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에 당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어르신이니깐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의심 많은 젊은이들도 의외로 당한다.
지인의 아버님은 집에서 식사하시다 휴대폰을 끊지 않고 쭉 은행까지 가서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했다는데, 다행이도 급히 나가느라 돋보기를 두고 나가는 바람에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해 피해를 보지 않았다.
피해는 보지 않았지만, 자책으로 많이 힘들어 하셨단다.
그저,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아이 아빠와 같이 점심 식사를 할 때였다.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좀 전에 아내분께서 현대 백화점에서 835000원을 결제하셨는데요…"
"지금 옆에서 밥 먹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전화가 끊겼더란다.
내가 주로 가는 백화점이 현대 백화점인걸 어찌 알았을까. 아니, 그냥 찍었는데 우연찮게 맞았던 것일까.
나의 지인은 오늘 황당한 얼굴이었다.
"나 보이스피싱 당했어"
"무슨 말이야?"
"남들 보이스피싱 당했다고 할 땐 할아버지, 할머니나 당하는 줄 알았거든? 깜빡 속았어"
"어떻게?"
사건의 요지는 이랬다.
아이를 학교에 보낸 한가한 오전 시간, 00경찰청 박인수 형사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발신자 번호가 00경찰청 근처랑 같은 7로 시작하는 국번이어 더더욱 의심할 수 없었다는…)
지인의 이름, 주민번호(그것도 13자리를 다 부르지 않고, 마지막 2자리를 남기고 어떻게 되지요? 하더란다), 사는 집 주소까지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000이 당신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사기를 쳤다. 그 사기액이 8천만원이 넘는다. 당신의 통장으로 그 돈이 입금됐는데, 당신이 정말로 피해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며 10분 후 000검사가 (당황해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단다) 전화를 할꺼라고 비공개 수사라며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고 협조해 달라며 끊었단다.
그리고 10분 동안 이거 혹시 보이스 피싱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출근 전인 남편한테(지인의 남편은 오후 에 출근한다) 사실을 털어 놓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정확하게 10분 후 000검사가 전화를 했고, 지금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공범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며, 모든 내용이 녹취된다며 사실대로 협조 부탁한다고 했다.
가지고 있는 통장 목록과 더불어 잔고가 어떻게 되는지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진술하고, 통장 잔액을 확인해야겠으니 은행으로 가라고 했다. 검사가 말하는 대로 전화를 붙들고 옷까지 갈아 입었다. 물론, 중간중간 전화를 끊으면 도주로 간주하겠다고도 했고, 지금 협조 안하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것이고 6개월 이내 본인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증명해야한다는 말까지 섞는 바람에 도저히 의심할 수 없었다.
통장을 챙기고 나가려는데 휴대폰 밧데리를 체크했다.
"휴대폰 밧데리는 충분합니까?"
"아니요, 지금 1칸 밖에 없는데요"
"그럼, 안되는데...지금까지 내용은 아무한테도 발설하지 마시고, 충전하시고 1시간 30분 뒤에 010-000-0000으로 전화하셔서 000검사를 찾으세요."
휴대폰 밧데리 덕분에 문제의 전화를 끊고, 방에서 나올 수 있었던 지인은 궁금해 하는 남편한테 누가 들을까 싶어 아주 조그만 소리로 사건을 전달했다.
아무래도 사기 같다는 남편의 말에 1시간 30분이나 여유 시간이 생긴 지인은 114에 00경찰청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다.
"박인수 형사님이라고 계신가요?"
"그런 형사 없습니다. 은행가셨어요?"
"네? 아니요, 아직-"
"사깁니다. 절대로 은행가시면 안됩니다. 바로 인출됩니다"
"어머,,,그 사람이 제 주민번호, 이름, 주소까지 다 알고 전화했어요"
"은행 안가셨음 됐습니다"
이런 전화를 하루에도 여러 통을 받는지 아주 귀찮은, 사무적인 목소리로 응대하던 여성분의 목소리에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건 아니지 싶었다. 어떻게 누군가 내 신상 정보를 다 알고 있는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경찰청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지 황당했다.
그리고 1시간 30분 후 문제의 번호로 전화가 3번이나 더 왔다.
하지만, 무서워 도저히 받을 수 없었단다.
"왜 받아서 욕이라도 해주지"
"이름, 주민번호, 주소까지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무서워서 욕도 못하겠더라"
이름, 주민번호, 그것도 모잘라 주소까지 누군가, 나는 모르는 누군가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쭈삣 설 정도로 무서울 뿐 아니라, 찜찜한 기분을 어쩌지 못해 제대로 밤잠 이룰 수 없었다고 지인은 말을 끝맺었다.
나라도 누가 내 이름, 주민번호, 주소까지 알고 있다면 믿었을 것이고, 제대로 사기당했지 싶다.
피해를 당하지 않았어도 누군가 주민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도용의 위험이 있는 건데 어떻게 00경찰청에서는 은행안갔음 됐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의 신상정보를 누군가 꾀고 있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지인은 '그때 휴대폰 밧데리가 1칸 밖에 안남아서 다행이었어' 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00경찰청의 사무적인 말투의 여성분이 전한 말이다.
"형사나 검사나 전화하지 않습니다"
근데, 정말 그럴까?
우리집 도둑 들었을 때 전화로 형사가 피해 물품에 대해서 물었었다.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사실 그대로 대답했음이다.
무조건 은행만 가지 않으면 보이스 피싱의 피해는 당하지 않을까? 과연, 그것만 잘 지키면 되는 것일까? 누군가 나의 신상 정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해보라...결코 산뜻한 기분일 수 없음이다.
첫댓글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앞으로 많은 참고 하겠습니다 행복한하루 되시길요
^^ 네 감사해요 좋은하루 되시길 ^^
저더 잘 봣네연^^ㅋ 근뎅 ..진짜..무선세상이네연~~에햐~~어느 누굴믿어야하눈지..세상 참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