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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지로 (無正之路)
01(전장의추억).
序
하늘은 잔뜩 흐렸다. 묵빛 구름으로 온통 둘러쳐진 하늘은 지금 마치 땅위의 모습은 보지 않겠다는 듯이…
“아악…..살려..살려주세..”
“크하하하..죽여라 모조리 죽여라!”
일방적인 도살이었다. 애당초 초원의 군사들과 양민의 싸움은 있을 수 없었다. 몽고족의 약탈은 잔혹했다. 남녀노소의 구분없이 수많은 비명만이 꼬리를 물었다.
무정한 하늘은 서서히 어두워졌다. 이젠 묵빛 구름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잊혀지는 어두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그와 함께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
“정말 지독하군…”
목불인견의 참상을 앞에둔 한 무장이 눈썹을 떨며 중얼거렸다. 마을, 아니 한때 상현촌으로 불리웠던 마을은 그렇게 이 땅에서 지워져 버린 것이었다.
“혹 생존자가 있는지 찾아라. 시체는 한곳으로 모으도록.”
“옛! 마백호님”
군졸은 마백호라는 사내의 말에 복명하며 몸을 돌렸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생존자는 없을 것이었다. 야만족이라는 놈들…. 여자와 어린아이들은 잡아가고, 노인과 장정은 살려두지 않는다. 이것이 초원의 율법이라고 떠드는 놈들이었다.
곳곳에서 토악질을 하는 병사들이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제대로 된 시신조차 보기 힘들었다. 병사는 눈을 돌렸다. 몇번이나 봤지만 정말 참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런 병사의 눈에 예닐곱 살쯤으로 보이는 한아이가 앞에 모로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목이 없는 어린애를 안고 있는 남자 아이, 아마도 동생을 안고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병사는 측은한 마음에 소년에게 가까이 갔다.
그때였다. 병사의 귀에 시익 시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귀를 열고 근원지를 찾았다. 바로 눈앞이었다. 허겁지겁 손을 코앞에 대보았다.
미약하지만 약한 숨결이 느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있는 힘껏 외쳤다.
“마백호님! 생존자입니다. 생존자가 있습니다.!!”
시체를 뒤적이던 사람들도 고개를 돌리고 토악질을 하던 병사도, 허망하게 하늘을 쳐다보던 마백호도 한달음에 달려왔다.
생존자라니…
이미 몇 개의 마을을 거쳐 온 그들이었다. 그 마을 중에는 단 한명도 생존자는 없었다. 생소한 단어에 마백호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이 소년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얼굴을 보고 흠칫했다.
아이의 오른쪽 얼굴에는 이마부터 턱의 반치정도 위까지 구불구불한 상처가 깊게 나있었다. 덕지덕지 딱정이가 앉아있었고 파리마저 꼬이고 있었다. 아마도 습격 이후에 이상태 그대로 있었던 것 같았다.
“꼬마야 괜찮으냐?”
마백호는 물어놓고 후회했다. 괜찮을리가 없었다. 부장은 소년의 눈을 보았다. 눈에 초점이 맺히지를 않고 있었다.
“마백호님, 이 꼬마,.. 넋이 나간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병졸하나가 부장의 눈치를 보며 살며시 말했다. 미친것 같다고 말하려다 말을 바꾼 것이었다. 죄 없는 양민의 학살 앞에서 다들 과민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이럴때 일수록 말을 가려가면서 해야 했다. 부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떡이며 일어섰다.
“일단 데려간다. 나머지는 수습하도록.”
“옛.”
부대는 다시 기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년은 군졸에 의해 번쩍 들려져 말위에 얹어졌다. 더 이상의 생존자는 없었다. 마백호는 말에 올랐다. 그리고 이미 어두워진 새까만 하늘을 쳐다보았다. 별조차 부끄러운 듯, 먹물처럼 검은 하늘이었다. 그는 무정한 하늘이 괜스레 원망스러웠다.
꼬마는 회복하는데 근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마백호는 그동안 소년을 주시하면서 수시로 군막을 들락거렸다. 이미 몸은 완치되었지만 얼굴의 검상만은 흉터가 길게 남았다. 다행히 칼등에 맞은 것인지 시력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마백호는 지금 그런 꼬마를 조용히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 이제 부상도 완치되었으니 너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려..”
