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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권의 지리와 지명
한반도의 동남부에 위치한 경상도는 역사적으로 아시아 대륙과 해양 문화 교류의 중심지가
되어 왔다. 북서쪽으로 소백산맥을 경계로 다른 지방과 분리되고. 동쪽과 남쪽이 바다에 접한
입지 조건은 대륙 문화보다 해양 문화를 먼저 수용하는 바탕이 되었다. 삼국시대 경주를 중심
으로 형성된 신라는 동해의 영일만과 감포, 울산과 낙동강 하류의 김해를 통해 해양 문물과 교
류하였다. 지금의 부산광역시는 대륙과 해양문화를 아우르는 곳이 되었으며 울산광역시와 남
해안의 창원시·거제시는 자동차 산업과 해양 조선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통영시와 남해
일대는 뛰어난 풍광을 바탕으로 해양 관광 산업이 발달하였다. 대구광역시는 경상도 내륙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포항시는 제철산업의 중심지이다.
산지 사이로 낙동강이 형성한 분지는 관개 시설의 축조에 유리하여 풍부한 강수량과 함께
예부터 벼농사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높은 토지 생산성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경제적 기초를 이루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이앙법(移秧法)과 이모작이 다른 지역보다 먼저 수
용되면서 경영형 부농층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벼농사가 확대되면서 골짜기의 깊숙한 곳
까지 마을 지명이 형성되었다. 경상도의 지명 밀도가 다른 지방에 비해 높은 것은 이와 같은
조건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리와 언어를 바탕으로 경상도의 독특한 지명이 만들어졌으
며, 환경 변화 속에서 많은 지명들이 변하고 사라지기도 하였다.
낙동강 유역 일대를‘경상도(慶尙道)’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부터이다. 조선시대
이후 경상도를 중심으로 형성된‘영남’지역은 다른 지역과 다른 문화지역이 되었다. 낙동강
은 경상도의 중앙을 흐르면서 커다란 유역 분지를 이루고, 수많은 지류는 산지를 개석하여 크
고 작은 골짜기를 만들었다. 작은 하천 유역 분지가 마을의 기초가 되고, 지류가 합류하는 곳
에 읍을 이루었다. 큰 강이 모여 도회지를 이루면서 계층적 지역구조를 형성하는 데 자연적인
기초를 제공하였다.
한반도에 금속문화가 전래되면서 경상도에는 지리적인 영역을 갖춘 정치 집단이 지역 단위
로 형성되었다. 삼한 시대에는 경상도에 진한(辰韓), 서쪽에 변한(弁韓)이 있었으며 이들에 속
한 소연맹국들은 다양한 규모의 읍락으로 구성되었다. 경상도의 성읍 국가는 낙동강 서쪽의
가야 연맹과 동쪽의 진국(辰國) 계열로 나뉘어졌다. 이 중 가야 연맹은 6가야로 구성되었다.
낙동강 동쪽의 경주지역에서는 3개 부족이 주체 세력이 되어 다른 부족과 연맹 관계를 맺었
다. 나중에 사로국(斯盧國)이 이들 진국 계열의 성읍국가를 통솔하는 연맹 왕국으로 성장하여
고대 국가 신라를 형성하였다. 이 중 경주에서 박(朴)·석(石)·김(金) 3부족이 귀족 조직으로
편성되었다. 이후 562년경 신라가 주도하는 세력권이 낙동강 서쪽의 가야 연맹권을 포섭함으
로써 경상도는 신라 중심의 문화권에 속하게 되었다. 한편 지금의 경상북도 북부 일대는 6세
기까지 고구려의 지배하에 있었다. 통일신라의 행정조직 아래에서 경상도는 상주(尙州)와 양
주(良州), 강주(康州)에 속하였다.
