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가-찰라에서 영원으로 소동파

[김병준]

찰라에서 영원을 본 눈길을 마주 본다.

소동파가 언뜻 스치며

자기도 못 본 조조를 불러내다

깊은 밤 퉁소 소리로

술 한잔 속에 뜬 별 하나 마시고

그 밤사 나그네 꼴로 달을 불러낸다.

방금 전 술잔 치던 사람도

퉁소 불던 불쌍한 사공도

사라진 적벽강 영웅들도

조용한 달빛아래

잠깐 만난 넋신들로 어른 거리고

취한 길손들은 배반낭자꼴로 엎어져 잠든다.

다시 오늘의 해가 뜨는 줄도 모른채

찰라에서 영원을 봤노라 잠꼬대 한다

그래서 영원에서 찰라로 그네 한번 타 봤던가.

동파는 말이 없고 소리만 흐른다

글 좋구나 함부로 새겨 놀 일 아닐진대

찰라를 적금 들어 백년 되는 날

우린 과연 약속의 땅에 뜨는 해를 마주 볼 수 있을지.

동파는 티끌도 없는데 적벽부 소리가

기억도 못할 훗날을 향해 메아리 하나 던진다.

바람도 모를 영원을 누가 노래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