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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아 변색' 편 | ||
애연가들을 구박하는 세력도 점차 맹위를 떨쳐가고 있다. 거의 모든 국가들이 각종 제도적, 행정적, 정책적 규제들을 동원해서 그들의 생존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수난에도 굴하지 않는 진정한 애연가들이라면 어디 무인도라도 하나 찾아내서 그들만의 낙원을 건설해야 할 판이다. 아마도 그런 신천지는 이제 지구라는 혹성에서는 발견하기 힘들 터이다.
흡연을 방해하는 움직임 중에서 광고와 홍보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러나 광고는 몇해전 까지만 해도 그리 큰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공익광고의 포맷으로 방송된 금연 홍보광고는 계몽의 틀 안에 갇힌 촌티패션 일쑤였다. 여느 상업광고와 비교하면 아이디어와 임팩트, 기교 면에서 비교도 안될 정도로 미약해서 영향력을 논할 계제가 되지 못했다. 유명 연예인이나 정부당국이 위촉한 홍보대사가 나와서 구태의연하게 경고성 멘트나 읊조리는 광고를 보고 경각심을 느끼는 흡연가는 거의 없었다.
▲ '기억 감퇴' 편 | ||
이렇듯 판에 박힌 정부의 공익광고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는 보건복지부였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집행되고 있는 3차례의 금연 캠페인은 흡연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에게 담배의 해악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정부광고도 제작 시스템을 바꾸면 얼마든지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보건복지부가 해를 바꾸어 가며 단계별로 전개하고 있는 금연 광고는 절제되고도 세련된 영상으로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공감의 형성을 통한 쌍방향 소통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언론의 보도는 물론이고 각종 광고 관련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검색어로 떠오르기도 했다. 또한 방송가의 개그프로그램 등에서도 앞 다퉈 패러디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제작 시스템이 변하면 광고도 변한다
1차 광고캠페인의 주제는 ‘자학’이다. 말 그대로 흡연을 자학으로 정의내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젊은 남자가 자신의 머리를 마구 때리는 광고, 정장 차림의 말끔한 신사가 맨홀 구멍에 얼굴을 쳐 박고 있는 광고, 고급스런 실내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우아한 모습의 아가씨가 탁자 유리에 얼굴을 부비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의 광고. 세 편의 광고에는 공통적으로 몽환적이고 음울한 배경음악이 깔리다가 마지막 장면 무렵에 간결한 자막과 멘트가 페이드 인(fade in)된다.
▲ '자학' 편 | ||
“한 대 피우는 중이군요… 흡연, 뇌를(폐를, 피부를) 자학하는 행위”.
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접적이고 강력한 비유로 상징화하고 있는 것이 이 광고의 성공요건으로 보여진다. 간접흡연이나 니코틴의 유해성 등을 강조하는 식상한 얘기거리도 피하면서 네거티브 어프로치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공익광고에서 불문율처럼 요구되던 밝은 분위기, 긍정적 화법의 상투성을 탈피하고 있는 것도 색다른 용기라고 보여진다.
‘세상과의 이별’을 주제로 한 2차 광고캠페인도 이런 기조를 잘 살려 가고 있다. 흡연하는 사람들의 오불관언(吾不關焉;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무슨 상관이야?)심리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광고이다. ‘담배 피는 것은 자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고통은 당신의 몫’임을 군더더기 없는 순한 화면전개를 통해 분명하게 강조하는 영상이다. 딸을 보내야 하는 어머니, 남편을 보내야 하는 아내, 연인을 보내야 하는 여자의 슬픔을 원컷 원신(one cut-one scene)의 극도로 절제된 화면 구성으로 절절히 표현해 내고 있다. 멀티 스파트(multi spot; 동시에 여러 편의 광고를 제작하여 다양한 매체에 집행하는 방식)로 방송된 1,2차 캠페인 광고는 2005년 스위스 국제광고제에서 캠페인 부문 파이널 리스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 '세상과의 이별' 편 | ||
▲ '구취' 편 | ||
교통광고, 또다른 크리에이티브의 실험무대
▲ '동화' 편 | ||
Smoking hazardous your beauty (흡연은 아름다움을 위협한다), Smoking makes you look older than your years (흡연은 훨씬 더 늙어 보이게 만든다), Smoking makes you have bad breath (흡연은 악취를 동반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금연캠페인은 2003년 뉴욕 페스티발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은 작품이기도 하다. ‘금연열차’라는 색다른 매체를 활용한 이 광고는 백설공주와 피터팬,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패러디하고 있다. 어릴 적 누구나 꿈꾸어왔던 동화 속 주인공들이 흡연으로 인해 흉물스럽게 변해 버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흡연의 욕구가 사라져 버릴 지경이다.
2005-2006년 보건복지부가 주도한 금연홍보 캠페인의 효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도 의해서도 일부 뒷받침되고 있다. ‘2005년 정부 주도 금연홍보캠페인 현황 및 평갗에 따르면, 지난해 방영된 금연홍보TV광고를 시청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금연시도율은 7.4%가 높았고, 흡연량 감소률도 16.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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