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잠에 들어 간 죽은 자.
인간으로서의 모든 활동을 끝내고 조용히 죽음의 자리에 몸을 눕히고 있는 죽은 자.
죽은 사람이란 모든 것을 끝낸 사람인데,
이 죽은 사람도 실은 여러가지 생각에 잠겨 있다고 말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나의 말을 믿어 줄까?
그는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자기를 부르고 있는 자가 있는 듯한 기척을 느꼈다.
그것이 어디서 부르고 있는 것인지, 왜 부르고 있는지 ㅡㅡㅡ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이 점을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이 그는 몹시 안타까웠다.
그런데 여전히 그를 부르고 있는 기척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점점 강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그것은 그의 마음속의 가장 깊은 곳이 어떠한 방향으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어째서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으며, 확실하지가 않았다.,,,
그가 이 기묘한 기척에 끌려서 온 곳은 어떤 집의 방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조차 어떤 이유인지도 모르고 방문하게된 그 방 안을 둘러보았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안에는 가족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열 사람쯤 모여 있었다.
그런데 그가 비로소 알 게 된것은 이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표정이라는 것이었다.
침울한 분위기가 방 안 가득히 퍼져 있었다.
누구하나 입을 열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때때로 들리는 것은 사람들의 참아도 참아도 목구멍 속에서 새어 나오는 오열뿐이었다.
자기가 어째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는 그는 더욱 더 불안해지기만 했으나,
그래도 이 기묘한 '집회'의 사정을 알아보려고 다시 방 안을 둘러보았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에게 둘러 싸인 한 가운데 침대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에는 한사람의 인간,
즉ㅡㅡㅡ 죽은 자가 조용히 몸을 눕히고 있었다.
사정을 겨우 이해하게 된 그는 침착하게 다시 한번 사람들의 얼굴을 차례차례 둘러 보았다.
그런데 그가 알 만한 얼굴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이때에야 겨우 깨달았다.
그는 영(靈)으로서 여기에 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 그는 이번에는 새로운 불안에 싸이게 되었다.
그는 사람들이 들울 수 없는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 사람들이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얼마간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자 방 안을 바람같은 것이 지나가는 기척을 느꼈다.
그러자 그 때에 이제까지는 전혀 없었던 한 사람의 그림자 비슷한 것이 희미하게 방 가운데에
떠올라 왔다.
그리고 그 사람의 그림자는 죽은 자가 조용히 누워 있는 침대가에 소리없이 앉았다.
그는 심장이 멎을 정도로 놀라서 꼼짝도 못하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그림자가 불시에 들어옴으로써 그에게는 아까부터 마음에 걸려 있었던
한 가지 일에 대해서 웬지 확실히는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 알게 해주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 방에 처음 들어 왔을 때부터 무엇인가 가느다란 숨소리와도 같은 희미한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이상하게 여기고 그 일이 몹시 마음에 걸렸었다.
죽은 자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
그는 그 소리가 죽은 자의 가슴 근처에서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그의 의문이 이것으로 해결된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것은 죽은 자의 숨소리, 죽은 자의 호흡일까?'
그러나 그는 자기 스스로 이 어리석은 생각을 부정했다.
'죽은 자가 숨을 쉴 리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그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것은 그가 처음에 생각한 것처럼, 죽은 자의 숨소리, 죽은 자의 호흡이었던 것이다.
이상한 사람의 그림자가 방 안에 들어왔을 때,
그는 번쩍 떠오르는 한 가지 느낌이 머리 속을 스쳤다.
' 저것이 죽은 자의 숨쉬는 소리라고 해도 별로 이상할 일이 아니잖은가?'
이윽고 더 놀라운 사태가 방 안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죽은 자의 몸 안에서 조금 전에 침대가에 앉은 자와 똑같은 사람의 그림자가 벌떡 일어나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또다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죽은 자의 몸 안에서 생긴 사람의 그림자와 조금 전에 나타난 사람의 그림자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앉는 것이었다.
그 모양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잇달아 일어난 이 놀라운 사태의 진행을 그는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의 머리속은 더욱 혼란해질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그에게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얼마간 정신이 안정된 것을 자기 스스로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새삼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대 가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었다.
두 그림자의 대화도 계속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가 비로소 알게 되어 깜짝 놀란 것은 다음과 같은 일이었다.
사람들은 이 두사람의 그림자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두 그림자 역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ㅡㅡㅡ
는 상식을 초월한 현상이었다.
또다시 시간은 흘러 두 그림자는 사라져 버렸고, 사람들도 죽은 사람을 방에서 밖으로 옮겨 갔다.
세상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육체가 죽으면 만사가 끝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이 세상, 즉 물질계*자연계의 빛으로서 사물을 보고 느끼고 있는 이상은,
그럴듯한 결론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 자기 자신이 영(靈)이 되어 영계로 들어가 영의 세계를 보고 온 나로서는
그러한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고 어리석은 것인가를 하나하나 사실을 지적해서 제시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지적하기 전에 나는 먼저 인간의 죽음이란 사실상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 두기로 하겠다.
지금 잠깐 말한 것처럼 인간의 육체적 죽음이 확실히 이 세상 전체의 종말이라는 것은
물질계, 자연계적으로 보면 옳은 일이다.
그러나 죽음을 영(靈)의 입장, 영계 쪽에서 본다면 단지 그 육체 속에 살고 있었던 영혼, 육체속에서 살면서
그 육체를 이 세상을 사는데 있어서 단지 하나의 도구로서 사용해 왔던 영이 육체의 사용을 그만두었거나,
육체를 지배하는 힘을 잃었다고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영은 그 후에는 영계를 향해서 떠나는 것이다.
죽음이란, 영으로서는 단지 새로운 여행길을 떠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면 지금 든 예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기로 하겠다.
사람이 죽으면 그 육체에 살고 있었던 영혼은 영계를 향해서 여행길을 떠나게 마련인데,
여행을 떠날 때까지는 보통 이 세상의 시간으로 말해서 2,3일의 틈이 있다.
죽음과 동시에 육체안에 있던 영으로서 눈을 뜨게 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영계로부터는 다른 영(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영)이 죽은 사람의 새 영혼이 있는 것으로
찾아 온다.
이것은 영끼리의 감응에 의해서 일어나는 결과이다.
그리고 영계로부터 인도하는 역할을 맡고 찾아 온 영과 죽은 사람의 영은,
죽은 자의 육체가 있는 곳에서 서로의 상념(생각)을 교환하게 된다.
이 교환에 대해서는 또 다른 데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이것은 죽은 자의 영(靈)이 그 후 영원한 삶을 보내기 위한 중요한 첫 단계의 준비가 되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죽은 지 2,3일 동안은 죽은 자의 영이 아직도 죽은 자의 육체 안에 남아 있는 이유는
이 상념의 교환을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 사이에는 죽은 자의 영은 죽은 육체 안에서 조용히 소리없는 영의 호흡을 계속하고,
또 영으로의 생각에 잠기고 있는 것이다.
' 죽은 자도 생각하고 있다.' 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죽은 자의 영과 인도하는 영과의 상념의 교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는
다음 항에서 말하기로 하겠다.
임마누엘 스웨덴 보그 저 ; 나는 영계를 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