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가 뭐냐고요? 비보이는 영어 ‘B-Boy’를 우리말로 옮긴겁니다. 에이~ 장난하나…. 그럼 B-Boy는 뭔데? B-Boy는 브레이킹 보이(Breaking Boy)의 준말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소년들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비보이는 힙합을 이루는 요소 중 춤을 의미합니다. 보통 힙합은 DJ, MC(래핑), 그래피티(스프레이 라커 벽화), 비보이 등 4대 요소로 구성된다고 하죠. 그러니까 쉽게 ‘비보이=힙합댄스’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군요.
사실 비보이는 1년 전만해도 무척 낯설었던 문화였습니다. 그런 비보이가 요즘은 여러 매체를 비롯해 CF에도 자주 등장하는 마케팅 수단이 됐습니다. 가수 세븐이 나오는 모 휴대폰 광고를 비롯해 최근에는 신화의 에릭이 모 초고속인터넷 TV CF에서 비보잉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비보이에서 굳이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눈다면, 한국은 어떤 수준일까요?
놀랍게도 한국은 선진국 정도가 아니라 세계 최강국 중 하나입니다. 저도 믿기 어려웠지만 10월 말 독일에서 열린 세계적 비보이 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 2003’ 현장을 직접 본 뒤에는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대회에는 각국의 예선을 통해 선발된 대표팀 1팀이 나와 춤실력을 겨루는 방식인데요, 한국은 지난해 챔피언 자격으로 초청된 ‘익스프레션’팀과 한국 예선 우승팀 ‘갬블러’팀이 출전, 2위와 3위를 나란히 차지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독일에 모인 세계의 비보이들은 제가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하자, 저도 모르는 한국 비보이들의 근황을 물어댔습니다. 그들은 한국 비보이들의 기술을 일종의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기고 있었고, 한국 비보이 대회 비디오와 인터넷 동영상 클립은 그들의 ‘기술교본’이나 마찬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가끔 땅에 머리를 박고 빙빙돌거나 마치 등짝으로 바닥을 닦는 것처럼 빙빙도는 비보이들의 모습이 TV에 나오면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저는 그랬습니다. “어휴~ 저런 양아치들.” 그러나 비보이들과 함께 독일에 다녀오며 얘기를 나눠본 결과, 너무나도 순수한 아이들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멤버들 중에는 대학생도 있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아이도 있었지만 모두 춤을 좋아하는 아이들일뿐, 일반의 선입관과 같은 ‘불량끼’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말할 때 욕 한마디 섞지 않는 순수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외국에서는 비보잉이 취미로, 스포츠로 상당히 대중화돼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독일에서 열렸던 비보이 파티에는 손자 손을 잡고 온 한 할머니가 멋지게 윈드밀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비보이들이 ‘스쿨’이라고 부르는 비보잉 교습 클래스에는 유학파 엘리트 회사원에서 압구정동 초등학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춤을 배운다고 합니다. 더 이상 비보잉은 ‘강북 양아치’들의 문화가 아니라는 겁니다.
아무튼, 모두가 하지 말라는 춤을 춰서 외국에서 보란듯이 귀한 대접을 받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무척 즐거웠습니다. 요즘 청소년들 학교에 학원에 입시에 고생들이 참 많은데요, 입시를 위한 공부만 강요할 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걸 좀 하도록 내버려두면 어떨까요. 아이들에게는 아이들 눈에만 보이는 미래가 있고, 어른들 말 안듣는다고 다 불행해지는 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