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9월 17일) 박미 유통상가쪽에 볼 일이 있어 시흥대로 인도를 걷고 있었습니다. 기아대교 맞은편 하늘문 교회 앞 인도를 걷고 있을 때입니다. 기아대교쪽 횡단포도에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셨습니다. 걸음 속도가 늦어져서 횡단보도를 걷다가 신호가 바뀌었는지 할머니는 차도의 중간에 서 계셨습니다. 횡단보도 중간이라도 중앙선 쪽에 있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했을 텐데, 할머니는 서울쪽 차도의 중간에 서 계셨습니다. 가만히 할머니를 보니 전에 제가 삼미연립에서 살 때 제 앞집에서 사시던 분이셨습니다,
할머니가 서 계신 모습과 그 옆으로 쏜살같이 지나는 차의 모습이 너무나도 위태롭게 보였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손을 흔들며 그 할머니 곁으로 가고 싶었으나 차들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고 있었으므로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다음 신호로 바뀔 때까지 별 탈 없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토바이 배달부 아저씨가 그 할머니 앞에서 멈추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엔 그 배달부 아저씨가 갑자기 서울쪽 편도 차선의 중간에 서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차들이 그렇게도 빨리 달리는 차도 중간에 서는 것은 할머니 못지 않게 위험천만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횡단보다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어 할머니다 다시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자 오토바이 배달부 아저씨는 그때서야 자기 신호를 따라 기아대교를 넘어갔습니다.
그 배달부 아저씨는 할머니가 위험해지니 자기가 그 앞에 서서 할머니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할머니를 위해 자기도 위험한 일을 당할 각오를 하고 할머니가 서 계신 곳에서 5미터쯤 앞에서 신호가 바뀔 때까지 약 1분 정도를 그렇게 할머니와 함께 서 있었습니다.
저는 기아대교로 넘어가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오토바이 배달부 아저씨를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습니다. 시간이 돈인 배달부 아저씨에게 1분은 대단한 의미를 가진 것이었을 텐데, 그보다 할머니를 위해서 자기도 그 위험한 곳에서 그렇게 서 있을 생각을 한 저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2013년 9월 18일 송호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