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ore 게재 / 추억의 영화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알렉 기네스(左)와 하야카와 세슈(右)
"미쳤어! 모두 다 미쳤어!"
영화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1957)”—거장 데이비드 린 감독이 70mm 대형화면으로 제작한 모험작이자 성공작였다. 태국 국경 지역을 유유히 흐르는 콰이강을 무대로 한 이 영화는, 이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데이비드 린), 각색, 남우주연(알렉 기네스), 촬영, 편집, 음악(말콤 아놀드) 등 7개 부문을 석권한 명작중의 명작이었다.
여기서 남우 주연상은 알렉 기네스였다.
흔히들, 이 영화 포스타에도 윌리암 홀덴의 이름이 먼저 나왔고, 그래서 윌리암 홀덴을 주인공으로 알고 있었으며, 그래서 남우주연상도 당연히 윌리암 홀덴이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니다.
고집세고 원칙적인 영국군 장교역을 맡은 알렉 기네스가 이 영화의 주인공였고, 남우주연상의 몫도 알렉의 것이었다. 아마 감독도, 제작자도, 심사위원도. 팬도 무척 고민했으리라. 결과는, 할리우드의 대스타 윌리암 홀덴(출연작: 와일드 번치, 타워링 등)을 제치고 영국출신의 중견스타 알렉 기네스가 남우주연의 영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2차대전 중 포로로 잡힌 영국군 공병대가 타이 밀림의 일본군 포로수용소에 잡혀오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들이 주제곡 '콰이 마치'를 (포로 주제에) 경쾌한 휘파람으로 불어제끼며 수용소 안으로 들어서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였다.
1942년 일본은 해상보급이 여의치 않자 태국과 버어마(미얀마)를 잇는 정글속의 육상 비밀철도 건설을 서두른다. 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콰이강에 다리를 놓는 것은 그 계획의 일환이다.
타이 정글속 .포로수용소 책임자인 사이토 대령(하야카와 세슈 扮)은 영국군 포로들을 이용해 콰이강에 다리를 세우려고 한다.
그러나 포로들을 인솔하는 니콜슨 대령(알렉 기네스 扮)은, 제네바 협약의 원칙을 내세우며 포로들의 안전보장과 자율을 주장하고, 일본군의 지휘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다리를 세워 주겠다고 맞선다.
결국 사이토 대령을 굴복시킨 니콜슨 대령은, 영국군 포로들을 직접 지휘하여 다리를 완성하지만, 일본군 보급로를 끊으려는 연합군 특공대원 시어즈(윌리암 홀덴 扮)의 공작에 의해 결국 다리는 폭파당한다.
여기서, 비록 포로의 입장이었으나, 영국군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그리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다리가 폭파되는 것을 막으려는 니콜슨 대령과, 일본의 육상보급로를 끊는 특공업무를 실행하는 연합군 특공대원 시어즈(윌리암 홀덴)의 입장 차가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일본군에 대항하는 같은 연합군의 입장에서, 니콜슨 대령은 완성된 콰이강의 다리를 지키려 하고, 특공대원 시어즈는 그것을 폭파하려 든다. 니콜슨 대령(알렉 기네스)의 입장과 특공대원 시어즈(윌리암 홀덴)의 입장이 둘다 이해가 가지 않는가?
니콜슨 대령은 여기서 연합군의 입장(보급로 차단)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냥 영국군(포로)이 힘들여 일궈낸 성취(다리 완성)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끝까지 다리가 폭파되는 것을 저지하려다 그만 목숨을 잃게 되는 되는 니콜슨 대령. 그리고 다리는 허망(?)하게도 무너진다. 이 때 그(니콜슨 대령)의 그 유명한 독백이 나온다.---- “내가 지금까지 뭘 한 거지?”
그러게, 무얼 한 거지? 죽는 순간에 와서야 연합군 군인으로서의 상황판단을 했다는 말 뜻인가? 아니면 전쟁의 허망함을 알았다는 것인가?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고 군인으로서의 성취감을 중요시했던 니콜슨 대령! ----다리 폭파를 저지하려다 목숨을 잃는 그의 최후가 사못 의미심장하다.
니콜슨 역의 알렉 기네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에 걸맞는 연기를 했다.
미국인 특공대원 시어즈(윌리엄 홀덴)!----매우 현실적이고 영민하다. 마지막 임무인 다리 폭파를 완수하지만, 그 와중에서 결국은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시어즈가 죽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니콜슨 대령을 원망했다. 니콜슨과 시어즈----숨막히는 신경전을 보여줬다.
일본군 사이토 대령!----사무라이의 근성을 보여주면서도 니콜슨 대령과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사이토 대령으로 분한 ‘하야카와 세슈’도 호연을 했다. 사무라이 정신을 리얼하게 표현했고, 고뇌하고 갈등하는 일본인 장교의 모습을 잘 연기해 냈다.
이 3명의 군인(니콜슨 대령, 시어즈 특공대원, 사이토 대령)은 각각의 위치에서, 각각의 입장에서, 생각했고 행동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고 보여진다. 니콜슨 대령의 독백 장면을 우선 다시 한번 음미하자.---- “내가 지금까지 뭘 한 거지?”
그리고 영국군 포로의 한 사람였던 영국군 의무(醫務)장교가 부르짖은 최후의 한마디였다. 그는 바로 다리가 파괴되는 마지막 장면에서 "미쳤어! 모두 다 미쳤어!"라고 외치고 있었다. 허무하군!
윌리암 홀덴(맨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