고려시대 12목제와 10도제를 거쳐 현종(顯宗, 1009~1031)초에 5도 양계제(양광·경상·전
라·교주·서해, 동계·북계)를 실시하면서‘경상’지명이 처음 출현하였다. 조선시대 들어서
도 경상도 지명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태종 때 도(道) 구역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금강 유역에
속한 옥천·황간·영동·청산·보은이 충청도로 이속되어 추풍령이 경상도와 충청도의 경계
가 되었다. 1906년 강원도에 속하였던 울도군(현 울릉군)이 경상남도로 편입되고, 1963년강
원도에 속했던 울진군이 경상북도로 이속되면서 경상도는 오늘과 같은 지리적인 범위가 되었
다. 1896년경상북도와 경상남도로 분리되면서, ‘경상도’는 행정지명으로서 사용되지 않고 있
으나 부산광역시·대구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북도·경상남도를 아우르는 지명으로 이용
되고 있다.
1. 삶의 무대와 지명
1) 산지와 지명
강원도 태백시의 삼수령에서 태백산맥과 분리된 소백산맥은 남서쪽으로 이어져 강원도·충
청도·전라도와의 경계를 이룬다. 태백산(1,567m)을 중심으로 하는 산줄기는 강원도와, 소백
산·문수봉·속리산·백화산·황학산으로 이어지는 줄기는 충청북도와 경계를 이룬다. 산줄
기는 남쪽으로 지리산까지 이어지면서 전라북·남도와의 경계이다. 소백산맥은 산세가 험하
고 연속성이 강하여 낙동강과 금강, 한강의 분수계를 이룬다. 산지 사이로 고개가 있어 다른
지방의 교통로 역할을 하였다. 문경과 충주를 잇는 새재[鳥嶺]가 과거 영남로의 주요 길목이었
으며‘영남(嶺南)’지명의 근거가 되었다. 이외에 추풍령, 죽령, 팔량치, 육십령 등이 영남과
다른 지방의 생활권을 연결하는 통로 구실을 하였다.
삼수령에서 남쪽의 낙동강 하구까지 이어지는 태백산맥은 내륙과 동해안 일대의 생활권을
구분하고 있다. 태백산에서 이어진 산줄기는 경상북도의 봉화, 영양, 청송, 영천, 경주를 거쳐
경상남도로 이어진다.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삼랑진-물금 구간에 이르기까지 재약산
그림 1. 경상권의 산지와 하천16 제1부 경상권의 지명
(1,119m), 가지산(1,241m), 신불산(1,159m) 등의 높은 산지가 이어지고 있다. 천황산과 재약산
일대에는 고위 평탄면인 사자평(獅子坪)이 있다. 산줄기는 이곳을 지나 언양을 거쳐 낙동강 하
류의 다대포 몰운대(沒雲臺) 일대에서 바다로 유입한다. 이들 산지 사이로 울진-봉화, 영덕-
안동, 영천-안강, 영천-경주-언양-양산을 연결하는 고개가 교통로 역할을 하여 왔다.
조선시대의 경상도 산지는 백두대간, 낙동정맥, 낙남정맥 등 3개의 큰 산줄기로 인식되었
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태백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로 경상도의 경우 소백
산맥 줄기와 일치한다. 낙동강 동쪽이라는 의미에서 지명이 비롯된 낙동정맥(洛東正脈)은 태
백산 줄기의 구봉산에서 남쪽으로 갈라져 영천의 운주산(雲住山, 806m)까지 이어지고, 경주
시 서면 아화리의 낮은 구릉을 넘어 경상남도의 가지산을 거쳐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까지 이
르는 산줄기를 지칭한다. 이 정맥은 경상도의 동해안과 낙동강 유역의 내륙을 가르는 분수령
산맥의 역할을 한다.
낙남정맥(洛南正脈)은 낙동강 남쪽에서 동서로 이어져 낙동강과 남해로 유입하는 하천의
분수계를 이루는 산지이다. 백두대간이 끝나는 지리산의 영신봉에서 동남쪽으로 뻗어 북쪽으
로 남강의 진주와 남쪽의 하동·사천 사이로 이어지고, 동쪽으로 마산·창원 등지의 준평원
산지로 연결되어 김해의 분성산(327m)까지 이른다. 이 산줄기는 전라도 지방의 호남정맥(湖南
正脈)과 더불어 우리나라 남해안 지방의 생활권을 이룬다.
