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ㅡ카페를 개설하며 / 윤 정
두 번째 선택(second choice)이라는 상호,
커피숍인지 보세옷집인지
기억에서도 가물거리는 어느 가게를 잊지 않았다.
노랑머리 그 아줌마가 동네에서 유명한 세컨드라고 해서
뭐든지 두 번째꺼 세컨드라 치면 좋을 게 없구나 했던
생각을 무너뜨린 날에
쇼윈도에 얼비친 내 모습 또한,
참 괜찮구나 여겼던 적 있었다.
한 번쯤 궁금했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뿐인데
바람결에 휘이 날아가버린 시절에 대한 연민으로
오래 방황하고 울었다고 하면 그 변명이 될까
흔적 없는 알리바이는 심증으로만 남는 법,
기록은 그 즈음부터 시작됐다.
가족 연인 공부 ... 사랑해야 할 것들을
일일이 열거하려면 벅차기만 했다.
세 번째 사랑은 오롯이 나의 선택이었음을
늘 명심하기로 하며 쓴
시 한 편에게 주절거릴 어휘도
아직 더 많이 남았다.
↓
세 번째 사랑 / 윤 정
우리의 익어가는 페이지를
서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거리에 홀로 서 있는 나무와
멀리 고향을 두고 우는 어미새
두 볼을 감싸는 손끝의 온기,
더 깊숙한 곳의 주머니로 닿아
나무도 사람도 함께 익어가며
그 향기를 기억하려 애씁니다
우리가 잠시 멈춘 페이지마다
서로 알아차리지 못한 순간에도
비 개인 숲 속의 한 줄기 빛처럼
아기새는 나뭇가지로 스며듭니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세 번째 사랑을 말하다
미모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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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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