“ 싫습니다!”
마부장의 말을 잘라먹으며 소년은 한자 한자 또박또박 말했다. 마부장은 그런 소년을 바라보았다. 마치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듯이.......
“전 여기 있겠습니다. 나이는 어려도 반드시 할수 있는 일이 있을 겁니다.”
고개를 숙이며 꼬마는 말했다. 그리고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마부장도 꼬마도 그렇게 아무 말 없는....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흘렀을까?
먼저 말문을 연 것은 백호장이었다.
“ 내 이름은 마영령(瑪榮寧), 이곳 강주백호소(剛株百戶所) 백호장(百戶將)이다. 앞으로는 마백호라고 불러라..”
“ 상..상현촌의..연(燕)이라고 합니다...잘부탁 드립니..다.”
당시에는 어릴 때의 이름과 장성해서 이름이 다른 것은 흔한 일이었다. 연이라는 이름도 아마 아명(兒名)같았다. 마백호는 턱을 쓰다듬었다.
“음,,,연이라, 왠지 군문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구나...무정(無正)..무정으로 하자,
바른 것은 없으니 스스로 세우라는 뜻도 있고,, 무었보다 앞으로 닥쳐올 일에 스스로 판단하라는 의미에서 그게 좋겠구나. 어떠냐 꼬마야?”
마백호는 꼬마의 반응을 살폈다. 꼬마는 고개를 끄떡였다. 마백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반갑다. 무정아 ,,,힘든 곳이지만 강건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마백호는 손을 들어 무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에게 있어 무정은 살아있기만 해도 고맙게 느껴지는 존재였다.
명나라의 군사체계는 위소제(衛所制)라는 방법을 실시하였다.
위소제란 전국의 요소(要所)에 위와 소를 설치하여 군사를 주둔 시켰는데, 각도의 도지휘사사(都指揮使司)휘하에 두었다. 이곳
강주백호소(剛株百戶所)는 그러한 수많은 위, 소 중에 한 부분이었다.
바로 위에는 약 이십리 정도 떨어진 곳에 용현천호소(龍玄千戶所)가 있었으며 감숙성이었지만 그 수가 많지 않기에 섬서(陝西) 도지휘사사소속으로 돼 있었다.
무정의 일상은 이런 강주백호소에서 새벽같이 시작되었다. 눈곱은 떼자마자 꼬마는 자신의 허리까지 오는 물통 두개를 주방에서 들고 나왔다. 새벽의 여명이 떠오르기까지 그는 오리정도 떨어진 우물가로 가서 물을 길어와야만 했다. 명군의 생활 편제가 백호소 안에서는 다시 열 명 단위의 일정군사를 엮어 생활하면서 모든 생활에 필요한 것은 스스로 자급하는 관계로 무정은 그들의 아침식사에 쓸 식수를 구해와야만 했다. 아직 그는 막내일 뿐이었다.
“얘 정아 그만두거라,,,그만하면 되었어.”
오늘의 식사당번인 노씨가 무정에게 말했다. 기껏해야 열명 분의 밥을 짓는데 이렇게 많은 물은 필요 없었다. 이미 두 번이나 갔다 왔으니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
무정은 아무 말 없이 다시 돌아서 부엌문을 나섰다. 노씨가 혀를 끌끌 찼다. 언제나 이런식이었다. 아침마다 세 번씩 물을 길어오는 무정이었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무정은 대원들의 무기와 무구를 손보았다. 명군의 무장이야 그리 대단치는 않았다. 각종 수투나 철각등을 마른무명천으로 광택을 올렸다. 그리고 난 후엔 숫돌로 각종 검과 도, 극, 창등을 손질했다. 작은 꼬마가 자신의 키만한 무기들을 손본다는 것은 말이 그렇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엔 그도 수없이 손가락을 베었다. 보다 못한 대원들이 그를 말렸으나 부득불 우기는 꼬마의 고집에 손발을 들었다. 이제 이년이 시간이 흐른 지금은 아주 능숙한 손놀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오전을 마치면 자유시간이었다. 꼬마는 이후 석식때까지 무공수련에 힘을 쏟았다. 무공이라고 해봐야 기초적인 양생술(陽生術) 정도였지만 그는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직 꼬마에게 병기를 드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인 권각과 이 양생술정도가 고작이었다.
