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상
(혜화동의 김창희 )
나는 20대 초반부터 위장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하였다. 늘 소화불량에 시달렸으며 소화제를 달고 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위통과 위경련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지고 매일 새벽 3~4시쯤 되면 속이 쓰려와 잠에서 깨곤 하였다. 자연 병원을 찾는 일이 많아졌지만 병원에서는 이렇다 할 병명을 말해주지 못했다. 내시경 검사를 몇 번씩 해보아도 그때마다 병명은 ‘신경성 위염’이라는 모호한 진단만이 나왔다. 속이 편치 않다보니 삶이 즐겁고 활기차지 못하였다. 한 20여년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거북하여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었다. 전체적인 건강에도 자신이 없어지고 언제 혹 불치병에 걸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남편은 자신이 배우고 있는 비종권 무술을 함께 배우자고 내게 권유하였다. 그러나 남편이 수련하는 모습을 어쩌다 보면 동작이 밋밋하고 느려서 별로 운동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시큰둥하였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나자 남편은 속는 셈치고 한번 해보라며 자신의 변화에 대하여 열심히 설명하였다. 그렇게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날마다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남편은 본격적으로 지도를 받고 수련을 하여 위장병을 치료하자고 나를 설득하였다.
그 후로 한국 비종권 협회 회장이신 우봉 선생님의 지도를 받게 되었다. 수련을 하면서 나의 위속에 차있던 탁한 것들이 배출되었다. 수련을 하고나면 속이 시원하고 편안했다. 내시경을 통해서도 알 수 없었던 나의 통증은 언제부턴가 없어지고 왕성한 식욕이 살아났다. 몸 안을 채우고 있던 체지방이 서서히 사라졌다.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몸은 탄력 있고 균형 있게 변해갔다. 속이 아파 과자 부스러기 하나도 먹지 못하던 나는 먹는 일에 자신이 생겼다.
위가 어느 정도 안정되자 다음 단계로 허리 치료가 시작되었다. 신기한 것은 수련을 하다보면 몸이 알아서 치료를 시작하고 끝내는 것이었다. 평소에 피곤하면 허리부터 시큰거리고 아파서 제대로 펴거나 구부리지를 못하였는데, 명현 반응처럼 그 부위가 아프면서 치료를 하는 것이었다. 여기 수련의 기본 정신이 우리의 신체를 어린아이와 같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한다. 일을 많이 해서 휜 손가락도 제자리를 찾아가느라 수련할 때마다 작은 통증이 있었지만 서서히 손가락 관절이 부드러워지며 곧아졌다. 화장품으로 인한 화장독이 턱 쪽으로 몰려서 빠지는 걸 한동안은 피부염인줄 알고 약을 써야하나 말아야하는가 고민도 했지만 믿고 기다렸더니 그 뒤로 피부가 더 부드러워졌다. 나는 책을 많이 보거나 컴퓨터 앞에 오래도록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고 나면 눈이 충혈 되고 아팠다. 이때는 알아서 수련 중에 눈을 치료하게 된다. 2년 정도 지나니 시력도 좋아지고 집중력도 향상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덤으로 얻게 되는 것은 수련하는 동안 명상을 하는 것이다. 나와 우주와 자연, 그리고 내 삶 안의 모든 것이 둘이 아니요 하나임을 느끼는 마음의 고요한 평화 그것이다. 심신이 같이 건강해지는 이 수련법을 되도록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