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서예(2) 뿌리론
붓글씨라는 나무의 뿌리는 무엇이 될까?
글씨는 그 사람과 같기에 글씨에 앞서 그 사람의 품성이 어질어야(仁) 하며
효(孝와) 제(悌)를 실천해야 한다. 이것은 사람으로서 삶의 보편적인 뿌리이자
예술을 보다 깊이 대지 위에 뿌리내림 하기 위한 원초적 조건인 것이다.
나무를 관찰할 수 있는 열려진 마음이 필요하다. 나를 버리고 나무를 있는 그대로
격물치지(格物致知) 할 수 있는 나무와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힘,
즉 선독천경(善讀天經)할 수 있는 밝은 안목이 요구되는 것이다.
나무가 보여주는 그대로를 읽고 그 안에 내재된 자연의 이치를 알며
이로 인하여 나를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樹三讀)
독서를 사랑해야 한다. 완당선생이 말하였듯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
서예는 문자를 재료로 하는 조형예술이기에 독서를 성실히 하여
문자향이 머리와 가슴을 가로질러 나의 다섯 손가락에 온전한 기운으로
전달되어 흘러내리도록 해야 한다.
수많은(완당선생의 309개의 비) 비와 첩이 자신의 팔뚝아래 온전히 구비되도록,
나무가 매일매일 성실하게 뿌리내리듯 모범이 되는 비와 첩을 임모해
자신의 것으로 익숙하게 내밀화 해야 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서예라는 나무의 뿌리는 인한 마음으로 효제를 실천하며,
나무를 관찰하여 나를 깨닫는 밝은 지혜, 독서를 사랑하고
서예의 고전인 비와 첩을 온전히 내 팔뚝아래 구비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 뿌리는 성(誠)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