너무 새롭다고 보고요.
채팅창 김민정: 하나의 테마에 대해 다양하고 미묘한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스토리텔링,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토론 주제로 가장 많이 손꼽히는 '청소년법'을 서사에 녹여낸 점, 주연과 서은의 관계에 동성애 암시를 준 점 등 인상적인 면이 많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채팅창 강벼리: ‘죽이고 싶은 아이’ 제목이 열린 결말을 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서은이에겐 주연이가, 주연이에겐 서은이가 어느 순간엔 죽이고 싶은 아이가 아니었을까. 두 아이의 캐릭터의 반전이 결국은 착한 아이도 나쁜 아이도 없고, 서로 욕망이 공존할 뿐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그 미묘한 대중성의 양가감정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재복 : 그렇죠. 욕망의 차이, 욕망이 교차하면서 생겨나는 다중성이 있지요. 아동·청소년문학 작가들은 어린이·청소년들의 욕망을 다룰 때 도덕적인 관념으로 접근해 틀을 정해 놓고 그 틀 속에 욕망을 꿰어 맞추기가 쉽잖아요. 그러면 욕망의 차이나 다중성이나 이런 것이 무시당해서 캐릭터가 종잇장처럼 얇고 관념적인 아이가 되지요. 욕망에 충실한 주연이하고 서은이는 진짜 인간 개인 내면 욕망의 날 것 같은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문장이나 묘사나 스토리텔링의 기법, 추리 기법 등을 가져와서 잘 버무려서 읽게 만들었어요.
오늘 비평 공간 첫 토론을 시작했어요. 참여해 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출판놀이에서 두 달에 한 번씩 비평공간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지금 11월이니까 또 준비해서 1월에 다시 열 생각입니다. 문학은 여러분들이 현장에서 체험하면서 의견 나눌 때 감각이 깨어나는 거거든요. 여러분들과 같이 아동 문학의 토론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비평공간을 만든 것이고요. 토론에 참여하신 분들과 함께 『비평공간』 카톡방도 만들 계획입니다. 함께 토론할 작품도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아쉬운 점이라든가 질문들도 좋고요. 여러분들이 느낀 점이 있으면 거기서 또 토론 이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토론한 내용은 문장으로 정리를 해서 여러분들이 볼 수 있도록 할 게요. 그리고 일반 대중들도 볼 수 있게 여러분들이 친구들에게도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출판놀이는 아동·청소년문학을 사랑하는 100여 명의 후원자분들이 월 만원 순수한 후원으로 운영되는 출판사입니다. 후원했다고 해서 돌아오는 보상은 하나도 없어요. 가끔 책 내면 보내드리는 것밖에 없거든요. 정말 순수하게 후원해 주시는 거지요. 출판놀이는 하나의 상징성이 있습니다. 출판이라고 하는 것은 자본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건데, 그 자본의 논리, 생태계 안에서, 출판놀이처럼 운영되는 출판사도 공존할 때 서로 상상력을 주고받는 거거든요. 출판놀이, 많이 응원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토론해 주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요. 다음에 토론할 때는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응원하면서 박수 한번 칩시다. 예, 감사합니다. 오늘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 출판놀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출판을 해 보자’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어요. 작가들과 아동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후원으로 직접 책을 만들고, 독자들과 만나서 놀이도 하고 토론도 하고 콘서트도 펼쳐요. 독자들에게 필요한 책을 찾아내고 숨어있는 작가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책을 가지고 어떻게 놀지를 생각하는 출판사입니다.
⊙ 출판놀이 후원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음 카페 출판놀이(http://cafe.daum.net/punori) 카페에 오셔서 출판놀이 ‘후원회원 소식(신청)’ 방을 클릭하시면 공지된 ‘출판놀이 CMS 후원회원 신청양식’에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습니다.
◉ 출판놀이 창작실험 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햇살이 쏟아졌다』 양민아 저 / 홍석기 그림
『햇살이 쏟아졌다』는 창작실험이라는 말에 걸맞게 아동문학의 금기를 깨뜨리며 몇 가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홀로 고립되어 있으며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인물만이 판타지 세계의 문을 열 수 있는가? 무한 경쟁 시대에 내몰린 이 시대 어린이들이 과연 순수한 동심을 유지할 수 있는가?
성공만을 강요하는 어머니에게 내몰려 판타지 세계 속으로 들어간 현우는 어머니를 상징하는 거미신을 물리치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이제 현실이 바뀔 차례다.
『두근두근 두뇌성형 프로젝트』 윤수란 저 / 정진희 그림
딱 2% 부족한 우리 아이를 위한 EC(엑설런트 칠드런)칩이 개발된다. 필요한 시간은 0.1초. 클릭 한 번으로 완벽한 어린이가 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인간의 욕망을 EC칩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주제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아동문학에서 처음으로 코믹+SF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다.
◉제 3 회 출판놀이 창작실험 공모전 수상작
『인어공주 길가온의 비밀』 (가제, 출간예정. 장가영 저)
⊙ 제 5 회 창작실험 공모전
≫ 2025년 3월 1일 마감, 5월 1일 발표
≫ 신인·기성 모두 지원 가능합니다.
≫ 책 한 권 분량으로 장·단편 모두 지원 가능합니다.
≫ 심사 후 출판이 가능한 작품은 기존 출판 관례대로 인세 계약합니다.
≫ 출판놀이 이메일로 접수 : pubnor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