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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가 安心歌 ◎ 안심가는 신유년(1861) 8월 하순경에 쓰신 가사이다. 먼저, 집안의 부녀들에게 힘들었던 과거의 삶을 말씀하신다. ◎ 부유한 집을 부러워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고 마음 아팠던 심정을 말씀하신다. ◎ 구미산 용담으로 돌아올 때의 심정을 말씀하신다.
5 무정한 세월은 물결처럼 흘러 일고여덟 달이 지나갔다. 어느덧 사월 오일이 되었는데, 나는 꿈결인지 잠결인지 천지가 아득해지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때 하늘로부터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마치 천지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나의 이상한 행동을 본) 아내는 놀라움과 두려움에 얼굴빛이 변하여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아이고, 내 팔자야, 어찌하여 이런 일이 생긴단말인가? 아이고, 아이고, 사람들아, 저 사람에게 약이라도 먹여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앞도 안 보이는 이 캄캄한 밤에 누구를 찾아가서 약을 지어 달라고 부탁한단 말인가?』 (나의 이상한 말과 행동에) 놀란 아이들은 무서운 나머지 방구석마다 끼어서 울고 있었고, 아내는 헝클어진 머리에 행주치마를 걸치고, 넘어지고 자빠지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 영부를 받던 상황을 말씀하신다. 7 그럭저럭 정신을 차리고 등불 아래서 밤을 지새우고 있는데, 하늘님께서 나에게 흰 종이를 펴라고 명령하셨다. 나는 또다시 놀라고 당황하면서도 하늘님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종이를 펴 놓고 붓을 들었다. 그러자 물건의 형상을 한 부적이 종이 위에 선명하게 나타났는데, 생전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 나는 정신없이 이것을 바라보다가 아내와 아들을 불러서 물어보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와 같이 생긴 부적을 혹시 가끔씩 본 적이 있는가?』 아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아버님,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정신 좀 차리십시오. 흰 종이를 펴고 붓을 드니 물건의 형상을 한 부적이 종이 위에 있다는 말씀은 그 무슨 황당한 말씀입니까? 아이고, 아이고, 어머님, 우리의 신세가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아버님이 하시는 거동을 보십시오. 저렇게 이상한 말씀이 세상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고는 어머니와 아들은 손을 마주 잡고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 처음으로 영부를 탄복하던 상황을 말씀하신다. 8 이때 하늘님이 말씀하셨다. 『지각없는 사람들아, 그부적은 삼신산의 불사약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아무 사람이나 볼 수가 있는 것이겠느냐? 미련한 이 사람아, (지금 눈에 보이는 그 부적을) 붓으로 따라 그려서 그릇 안에다 불살라 놓고, 냉수 한잔을 부어서 마셔 보아라.』 이 말씀을 듣고 나는 즉시 그 부적을 따라 그려서, 불에 살라 물에 타셔 마셔 보았는데,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으며 아무런 맛도 없는 것이 특이하였다. 9 이때부터 그럭저럭 먹은 부적이 수백 장이 되었고, 일고여덟 달이 지나갔다. 가늘고 약하던 몸이 굵고 튼튼해졌으며, 검고 거칠던 얼굴이 희어지고 윤기가 났다. 어화, 세상 사람들아, 신선의 풍채와 도인의 골격이란 말이 있는데, 나의 모습이 그렇지 않은가? 좋구나, 좋구나, 이내 신명이 참으로 좋구나. 이렇게 되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을 것이 아니겠는가? 만 대의 전차를 가졌던 진나라 시황제도 결국 여산의 무덤에 누워 있고, 한나라 황제 무제도 하늘에서 내리는 불사약인 이슬을 받아 마시려고 승로반이라는 쟁반을 만들었는데, 결국 소용없게 되어 웃음거리만 되지 않았던가? 좋구나, 좋구나. 이내 신명이 참으로 좋구나. 영원토록 다함없는 이내 신명이 아니겠는가? 좋구나, 좋구나. 금을 준다고 이 부적과 바꾸겠느냐? 