2) 물길과 고을
경상도의 물길은 크게 낙동강과 섬진강 수계, 동해와 남해로 유입하는 수계로 구분된다. 낙
동강은 영남의 젖줄이며, 여러 지류 하천의 유역에 발달한 소분지에는 예부터 고을을 이루며
곳곳에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다. 낙동강 권역은 강원도 태백시와 전라북도 남원시 운
봉면을 제외하고 대부분 경상도와 일치한다. 경상북도 상주시의 화북면과 모서면 일대 지역은
금강 권역에 속한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영남 지역의 중앙 저지에서 안동호를 이룬다. 거기서부터
다시 서쪽으로 하회마을을 지나 내성천과 합류한 후 남쪽의 상주와 선산·칠곡을 지나 대구광
역시와 성주군·고령군과의 경계를 이룬다. 경상남도로 유입한 후 합천에서 황강을 합류하고
창녕의 우포늪을 지나 의령 일대에서 남강을 합류한다. 이후 동쪽으로 흘러 삼랑진 일대에서
밀양강을 합류한 후 양산을 지나 남쪽으로 흐른다.
하류에서는 대동 수문에서 동쪽의 양산 단층선을 따라 흐르는 낙동강 본류와 서쪽의 서낙동
강으로 나뉘어진다. 낙동강 하구는 빙기 때 해수면의 하강으로 넓은 만입부를 이루었으며 후
빙기에 들어와 낙동강이 운반한 퇴적물로 형성된 삼각주 평야이다. 농경지로 개발되기 전에는
갈대가 자생하는 저습지대였다. 일제강점기에 대동 수문과 제방을 축조한 뒤 농경지로 개발되
었다. 삼각주의 말단부에는 간석지와 연안 사주가 성장하고 있다. 을숙도, 명호도, 신호도, 장
자도를 중심으로 넓은 간석지가 발달하고 명호도 인근에 대마등이 있다. 최근에는 삼각주 전
면에 새등, 홍티등, 나무싯등, 철새등을 비롯하여 새로운 사주 지형이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
다.
낙동강 유역의 배후 습지는 홍수기에 장시간 침수되는 습지와 소택지로 이루어져 있다. 고
령에서부터 삼랑진에 이르는 지역에는 용호, 목포, 우포, 사몰포, 산남, 용산, 동판저수지 등의
소택지가 많이 남아 있다. 소택지는 대개 소지류가 본류에 합류하기 전에 형성되었고, 밀양강,
청도천 등 대지류의 합류점에서는 발달하지 않는다. 내륙 습지 중 가장 큰 규모의 창녕 우포늪
은 과거에 비하면 규모는 줄었지만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 이 늪은 토평천 골짜기의 배
후 습지성 호소로 홍수 때 낙동강이 이곳으로 역류한다.
철새 도래지로 알려진 진영의 주남저수지는 진영평야 일대의 상습적인 침수 피해를 막기 위
해 배후 습지를 관개용 저수지로 만든 것이다. 진영 일대는 범람원으로 이루어진 평야로서 자
연제방이 넓게 발달하고, 남쪽과 서쪽의 구릉지 아래에는 상습적인 침수지역이 분포한다. 이
외에 경상도에 발달한 주요 습지로 구미시의 해평습지, 안동시의 검암습지, 대구광역시의 달
성습지, 함안군의 질날늪과 해평습지 등이 있다. 이 중 해평습지는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군
해평리의 낙동강 변에 발달한 하천 습지로, 다양한 수생 및 습생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철서
도래지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경상도의 여러 고을들은 낙동강의 본류와 함께 지류의 유역에 분포한다. 반변천은 상류에
영양군과 청송군이 있으며 그곳에서 임하호를 이룬 후 안동시 일대에서 낙동강에 유입한다.
내성천은 상류에 봉화군과 영주시가 있으며, 중류에 예천군을 이룬 후 낙동강에 유입한다. 조
령천의 중류에는 문경시가 있다. 위천의 중류에 의성군과 군위군이 있으며, 감천의 중류에 김
천시가 있다. 금호강 유역에는 영천시와 경산시, 대구광역시가 있다. 황강 유역의 거창군과 합
천군, 남강 유역의 함양군과 산청군, 진주시, 의령군, 함안군 등은 하천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
며 형성된 고을들이다. 밀양천에는 밀양시, 양산천 유역에는 양산시가 있다. 낙동강 권역에서
남해안으로 유입하는 하천의 유역에는 창원시와 고성군, 사천시가 있다.
