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잠자리 꾸며주기(1)
위즈동물병원 원장수의사 위혜진
한국동물병원협회 반려동물문화사업단 CAPP 위원장
대한수의사회 동물복지위원회 위원
KAHA HAB 인증 반려동물예절교육강사
사회복지사
사람들이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듯 개들도 자신만의 보금자리가 필요합니다. 적절한 보금자리는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뿐만 아니라 배변교육과 혼자서 집보기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반려견에게 필요한 잠자리 꾸미기와 꾸미기에 필요한 용품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떠한 환경이 반려견에게 안락한 환경일까요.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점은 보금자리를 꾸며줄 위치입니다. 개들은 무리생활을 하던 동물로 무리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 안에 두되 반려견만의 공간을 나눠주세요. 혼자 있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입양 첫날부터 따로 격리시켜 재운다면, 불안감은 더욱 커집니다. 예를 들어 불이 꺼진 방에 혼자 남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를 어두운 방에 혼자 둔다면 두려움이 극복되기 보다는 공포감이 극대화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겠죠! 이렇게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더 큰 두려움에 강하게 노출 시키는 것을 홍수요법이라고 하는데요, 홍수요법을 적절히 사용하면 약이 되지만 무턱대고 시행하면 오히려 극복할 수 없는 Trauma(정신적 외상)이 생길 수도 있으니 반드시 행동학전문가와 상담 후 처방 되어야 합니다.
반려견이 너무나 귀엽기도 하고, 반려견도 보호자 곁에 있고 싶어 해서 보호자분의 침실에서 함께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닙니다. 개의 조상인 늑대는 개와 완전히 같은 동물은 아니지만 공통된 습성을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늑대를 통해 개의 습성을 알아볼까요? 늑대는 무리생활을 하며 리더(알파 늑대)를 따릅니다. 알파 늑대는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늑대의 목이나 등에 발을 올리거나 올라타는 행동 등을 통해 우위를 표현하기도 하고, 복종과 호감을 표현하기 위해 배를 보이며 드러눕기도 합니다. 반려견과 같은 자리에서 잠을 자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자신의 영역을 허용하고, 배를 보이고, 배 위에 올려 두는 행동은 보호자를 리더로 믿고 있는 반려견에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몸집이 작은 반려견의 입장에서는 보호자의 몸무게가 충분히 위협적이기 때문에, 보호자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다가 밟히거나, 같은 이부자리에서 잠을 자다가 보호자의 뒤척임에 부상을 당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도 잠자리의 분리는 필요합니다.
효율적인 공간 나눔을 위해서는 써클(울타리)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써클은 나무, 쇠, 플라스틱 등의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져 시판되고 있습니다. 쇠 재질의 크롬 도금이 된 써클의 경우 4각형부터 8각형까지 다양한 크기로 변형이 가능하고 넓게 펼쳐서 출입문 사이에 설치 할 수도 있습니다. 점프를 많이 하거나 힘쎈 반려견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밀려 다닐수도 있고, 밀릴 때의 소음도 큰 편이지만 접었을 때 부피가 적고 가벼우며 설치와 보관이 용이하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써클은 여러 세트를 함께 조립하여 크기나 높이를 조절 할 수 있는데 재질이 쇠보다 물러서 이빨이 튼튼한 강아지가 물어 뜯거나, 틈새 부분이 많아 청소할 때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소음이 거의 없습니다. 나무 프레임(테두리)과 쇠살로 만들어진 써클의 경우 가격이 비싸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며 나무에 냄새가 배일 수 있지만, 무게감이 있어 대형견이 사용하더라도 밀려다니지 않을 정도로 견고합니다. 반려견의 크기와 설치할 공간의 특징에 맞게 선택해서 사용하세요.