은을 준다고 바꾸겠느냐? 진나라 시황제와 한나라 무제가 무엇이 없어서 죽었겠는가? 내가 만약 그때에 있었더라면, 불사약인 이 부적을 손에 들고, 그들을 실컷 놀려 주었을 텐데, 이렇게 늦게 태어나 그들을 놀려 주지 못하니 한스럽구나. 좋구나, 좋구나. 이내 신명이 참으로 좋구나. 10 영부의 이치를 알지도 못하는 세상 사람들은, 「영부가 사람을 저렇게 신선으로 만드는가?」라고 확신도 없는 말을 하면서, 너도나도 한 장씩 또는 두 장씩 달라고 한다. 또 마음이 어두운 세상 사람들은 자신보다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어찌 그리도 잘하는가? 답답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구나. 나의 영부는 하늘님의 명령을 받아 그린 것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하늘님의 명령을 돌아보지 않고), 마치 짐승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런 너희의 몸에 어찌 불사약의 효험이 있겠느냐? ◎ 음해하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신다. 11 가소롭구나. 가소롭구나. 너희들이 나를 음해하는 짓이 참으로 가소롭구나. 나는 어떤 잘못도 없으니, 얼굴에 부끄러운 빛을 띨 필요가 없다. 너희들이 이것을 알기는 하는가? 애달프구나, 애달프구나, 너희들이 나를 음해하는 짓이 참으로 애달프구나. (지금 세상에 창궐하고 있는) 괴질은 몇 해 안에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만약 너희들이 괴질에 걸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죽을 지경이 되어도, 너희들이 음해를 그치지 않는 한 (너희에겐 영부의 효험이 없을 것이니,) 우리가 너희를 도와줄 수도 없을 것이다. ◎ 음해하는 사람들에 대한 말씀이 이어진다. ◎ 험난한 우리나라의 운수에 대하여 한탄하신다. 14 가련하구나, 가련하구나, 우리나라의 운수가 가련하구나. 지난 세월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임진년이 몇 해나 지났는가? 이백사십 년이나 지나지 않았는가? 이제는 모든 나라들이 괴질과 같은 운수를 극복하고, 다시 새로운 문명을 열어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옛날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렸던 세상과 같이,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한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험난하구나, 험난하구나, 우리나라의 운수가 참으로 험난하구나. ◎ 침략자 일본을 질책하시고, 충신들이 나라를 보전한 것처럼 선생도 하늘님이 명령하신 도를 받들어 보전한다고 밝히신다. 17 짐승 같은 일본 강도 놈들이 지난 세월 임진년에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밥 먹듯이 우리나라를 먹어 버리지 못했다고, 지금도 쇠숟가락으로 밥도 안 먹으면서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줄을 세상 사람들 가운데 누가 알겠는가? 이렇기 때문에 또한 일본 강도놈들이 원수가 아니겠는가? 만고의 충신인 김덕령이 그때 (음해를 당하여 죽지 않고) 살았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겠는가? 죄없는 사람을 헐뜯어서 고해바치는 소인들의 짓이 참으로 험하였구나. 불과 석 달이면 일본 놈들을 모조리 물리쳤을 것을 팔 년이나 더디게 하였으니,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나도 또한 하늘님의 도를 받은 몸이건만, 세상에서 온갖 시련을 겪는 것은 또 무슨 일인가? 내가 하늘님의 명령으로 하늘님의 도를 받든다고 해도, 이런 고생은 다시없구나. 세상 사람들이 나를 음해하는 짓이 한이 없구나. 기특하고 장하구나, 기특하고 장하구나, (내가 이런 음해를 받아도 믿어 주는) 우리 집안의 부녀들이 참으로 기특하고 장하구나.
◎ 선조 정무공 최진립 장군의 충정처럼 자신의 절개도 다음 세상에 전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 하늘님이 자신을 내어서 우리나라의 운명을 보전한다고 말씀하시고, 집안의 부녀들이 걱정하지 말고 수련하여 좋은 시절을 맞이하자고 하며 편지를 마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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