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은 이야기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모택동에 관한 일화가 있다. 모택동은 중국의 추앙받는 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런 모택동도 크나큰 실수로 중국인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사건이 있었다. 때는 문화대혁명 이전 한창 식량증산운동을 중국 전역에 걸쳐 펼치고 있을 때였다. 모택동은 한 농촌지역을 방문하여 농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다가 참새가 나락을 쪼아 먹는 것을 보았다. 그는 참새를 손가락질하며 말하길 "저 참새가 먹는 쌀알만 아껴도 수확량은 증가한다"고 말했고, 그 이후 중국 온 나라의 참새들은 많은 수난을 당하고 개체 수는 급감했다. 깊은 산 속이 아니면 보이지 않는 씨가 마를 정도로 농민들은 참새를 잡았다.
결과적으로는 그 때문에 중국인들은 3년에 걸친 흉년으로 많은 고생을 해야만 했다. 참새가 먹는 얼마 안 되는 나락을 욕심내다가 참새가 제거하는 해충들을 생각 못한 까닭이다. 해충의 증가로 중국 전역에 아주 심각한 흉년이 발생했고 결과로 무려 4000만 명이 아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남한 인구의 대부분이 굶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지도자의 무지한 손가락질 한 번이 돌이킬 수 없는 인재를 만들었던 것이다.
지난 주말 막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체험 학습장 텃밭에 함께 풀을 뽑으러 갔다. 이웃 친구들 텃밭에서 무성하게 자란 푸성귀들을 보며 제 이름 붙은 밭이 볼품없이 초라한 모습에 속이 상했나 보다. 아빠의 전직까지 들먹이며 왜 우리 밭에는 풀이 많고 벌레가 득시글거리느냐는 둥 툴툴거린다. 아이에게 하늘이 주신 그대로가 가장 맛나고 좋은 음식이라는 어려운(?) 대꾸를 하고 돌아 나오는데 체험장 들머리에 풀들이 노랗게 말라 죽어 있다. 누군가가 제초제를 뿌린 모양이다.
식물의 뿌리도 숨을 쉰다. 공기와 수분과 양분이 그득하게 담긴 흙에서 건강한 식물이 자라는데 좋은 흙이란 유기물이 풍부한 환경에서 그것을 먹고 사는 미생물들에 의해 흙 알갱이가 뭉쳐 작고 큰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는 흙이다. 이 작고 큰 덩어리의 틈이 공기와 물과 양분을 저장했다가 식물의 뿌리에 항상 공급할 수 있기에 좋은 흙인 것이다.
반면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흙 알갱이를 뭉치지 못하게 한다. 농약은 미생물 자체를 죽여 버리고 화학비료는 식물에 양분은 공급하지만 무기질 비료라 유기물을 먹고 사는 미생물이 살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 뭉치지 못하는 흙은 황무지처럼 바람에 흩날리거나 비어 있는 공간 사이로 미세 점토가 채워져 돌처럼 굳은 땅이 되고 만다.
우리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게 살아가듯이 채소나 고기도 건강해야 제대로 된 먹을거리가 된다. 풀을 뜯어 먹고 사는 동물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 미쳐 죽은 소의 고기는 제대로 된 먹을거리가 아니다.
생산성을 높이고 병해충에 대한 내성을 증가시키려고 유전자 조작을 한 식품은 제대로 된 먹을거리가 아니다. 이 불량식품을 먹지 말아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미국의 거대 종자 회사인 '몬산토'는 자사의 제초제에만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 조작된 콩을 개발하여 제초제와 콩을 한 세트로 판매했다. 이런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 아래 세계의 식량 주권을 침략하고 있다.
종묘상에서 요즘 최고 시세로 팔리고 있는 수박 씨앗을 구입해서 올해 재미를 좀 보았다 하자. 농부는 내년에 또 재미를 볼 요량으로 수박 몇 통을 팔지 않고 남겨 두었다가 그 씨앗을 내년에도 심었다. 그 농부는 재미를 보았을까? 종묘 회사에서 여러 우수한 형질의 품종을 교배하여 생산한 F1교배종은 그 형질이 그대로 유전되지 않고 이제껏 교배시켰던 모든 형질이 뒤죽박죽 섞여 나타나 상품성이 없어진다. 농부는 또다시 비싸더라도 그 종묘 회사의 씨앗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좋은 흙에서 제대로 건강하게 자란 먹을거리가 사라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펴낸 '양정자료 2013'에 보면 우리나라 2012년 식량자급률은 45.1%, 곡물자급률은 22.8%라고 한다. 우리의 식량 주권을 지키는 농민들이 수입 농산물에 밀려 악전고투하고 있다.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농약 좀 쳤더라도 또 조금 비싸더라도 우리 땅에서 그나마 제대로 자란 것을 먹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텃밭을 하나 일구어 보자. 좀 멀더라도 연고가 있는 시골에 가보면 빈집과 묵정밭이 흔하다. 말만 잘하면 공짜지만 세를 주고 얻어도 좋다.
크게도 필요 없이 한 여남은 평 얻어서 집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 밭둑 머리에 쟁여 삭혔다가 좋은 흙 만들어서 아이와 함께 풀 뽑고 벌레 잡고 한나절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푸성귀 한 바구니 뜯어서 차린 저녁은 이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밥상일 것이다.
첫댓글 식량자급율은 이미 10%대 밑으로 떨어졌는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