기본은 마보로부터 시작했다. 이어 이리저리 보법을 바꾸면서 신형을 움직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좌궁보, 우궁보에 이은 조천세로 끝맺음을 하는 그의 말도 안 되는 양생법은 군졸들이 지나가다 필요한 자세들을 하나 둘씩 던지듯 가르쳐 줌으로 인해 중구난방으로 이어붙인 것이었다.
허나 꼬마는 진지했다. 특히나 그가 신경을 쓰는 점은 호흡이었다. 숨이 가빠지지 않도록 들숨과 날숨을 조절하면서 될수있으면 천천히 움직이고자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석식이 끝나면 꼬마는 마백호에게 갔다. 그에게서 글을 배우는 것이었다. 마부장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한 시진 정도 글을 가르쳐 주었다.
꼬마는 둔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천재도 아니었지만 영특한 면모를 가끔 보여 마부장은 절로 흐뭇해짐을 느꼈다. 그 증거로 마부장은 지금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로 무정을 바라보는 시선을 들 수 있었다.
마부장은 무정의 글솜씨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무가 아니라 문으로 방향을 돌려도 충분히 대성 할수 있을 것 같았다. 허나 그것은 무리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환경이었기 때분이었다. 군문(軍門)에서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무정이 무공을 익히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남모르게 그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다고 하는 것들이 무슨 천축 유가술(踰跏術) 같은 양생법인 것 같았다. 마백호는 자신의 가문에서 내려오는 도가(道家)쪽의 무량심법(憮良心法)을 가르쳐 줄까도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가문의 비전을 함부로 남에게 전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비록 엉터리 동작들이라도 유가술 쪽이라면 충분히 몸에 이로운 것들이었고, 어디서 들었는지 호흡만큼은 안정되고 정확하게 익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별 말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무정의 가능성은 무한했다. 그는 그저 어긋나지만 않게 도와주면 될 일이었다.
이름 모를 꽂들이 창밖으로 보이고 있었다. 어느새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었다. 무정이 이곳에 온지 이년이 되는 어느 춘삼월의 밤이었다.
“야차심해세(野叉深海勢)”
“햐~얏..”
“출신적격(出身敵擊)”
“타이~앗..”
우렁찬 소리가 연무장을 울렸다. 수백의 인원이 교두의 음성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총교두 하중경은 대열의 후미에 시선을 고정했다. 웬만한 어른의 키만 한 소년이눈에 들어왔다.
소년의 나이 십사 세.. 더 이상 그는 허드렛일을 하지 않았다. 이제 일반병사와 마찬가지로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의 창에서 유월의 햇살이 부서졌다. 현란한 눈부심이 찬연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직 너무 어리지 않습니까?”
“본인의 의지가 저럴진데 어찌하겠나...”
연무장의 한쪽구석에서 마백호는 총교두 하중경(河衆敬)과 말하고 있었다.
“확실히 어릴 때부터 배워서 그런지 투로와 초식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실전과 훈련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중경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정이 내일부터 실전에 참가하기 때문이었다. 마백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물론 잘 알고 있다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제 그를 여기서 머물게 할 수 있는 명분이 없네. 내 입장에서도 전투에 내보낼 수밖에 없었네..”
이곳은 군문이지 보육기관이 아니었다. 군인이외에는 허드렛일이나 하는 잡부들만이 있었다. 그는 무정이 잡부로써 살아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 점은 무정도 마찬가지였다.
“........”
하중경은 말이 없었다. 마백호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무정이 측은한 것은 사실이었다. 보통아이들이라면 서당에 다니며 한참 또래와 어울려 놀러 다닐 나이었다. 하중경의 눈에 측은함이 물씬 묻어났다.
무정은 이미 강주백호소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장교로부터 일반 병까지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자신의 동생 혹은 아들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깊은 관심을 저마다 보여주고 있었다. 하중경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왠지 그만은 전투의 참혹함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무정의 일과는 이제 오로지 무공수련이었다. 권법삽십이권(拳法三十二拳),장창이십사세(長創二十四勢),협도(挾刀),쌍수도(雙手刀).쌍검(雙劍),궁(弓),비도(飛刀)와 암기술등 군에서 지정하는 거의 모든 분야를 배우고 익혔다. 초식과 투로는 이미 다 익힌 상태였다.
