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104904C4E6068D227)
<쌍향수>
장경욱
향나무라는 원래 향기가 나는 나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따사로운 햇살을 아주 선호하는 극양수(極陽樹) 답게 향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을 비롯해 해안가에 밀집해 있다. 강하고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제를 지내는 의식 및 향료로 쓰거나 오래 살므로 흔히 정원수로 심는다. 윤이 나고 결이 좋을 뿐 아니라 목재를 향(香)으로 사용해 왔어 향나무라고 하는데, 잎의 일부가 빛나는 금색처럼 보이는 것을 금반향나무라고 한다. 원줄기 없이 쭉 자라지 않고 많은 대가 동시에 성장해 둥글게 되는 것을 옥향이라고 부른다.
이 중에 신비로운 기운이 감도는 송광사 천자암(天子庵) 쌍향수(雙香樹)는 하늘에 휘영청 떠 있는 달빛처럼 솔 향이 온누리를 휘감는다. 이 향나무의 생김새는 꼭 두 마리의 학이 하늘로 승천하듯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묘연함이 감도는 향나무를 유심히 보면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오르게 한다. 세심히 잘 보면 빼어난 그림이 지닌 살아 숨 쉬는 절세의 예술품이다. 오래 기다려 온 일처럼 옛 일을 회상하며 기억 하나하나를 되짚어 고려 중기의 고승 지눌(知訥, 1158~1210)스님을 떠올려 본다.
유래를 보면 보조국사 지눌이 금나라를 다녀올 시 당시 그곳의 태자였던 담당국사와 함께 국내에 들어와 수행처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다 전남 순천(順天)의 조계산 자락에 이르렀다. 자신들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법당 앞에 나란히 꽂은 것이 후일 푸르고 큰 나무가 되어 “송광사 쌍향수(雙香樹)”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이곳에 천자암을 세웠는데, 어느새 약 800백년이란 세월을 지나면서 지금의 전설로 남은 것이다. 두 그루가 바로 곁에 붙어 있다 해서 특히 스승과 제자의 극진한 예를 바탕으로 숱한 이야기까지 전하는 아름답고 상서로운 향나무이다. 이 쌍향수는 현재 천연기념물 제88호로 지정되어 있다.
유명한 사찰 송광사의 보물 중의 으뜸인 쌍향수(雙香樹)는 일반 향나무보다 줄기가 실타래처럼 꼬여 있다. 더욱이 잎이 짧고 더 곱게 생긴 ‘곱향나무’이며 불가의 믿음으로 전하고 있지만 쌍향수를 조금이라도 만지면 틀림없이 극락세계로 갈 수 있다 하여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웅장한 천자암을 찾았다고 한다. 향기는 하늘 멀리 자꾸 올라간다. 진정 나무의 향기처럼 사람이 가진 인품과 덕만큼 극락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본다. 사철 변함없는 푸른 계절과 같이 짙은 쌍향수 내음이 바람을 타고 밀려온다.
고귀한 형상을 뽐내는 향나무의 향은 청향(淸香)이라 하여 심신을 깨끗하고 맑게 부정을 제거한다. 더불어 향나무와 연관해 고려 말부터 불교에서 전하는 매향의식(埋香儀式)이 있는데 계곡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지점에 향나무를 묻는 의식이다. 이를 인하여 미륵여래에게 공양함으로 자신의 후일과 다가올 미륵 세계를 기원하는 것이다. 또한 땅속에 묻었던 향나무는 오랜 기간이 가면 침향이 된다. 침향(沈香)은 향중에서 제일로 여기며 목재가 단단하므로 불상조각 재료로 사용하거나 피부병에 좋은 약재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향나무는 어떤 곳에서도 적응력이 강한 만큼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아낌없이 제 몸의 향을 골고루 허공에 날린다. 갖은 세파에 흔들림 없이 초연한 삶의 자세란 근본적인 자신의 지혜와 수양 못지않게 송림사 ‘쌍향수’ 처럼 보이지 않게 무엇인가 베푸는 자비심이 중요하다. 사실, 쌍향수는 천년동안 아무 말 없지만 향기만으로 주위를 정화하고 불심을 잃지 않게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자연 속의 한그루 나무로서 ‘천혜의 혜택’ 그 자체이다. 우리도 기본 토양 안에서 지혜를 뿌리 깊이 내리고 스스로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향기롭고 아름다운 삶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