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는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노트르담 성당을 비롯해 15세기 파리 건축물들을 완변하게 소설로 재현해낸다. 건축물에 대한 정밀한 묘사는 책에서 극적 분위기를 살리는 중요한 이야기 장치다.
진정한 고궁의 진정한 대광실로 돌아가자. 이 거대한 평행사변형의 양 끝 중 한쪽에는 그 굉장한 대리석 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어찌나 길고 두꺼웠던지, 옛 기록들은 가르강튀아에게 식욕을 돋웠음 직한 그런 문체로, '세상에 이러한 대리석 조각'은 결코 본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 한쪽 끝은 예배당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루이 11세가 성모마리아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자기 모습을 조각해 놓게 하였으며, 역대 왕들의 조상들이 늘어서 있는 가운데 두 개의 빈 벽감을 남겨놓는 데 개의치 않고, 샤를마뉴와 성 루이 왕의 조상을 거기에 옮겨놓게 하였는데. 이는 그가 이 두 성자를 프랑스의 왕으로서 하늘에서 매우 신임받는 인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예배당은 세워진 지가 겨우 육 년쯤 되었을까 말까 하는 아직 새 건물로서, 프랑스 고딕 시대의 말기를 보여주고 르네상스의 꿈 같은 환상 속에서 16세기 중엽까지 지속되는 양식, 셀세련된 건축법과 경이로운 조각술. 섬세하고도 심오한 조각 장식을 가진 저 매혹적인 양식과 완전히 부합하고 있었다. 정면 현관 위에 뚫린 조그맣고 투명한 원화형의 창은 특히 미묘하고 우아한 걸작이었다. 마치 레이스로 된 별과도 같았다.
-빅토르 위고, <파리의 노트르담>, 정기수 역, 민음사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의 배경은 경복궁이다. 1392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고 경복궁을 창건한다.
경회루를 찾은 것은 정초 대감의 죽음에서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살인자는 왜 학사동에서 실신한 정초 대감을 굳이 옮겨와 경회루의 들보에 매달았을까? 열상진원, 주자소, 집현전과 마찬가지로 경회루에도 알지 못할 뜻이 숨어 있을 것이었다. 경회루를 지었던 도편수를 만나야 했다..... 채윤은 웅장한 누각 주변을 세심하게 살폈다. 허리춤의 세모필로 기둥의 수를 적기도 하고, 대충의 길이를 적기도 하며 단면의 모양을 그려보았다. 연못은 남북으로 3백 50보, 동서로 3백40보 정도의 커다란 사각 모양이었다. 둘레에 축대를 쌓아올린 네모남 섬 위에 경회루가 서 있었다...... "잠시 누각을 살폈는데 아래층의 민흘림 돌기둥 48개 중 바깥 기둥은 사각이고 안쪽 기둥은 둥근 모양입니다." "그렇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니까....." "그러하다. 맨 안쪽 3칸을 떠받치는 여덞 기둥은 삼재와 오행을 합한 여덟괘와 같다. 중간의 내진은 열두 칸으로 일년 열두 달을 상징한다. 바깥쪽 외진을 받치는 사각기둥 24개는 24절기를 뜻한다." "이로써 경회루는 밖으로 사방의 산봉우리를 끌어들이고 안으로 둘러싼 호수를 안았다. 주상전하께서는 그 기둥의 수와 칸수, 기둥의 모양 하나에도 하늘과 땅의 이치를 담으셨다." -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밀리언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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