그것도 아주 지겨울 만큼..그가 하는 양생술 같은 것도 제대로 다시 배웠다. 총교두 하중경이 오년 전에 부임한 후 그에게 올바른 호흡법과 습득로를 알려주었던 것이었다. 지금 무정은 그것을 수련하고 있었다.
“후~~욱"
“훅”
길고 짧은 호흡들이 반복되며 기묘한 동작들을 취했다. 군의 양생술은 내공수련을 목적으로 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장에 서기 전 최대한 경직된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체조와도 같은 것이었다.
허나 무정은 그러한 목적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총교두가 가르치기에 전장에서 무척 중요한 것인 줄만 알았다. 그는 맹목적으로 움직였다. 동물이 움직이는 동작들을 기본으로 한 양생술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와 함께 그의 내부에서는 서서히 그 효과가 쌓여져 가고 있었다.
무릇 한 동작에도 힘은 소요된다. 하지만 같은 동작이라도 동등한 힘이 소요되는 것은 아니다. 즉 팔만 사용할 때와 몸과 같이 움직일 때 그 힘은 같지만 타격력은 배가 되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 하겠다.
무정이 하는 양생술은 그런 작은 힘으로 큰 효용을 내는 사량발천근(四良撥千斤)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비록 축기는 못하지만 그 통로가 되는 근육과 핏줄이 강건해지고 뼈가 유연해지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무정은 그러한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제 이젠 마음먹은 대로 몸을 양껏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 것이 마냥 즐거울 따름이었다.
마백호와의 글공부도 계속되었다. 천자문은 이미 몇 년 전에 다 숙지했다. 같은 또래의 소년과 비교한다면 확실히 빠른 성취였다. 마백호는 이제 논어부터 한 단계씩 나아갈 것을 제의 했지만 무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무비지(武備志). 육도삼략(六韜三略), 기효신서(紀效新書) 등을 읽기를 원했다.
마백호는 그러한 무정의 말에 눈을 크게 떴었다. 그것들은 책략을 겸한 간단한 병법서임과 동시에 군문에서 사용되는 각종 무공들을 집대성한 일종의 교과서나 마찬 가지였다.
지금 그는 척계광의 기효신서를 읽고 있었다. 기효신서는 군문에서 사용되는 각종 무공 외에도 주변민족들의 무공도 상당부분 수록이 되어있어서 상당한 도움이 되는 서적이었다.
마백호는 정독을 하고 있는 무정을 바라보았다. 내일이면 실전에 나서게 된다는 것을 눈앞의 덩치만 큰 소년은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두려울 만도 할 텐데 내색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모습을 대견스레 지켜보았다. 그의 눈이 무정의 손발에 채워진 묵환에 머물렀다. 꽤 오래전부터 무정은 한쪽에 두 관짜리..도합 총 여덟 관의 철환(鐵丸)을 차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일반병사와 같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눈이 천정을 향했다. 지금 그가 무정에게 잘하고 있는지 못할 짓을 하는 것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만일 신이 있다면 .. 오직 그만이 알 것이었다.
“무정! 본진까지 길을 열어라! 일(一),삼(三),사(四) 십호대(十戶臺)는 그 뒤를 따라 진격!”
무정의 이름이 마백호의 입에서 불리는 순간, 방어진영을 짜고 있었던 용현천호소의 군졸들 뒤에서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날아올랐다.
긴머리에 구릿빛 동체, 육척이 훌쩍 넘는 키에 보통 사람의 팔뚝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팔뚝이 8척에 가까운 미첨도(眉尖刀)를 들고 달리는 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엄청난 압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섬전같이 진영을 빠져나간 그는 빗발치는 화살 속을 왼손의 방패로 퉁기며 달려 나갔다.
“ 텅..터덩..”
화살이 그의 방패에 퉁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무정의 전신에 화살들이 스치고 간 생채기가 곳곳에 생겨났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닌 듯,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방패로 중요부위만을 막으며 달렸다.
마백호는 어느새 십팔 세의 청년으로 변모한 무정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떨릴 만큼 무정의 신위는 놀라웠다. 문득 그는 사 년 전 무정의 첫 출전 때를 생각했다.
첫댓글 즐독 ㄳ
제미있네요~^^
감사합니다
기대 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