공간 구획이 끝났다면 누워서 편히 쉴 수 있는 포근한 잠자리(집)를 마련해 주세요. 강아지 집은 모양에 따라 지붕이 없는 방석 형태와 지붕이 있는 돔형태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반려견을 관찰하여 탁 트인 공간을 좋아한다면 방석형태가, 책상이나 식탁 아래의 구석진 곳을 좋아하면 돔 형태의 집이 추천됩니다. 재질 면에서 보면 이전에는 천으로 된 방석들을 많이 사용했는데요, 푹신한 느낌 때문에 강아지들이 좋아하기는 하지만, 냄새가 배이거나 세탁이 어렵고 활용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나무나 플라스틱 재질의 집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집으로 쓸 수 있고 이동도 가능한 플라스틱 크레이트(이동장)를 많이 사용합니다. 크레이트는 외형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반려견을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해 주며, 세척이 쉽고, 평상시에는 집으로 사용하다가 이동이나 여행 시에는 이동장으로 사용하게 되면, 이미 익숙해 있던 환경이기 때문에 훨씬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대다수의 보호자들은 크레이트가 필요한 그 순간 구입을 해서 곧바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강제로 크레이트에 들어가게 하려고 완력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게 하면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 본격적인 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스트레스를 받고 지쳐버립니다. 크레이트를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느끼게 하려면 강제로 넣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들어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주의사항은 크레이트는 개가 싫어 할 때 강제로 가둬두기 위해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크레이트 적응 교육이 끝나고, 그 공간을 편안하게 느끼게 되면, 손님이 방문 하는 등의 필요 상황에서 잠시 문을 닫아 사용 할 수도 있습니다. 크레이트 안에는 방석이나 수건 등을 깔아주어서 포근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크레이트 교육 시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써클 안에는 잠자리 외에도 배변판을 꼭 준비해 줍니다. 배변판은 패드형(흡수성 패드)과 매쉬(망 형태)타입으로 분류됩니다. 패드형은 지저분해 지면 교체해 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 소변의 경우 겔 형태로 굳혀 주기 때문에 발바닥에 묻어나지 않고 어느 정도 냄새를 잡아줍니다. 단 배변패드를 찢거나 먹는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매쉬 타입은 소변이 망 사이로 흘러들어가 고이므로 배변 후 씻어서 사용하면 됩니다. 패드 타입과 같이 소모품이 들지는 않지만, 발이 너무 작아서 패드(발바닥의 볼록살 부분)가 빠지거나, 처음 사용할 때 흔들려서 덜컥이는 등의 불편함을 겪으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습니다. 패드와 매쉬 두가지 기능을 모두 가진 배변판도 있는데 먼저 패드를 사용해서 적응 시킨 다음, 패드위에 매쉬를 올려 사용하면 판 자체에 자신의 냄새가 배어 있고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변경 할 수 있습니다. 씻어서 사용하는 패드도 있는데, 씻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물로 가볍게 헹궈주는 정도로 세척이 가능하고 역시 자신의 냄새가 배어 있어 유도가 보다 쉽습니다. 시중에 판매 되고 있는 ‘배변 유도제‘도 자신이 배변을 한 장소의 냄새가 나면 재사용 하려는 욕구를 이용해 만든 제품인데요, 병행되는 교육 없이 배변유도제만을 뿌려서 가르치려고 하면 실패의 확률이 높습니다. 이것 외에도 배수구 위에 바로 설치하여 소변은 흘러 내리고 발에는 묻지 않도록 고안된 제품과, 다리를 들고 배변하는 반려견을 위해 한쪽 벽이 높은 용품 등이 있습니다.
집과 배변판이 준비되었다면 물과 식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준비합니다. 식기는 다양한 재질과 디자인이 있으므로, 반려견의 사료 양과 보호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시면 됩니다. 식사량이 적은 강아지는 쌍식기(물과 사료를 같이 줄 수 있는 그릇)를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간편하기는 하지만, 덜컥이면 물이 사료그릇으로 넘쳐 들어가 불편 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식기의 높이는 낮은데요, 나이가 많은 개의 경우 관절 기능이 좋지 않아서 고개를 많이 숙이는 것을 불편해 합니다. 이럴 때에는 식탁 형태로 높이를 조절하여 급식 할 수 있는 식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그릇의 경우 그릇 형태 뿐만 아니라 물병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져 바닥에 세우는 스텐드 형태나 벽에 바로 고정하는 벽걸이 형태도 있습니다.
물병 형태의 경우 쏟을 염려가 없고, 물을 마실 때 귀나 얼굴 털이 젖지 않아 편리합니다. 물병 형태의 경우 세워 놓으면 가끔 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새는 경우가 있는데요, 물을 넣을 때 꽉 찰 때 까지 넣고, 물이 흘러나오는 곳의 볼(물이 줄줄 흐르지 않고, 물을 먹을 때 부드럽게 흘러나오도록 도와주는 장치)을 살살 굴려서 공기를 빼어내면 이러한 현상을 예방 할 수 있습니다. 스텐드나 벽걸이 물병의 경우 물꼭지의 높이가 반려견이 머리를 편안하게 들었을 때의 입 높이와 같으면 적당합니다. 처음 물병 형태를 접하는 경우에는 사용방법을 알려줘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반려견이 보는 앞에서 볼을 살살 굴려서 물이 나오는 것을 보여주고, 물꼭지 앞쪽에 겔타입의 영양제나 간식 등을 묻혀서 햩도록 유도하면 금새 적응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해 조금씩 흘러나오게 만들어 져 있거나, 긴털이나 긴 귀를 가진 개들이 물먹을 때 젖지 않도록 일정 양만의 물이 고이도록 고안된 물 그릇도 있습니다.
오늘은 잠자리 꾸미기에 필요한 물건들을 중심으로 안내해 드렸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이러한 것들을 활용하여 적응시키는 교육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