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놈 일기1, 2
[ 김후곤 글 / 한강출판사 ]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한 사람이 책을 통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 왔다. 그 사람이 살아 온 그림과 풍경이 굴곡진 삶으로 얼룩진 한 편의 역사였다. 억압과 통제로 인해 울분과 분노로 얼룩진 시대, 어쩌면 보다 명확한 것은 가난이라는 멍에를 운명처럼 짊어져야만 했던 70~80년대의 삶을 견뎌 온 사람들 중에 마음 편하게, 또는 행복으로 충만하게 살아 온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하필이면 58년 개띠생이다.
자서전 형식의 책, “나쁜 놈 일기“를 통해서 내가 겪지 않은, 아니 겪을 수 없었던 나 보다 더 일찍 태어난 시대적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고 단정 짓는다면 구차하게도 비겁한 변명일까?
저자는 초등학교를 졸업 후 시골에서 서울로 무작정 상경 후 이 식당, 저 식당으로 옮겨다녀야만 했던 고단한 삶, 암울한 시대를 이겨내야만 숨 쉬며 살게 되는 처절한 삶을 한편의 픽션(fiction)같은 논픽션(nonfiction)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차라리 픽션이면 좋을 법하다는 생각으로 아픈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어쩌면 그를 조금 알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리라.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삭막한 서울 생활에서 그가 정을 줄 수 있었는 유일한 한 여자, 선옥이, 하필이면 사창가의 여자. 사랑해서는 안될 사랑을 했기에, 더욱 아플 수 밖에 없는 지독한 사랑, 하지만 ”선데이 서울“에 연재되었던 삼류의 값싼 사랑은 분명 아니었다.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인쇄된 활자의 잉크 냄새 대신 자간과 행간 사이에 스며든 소주 냄새가 콧 속을 파고 들었다. 어쩌면 그의 직업이 하루 종일 중화요리를 만드는 직업이기에 짜장이나 짬뽕, 탕수육 냄새가 진동했어야 했다. 하지만 외로운 냄새, 아픈 냄새, 소금기 머금은 땀 냄새 대신 소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의 아픈 사랑이 더해진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쓰디쓴 소주를 마셔야 지친 서울의 밤이 잠들게 되는 것이었을까?
타국같은 서울 생활에서 그의 유일한 친구 강철수에게 나는 들을 수 없는 이 노래를 신청해 본다. 그의 기타선율에 나도 취하고 싶어졌고, 그의 잊을 수 없는 아픈 옛 사랑, 첫 사랑을 위로하고 싶어서이다.
한 여자가 울고 있는 비오는 거리
밤새도록 가로등도 비에 젖었네.
슬퍼할 수 없어요. 잊을 수도 없어요.
이슬이 맺혔네, 두 눈에 맺혔네.
눈물인가 빗물인가 눈물인가 빗물인가
잊지마세요. 잊지마세요. 잊지마세요. 잊지마세요.
마음은 비가 되어 마음은 강물이 되어
고향바다 그 얼굴 찾아가누나
한없는 기다림만 가슴에 담아
내 마음을 묶어버린 나는 물망초
(조용필의 물망초 中)
그 스스로가 책 제목에서 ”나쁜 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최소한 내가 아는 그는 분명히 효심이 지극한 착한 분이다. 그래서 제목은 ”착한 놈“이라고 다시 정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최근에 출간한 이후, 그는 지금도 여전히 바쁜 하루를 채우고 있음을 안다. 쫄깃쫄깃한 수타면과 춘장과 짬뽕 국물, 탕수육 등 그만의 특별한 맛을 채우는 진심의 시간으로, 이제는 더 이상 그의 일기를 들춰내지 않아도 그의 하루가 환하게 그려지고 있다.
”나쁜 놈 일기”시리즈 3권을 기다려 보며.
※ 이 책은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쿠팡에서 판매 중입니다.
※ 판매수익금은 동물보호기금으로 사용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