형산강은 울산광역시 치술령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흐르다가 포항시에서 영일만으로 유입
한다. 유역은 경주 분지를 이룬다. 태화강은 경주시에서 발원하여 불국사 단층곡을 따라 남동
쪽으로 흘러 동해로 유입한다. 울진의 왕피천, 영덕의 남대천 등은 동해로 유입하는 대표적인
하천으로 하상의 경사가 급하고 토사의 유출이 많다. 바다로 유입하는 하구 부근에 넓은 사빈
이 발달한다. 한편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에서 발원하여 곡성과 구례를 거쳐 하동 일대에서
남해로 유입하면서 영남과 호남 문화의 경계를 이룬다. 18 제1부 경상권의 지명
3) 해안과 도서
경상도의 동해안은 해안선이 비교적 단조롭다. 포항과 울산 일대에 영일만과 울산만이 있으
나 해안선의 출입 정도는 황해나 남해안에 미치지 못한다. 태백산지에서 발원한 하천들이 동
해로 유입하는 곳에 큰 규모의 사빈이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경사가 급하고 입경이 비교적 굵
은 모래로 구성되어 있다. 산지가 배후에 임박하여 있고, 방파제 역할을 하는 섬이 없어 항만
의 발달이 미약하다.
울진의 남대천 하구, 대진 해안, 월송정, 울산의 정자, 회야강 하구 일대에는 석호가 형성되
어 있다. 이들은 후빙기의 해수면 상승으로 퇴적물이 만의 입구를 막아 생긴 것이다. 해안에는
사빈의 퇴적으로 육계도가 형성되어 있다. 부산의 동백섬과 죽도, 다대포의 몰운대, 울산의 명
선도 등이 그 예이다. 동해안의 장기곶과 구룡포에 이르는 해안과 경주의 읍천리, 울산의 해안
일대에 해안단구가 형성되어 있다. 주로 한반도 남동부 해안에 발달한 이 지형은 해안의 융기
에 의해 형성된 단구로 해안에 바다 자갈층이 도로면에 수평층을 이루기도 하며 패각류의 화
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남해안은 소백산맥의 말단부가 바다로 유입하면서 진해만, 고성만, 사천만 등의 만입부를
중심으로 리아스식 해안을 이루고 고성반도, 다대반도 등이 바다로 돌출되어 있다. 해수면 상
승으로 육지와 분리되어 형성된 남해도, 거제도, 가덕도 등 440여개의섬은해안가까이있어
방파제 구실을 하여 양항(良港) 발달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거제도는 해안선의 출입이
복잡하며 주위에 크고 작은 부속도서와 만입부로 이루어져 조선 산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남해도의 해안은 리아스식 해안을 바탕으로 수려한 자연경관을 이루어 해상국립공원으
로 지정되어 있다.
화산 분출로 이루어진 통영시의 미륵도는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있으며, 다리와 해저 터널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한산도에 연해 있는 한산만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으로 유명한 곳이다. 부산광역시에 소재한 가덕도는 동쪽과 남쪽의 해안이 단조로운 반면 서
쪽은 곶과 만이 발달하여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다. 부산 신항만이 있으며, 최근에 부산과 거제
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연결되어 있어 남해안 일대의 교통 요지가 되었다.
울릉도는 섬 전체가 화산작용에 의해 형성된 종상화산이다. 섬의 중앙부에 최고봉인 성인봉
(987m)이 있으며 북쪽 사면에 칼데라 화구가 폭발로 인해 형성된 나리와 알봉 분지가 있다. 해
안은 해식애를 비롯하여 해식동, 시스택 등의 다양한 해안 지형이 발달하고 있다. 독도(獨島)
는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km 떨어져 있는 부속 도서로 우리나라 영토의 동단(東端)에 위
치하고 있다. 화산섬으로 동도와 서도 2개섬과89개의 작은 부속 도서로 이루어져 있다.
첫댓글 낙동강과 태백산으로 경상도가 이루어졌다는 역사와 과정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