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물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한다면…
(설명의 편의를 위해 개략적으로 내용으로 기술하였음을 감안해서 봐주길 바랍니다 ^^)
경제학에서 통화량과 물가와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는 방식 중 하나가 바로 화폐수량설입니다.
이는 MV = PT(M : 화폐수량, V : 화폐의 유통속도, P : 물가수준, T : 거래액)라는 산식으로 표시합니다. 이 식을 구성하는 것 중 크게 보면 V와 T는 일정하다고 가정되며, 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통화량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시중에 통화량을 공급하는 과정을 보면 대개 시중은행에 공급하고 은행은 대출이라는 과정을 통해 시중에 통화량을 공급하게 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시에 미국 연준이 엄청난 양의 통화를 공급했음에도 물가의 상승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경기의 악화와 기업들의 부도 위험에 따른 경제 전체의 리스크 상승으로 은행들이 대출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경기가 위축되어 통화의 유통속도 또한 급격히 줄어들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현재의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죠. 작년에 미 연준은 금리를 급격히 하락시켰으며, 2008년 보다 더 많은 양의 통화를 발행해서 급격히 하락하는 경기를 방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재정정책을 통해 시중에 달러를 직접 공급했습니다. 은행의 대출을 통하지 않고 시중에 풀린 통화량이 늘었기 때문에 물가수준에 영향을 줄 수 있었음에도 이동의 규제 등으로 소비가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고 생산공장의 셧다운으로 자금의 수요가 줄어들어 많은 통화량이 저축을 통해 은행권으로 유입되었고, 또 자산시장으로 이동함으로써 자산 시장의 상승을 이끌었지만 실물시장에서의 물가수준은 여전히 안정적이었습니다.
요즘 들어 물가가 들썩이고 있는데, 이는 수요사이드의 요인 보다는 공급사이드의 문제로 보이며, 우리는 이를 Cost-push inflation이라고 표현합니다. 셧다운 등으로 생산활동이 위축되었고 공장의 가동률이 하락하여 원자재부터 많은 산업중간재의 수요가 감소하였으나, 최근 들어 백신의 보급 등으로 생산 활동이 증가할 조짐을 보이자 원자재와 중간재에 대한 실질 수요 증가에 잠재 수요까지 증가하면서 원자재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원유가격의 상승입니다.
어찌됐건 이렇듯 물가 수준이 상승하게 되어 미국의 연준이 천명했던 약 2%대의 APT(평균물가목표제)하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이를 넘어서는 수준이 유지된다면 결국 연준은 공금리의 인상을 꺼내들 것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다시 미국 경기의 회복을 더디게 할 수는 있지만 미국 정부와 연준은 금리를 올리는 카드를 쓸 것이 자명합니다. (이러한 이유는 추후 투자벙에서 거론하겠습니다. 내용이 좀 길어서…)
특히 현재 마이너스 수준인 실질금리 마저 플러스로 전환된다면(물론 당장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시장에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작년에 여러 번에 걸쳐 올렸던 글 들에서 언급했듯이 저금리 하에서는 성장주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논리의 반대가 적용된다고 보면 간단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할 때는 대개 향후 12개월치의 매출과 이익 성장을 감안해서 적정주가를 산출합니다.
그런데 급격히 성장하는 산업군의 기업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나 셀트리온 같은 바이오 기업, LG화학 같은 2차전지 기업군, NAVER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 등은 대체로 더 긴 기간의 영업현금흐름(매출활동으로 기업이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을 감안해서 기업의 적정주가를 산출해줍니다.
성장성에 더 높은 값을 쳐주는 셈인데요. 이러한 기업들의 적정주가 산출은 기업들의 매년 영업현금흐름 추정치들을 더한 값을 적정 할인율(정확히는 아니지만 시중금리로 이해하시면 됩니다)로 나눠서 산출합니다.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은 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CF : Cash Flow(유입될 현금흐름), r : 이자율, t : 년수]
이 공식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이자율인 r과 기간을 표시해주는 t입니다. 장기로 매년 들어올 영업이익의 양은 성장기업이므로 증가할 것인데, 이를 나눠주는 할인율인 r은 낮아져 있는 상태이므로 고성장기업들이 고평가를 받게 되었던 것이죠.
문제는 바로 저 공식에서 할인율이라고 지칭되는 r이 조금만 상승하여도 적정가치 산출에 적용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식에서 거듭제곱의 지수인 t값이 1, 2, 3, …등으로 커져서 분모의 값들이 더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들이 매출 성장으로 매년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이 증가한다고 해도 그 분자를 나누어 주는 분모 값의 급격한 상승으로 결국에는 기업의 산출되는 적정주가는 급격히 하락하게 됩니다.
시장에서 인정해주는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러한 연유로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성장주들의 가격이 대체로 급락하게 됩니다. (말로 안하고 글로 설명하다 보니 보니, 이해 하시는데 좀 어려울 것 같네요. ㅠㅠ, 나중에 기회가 되면 투자벙에서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그럼 금리 상승기에 모든 주식들이 하락하기만 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일단 금리상승 수혜주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들이 은행, 보험, 증권과 같은 금융기관입니다. 그리고 꾸준히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내는 기업들, 소위 가치주 군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금리의 상승기에도 제대로 된 기업평가를 받아 가격이 하락치 않거나 되려 상승하게 됩니다. 게다가 업황에 따라 많은 상승세를 시현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저금리 상황 하에서 고성장률의 혜택을 누리는 기업들 위주로 포트를 유지하면서 투자에 임하더라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면 금융주나 시크리컬 산업으로 분류되는 경기민감주 등으로 보유 포트폴리오는 교체해 나가는 것이 투자수익을 높이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산업군으로는 화학, 철강과 같은 산업재 생산 기업군과 자동차, 반도체 산업 등을 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 섹터의 공급위축으로 업황 마저 급격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수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실제 투자의 세계는 정형화되거나 공식대로 흘러 가지는 않습니다만 금융사나 지난 주식시장의 생리를 볼 때 참고할 만한 내용입니다.
물론 성장주가 무조건 하락하기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느 정도 조정을 거친 이후에는 재반등을 줄 것이고 다시 상승추세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금리 시기에서 누렸던 밸류에이션 상의 이점만큼은 확실히 줄어들 것임은 자명합니다.
또한 그 조정의 폭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감내할 만 한가 아닌가는 개별 투자자 입장에서 다르기에 그냥 흘려 들으셔도 무방합니다. 다만 먼 훗날의 얘기가 될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해서 투자에 임한다면 그간의 수익을 지켜내고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금융 상식 차원에서 글을 작성해 봤습니다. ^^
더 정확하고 자세한 내용은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시기에 투자벙에서 논의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