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사랑에 빠진 두 편의 시조
2008년 10월 17일 금요일은 강호시조모임이 있는 날이다. [버섯골]에서 버섯을 넣은 칼국수의 진미를 맛보며 강호시조문학회 10월 월례회가 열렸다. 주요 의제는 김광자 시인께서 낸 시조집 출파기념회 의논과 강호시조 문집 출판의 건 ,지은영님의 시조 당선 축하 이야기 등이었다.
회장님께서는 바쁜 일정 때문에 참석을 못 하셨고 권오선 시인, 김광자 시인, 임춘자 시인, 조옥수 시인 지은영 시인 등이 참석하였다. 나중에 채정미 시인이 동참하셨다.
나는 시조에 관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갔는데 워낙 다른 재밌는 이야기에 열중하다보니 그만 잊어먹고 말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 지면을 빌어 대신 전한다.
다음 시조 두 편은 1980년 현대시학 2월호에서 1979년 시조 총평을 하는 지면에 있는 시조이다.
인연
한분순
그는 아니오고
홀로
가슴을 앓네
행여 닿을까 싶어
손을 뻗치어 보건마는
타는 듯
사위는 눈빛은
늘상
재로 날리네.
정이월 그리고 춘삼월
박옥금
산머리 흰 눈에서
은실 뽑아 흩뿌리며
강심도 풀어놓고
고목도 깨워놓고
임오실 길목을 쓸어
등을 다는 매화가지.
* 한분순의 <인연>은 기다림에 타는 여인의 마음이 그려져 있다. 제목을 이ㅣㄴ연으로 한 것을 보면 인연이 있길 바라는 간절함이 나타나있다. 사랑의 아름다움은 기다림에 있는 것이 아닐까. 순수한 아름다움의 얼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기다림'이다.
*박옥금의 <정이월 그리고 춘삼월>에서는 매화가 눈에 돋보인다. 임오실 길목을 쓸어 등을 다는 매화가지야말로 기다림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초장에서 문을 여는 모습이 가히 일품이다. 눈이 흩 날리는 모습에서 어떤 간절함과 기다림의 단초를 헤아리게 하고 중장에서는 기다림에 대한 준비가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종장에 가면 등을 다는 매화가지를 만난ㄹ 수 있다. 얼마나 멋들어진 시조의 율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