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한 中國
6월 26일은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이다. 마약으로부터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마약을 우리 주변에서 몰아내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세계적으로 마약 중독자가 늘어나고 있고 마약 거래의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마약중독자가 적지 않아 그 해로움에 대한 지속적인 계몽과 단속이 필요하다.
마약은 진통과 마취 효과를 특징으로 한다. 그것이 병 치료의 수단으로 사용될 때에는 유익하지만 환각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될 경우가 문제이다.
마약에 중독되면 건강을 잃고 폐인이 된다. 마약은 자신의 고통을 모르게 하기 때문에 신체가 망가지고 목숨을 잃게 되도록 습관을 버리지 못하게 하니 무서운 것이다.
마약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 기원전 3천년 경부터 이집트에서 앵속(罌粟)이 재배되었는데 의약품이 부족하던 당시 상황에서 앵속은 상비약으로 사용되었다. 앵속이 서아시아의 상인들을 통해서 중국에 전래된 것은 당(唐)나라 때인 7세기경이었다.
앵속은 꽃잎이 붉고 풍만하였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양귀비(楊貴妃)라고 불렸다. 양귀비를 복용하면 진통효과도 크고
신선세계나 극락세계에 들어간 듯한 환각을 느끼게 되어 사람들이 빠져들었다.
`본초강목(本草綱目)’ 같은 의학 서적에서도 정식 의약품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해로운 줄을 몰랐다.
양귀비가 문제가 된 것은 그것에서 마약의 원조 격인 아편(Opium)을 제조하면서부터 였다. 아편 중독자가 늘어나자 그들의 치료를 위해 아편에서 모르핀을 추출하였다. 모르핀에서 독일 바이엘사가 새로운 치료제를 생산하였는데 그것이 `영웅처럼’ 된다는 헤로인이다.
치료를 목적으로 제조한 약이 오히려 새로운 마약이 된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 합성마약인 필로폰까지 생산되면서 마약의 독성은 갈수록 강력해졌고 그 폐단도 심각해졌다.
마약의 해로움을 알지 못하던 유럽노동자와 중국인들이 아편에 중독되어 갔다. 아편은 18세기부터 산업화가 시작되던 유럽의 도시들에서 공장노동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18세기에 중국에 유입된 아편은 중국인들을 중독 시켜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파탄하게 만들었다. 중국 아편의 심각성은 영국 등 열강들이 의도적으로 중국에 인도 아편을 밀수하여 중국인들을 중독 시켰다는데 있다.
아편으로 백성들의 건강과 국가 재정의 위기를 맞은 중국이 아편단속에 나서자 영국은 아편전쟁을 일으켰다. 이 전쟁에서 중국이 패함으로써 중국은 세계 최대의 아편시장이 되어 버렸다. 중국도 아편을 재배하고 생산하면서 19세기 말엽에 이르면 중국은 세계적인 아편생산국이자 소비국이 되었다. 이제 마약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가 되었다.
마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국제회의가 1909년에 세계적 아편 도시인 상하이(上海)에서 열렸다. 이를 계기로 국제아편회의가 1912년에 헤이그에서 창설되었다. 이후 1961년의 단일국제아편조약이 출범하여 지금까지 국제적인 마약 퇴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의 공산화로 그토록 극성을 부리던 마약문제가 사라진 듯하였다. 중국 공산당의 중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있었고 생산과 유통을 적극 통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혁개방이후 중국 사회의 변화에 따라 마약 문제가 다시 등장하였다.
중국 정부는 뇌물 및 인신매매범과 함께 마약사범을 최고형으로 다스렸지만 윈난(雲南)성 등 변경지역의 마약문제는 심각해져 갔다.
이에 중국 정부는 1998년부터 마약사범의 실체를 인정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였으며 2007년 12월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금독법’을 통과시켰고 올 6월 1일부터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이 ?금독법(禁毒法)?은 신 중국이 처음 제정한 마약법이다. 이것은 중국의 마약 단속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포괄적인 법률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금까지의 단속 일변도에서 예방과 치료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번 마약법의 제정과 실시를 통해서 중국이 마약 단속에 성과를 거두어 국제적인 마약국가로서의 오명을 벗어나기를 바라며 마약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이학로 (계명대학교 국제학대학 중국학과 교수) /대구신문 2008-06-19 20: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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