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언제 어느 때 불현듯 일어나는 기행심을 알 수 없기에 안개꽃이 아닐까싶다 안개꽃같은 나는 만나자는 기별없이 찾아가는 걸 좋아한다
바람이 불어오고 구름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는게 편안하다 "달빛이 좋은데 차 한잔할까?" "그냥 보고싶어서 왔어"
사전에 몇월 몇일 몇시에 만나자는 말을 꺼내놓고 돌아서면 마치 전쟁선포하는 듯한 냉정함이 서려 마음에 부담이간다 고쳐야할 마음병인줄 알면서도 수십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고치기가 쉽지않다
오늘도 여전히 느닷없이 별안간 고흥 만남의 광장에 있는 유자&피자와 과역면 석봉리에 있는 산티아고 카페 (구 빈스힐)로 향했다
대학교수이자 칼럼리스트인 조용헌 교수님이 쓰신 '방외지사'라는 책을 읽은적이 있다 숨어 있는 고수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색깔이 뚜렸하고 신념이 있으면서 누군가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숨어 있는 방외지사들이 많다 허허벌판에서 고흥을 커피왕국으로 키우신 산티아고 카페 김철웅 대표님이 그렇고 고흥을 대표하는 유자피자를 개발하신 유자&피자 김원호 대표님이 그렇다
먼저 유자&피자에서 피자를 부탁하고 시원한 샤케라또를 한잔 마셨다 커피향은 옅지만 풍부한 거품이 부드러운 연유처럼 느껴지고 미각적으로는 마치 맥주를 따라놓은듯 하다 맛이 독특하다 무더운 여름날 마시기에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그곳에 있는 턴테이블에 김광석 LP판을 올리고 음악을 켠다음 천천히 커피를 음미했다
고흥으로 여행하는 일가족이 들어와 피자를 주문한다 너무나 친절하게 피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고 커피는 서비스라며 내주신다 명색이 세일즈라면 누구못지않게 최고라 자부하던 나인데 진심어리고 세세한 친절을 베푸는 쥔장 앞에서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만남의 광장을 뒤로하고 산티아고로 향했다
산티아고 김철웅 대표님은 커피를 재배하고 카페와 커피체험장을 겸하고 바리스타 자격증시험을 볼 수 있는 시험장도 함께 운영하고 계신다
무작정 찾아갔음에도 다행히 카페를 지키고 계셨다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하고 논두렁위에 정겹고도 편안하게 주변경관과 잘 어우러진 산티아고
직접 내려주신 드립커피를 마시면서 세상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한번 느낀 것은 세상에는 배울게 넘쳐나고 고수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이다
농업의 어려운 현실타파를 위해 6차산업으로 전환,육성하는데 모범사례로 방송에도 많이 소개된 곳이니 물어볼 것도 많고 듣고싶은 것도 많았다
커피의 맛과 향기도 좋았지만 서글서글한 인상에서 풍기는 웃음과 따뜻함이 더 좋았다 카페 문을 나설 때 차가운 물로 한방울 한방울 내리신 천사의 눈물이라 불리는 더치커피 한병을 손에 들려주셨다 이러자고 온게 아닌데... 한병을 채우려면 시간과 공력이 많이드는걸 알기에 쉽사리 받기가 어려웠다
커피체험학습이 있는 날이라 아쉽지만 대화를 마무리하고 혼자 커피재배장을 둘러볼 요량으로 논길을 따라 걷는데 뒤에서
"안녕하세요?" 인사말이 들려 고개를 돌아보니 또 다른 방어지사 서정환 대표님이시다 어찌나 반갑던지 한달음에 달려가 덥석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다
서정환 대표님은 고흥군에서 석류와 유자를 재배하시면서 고흥N이라는 농업인의 공동체 단체를 결성해 뜻을 함께하는 분들과 고흥도 알리고 고흥에서 생산하는 농산물 가치를 올리는데 크게 기여하고 계시는 분이다 2015년에는 석류 가공제품으로 홈쇼핑에서 조기품절이 될정도로 대박을 떠뜨리셨다
약 6년생 커피나무와 묘목을 키우는데 요즘 끝물이긴 하지만 꽃이 피었다고 직접 안내를 해주신다
커피의 성장과정과 꽃이 수정하는 방법들을 알려주시면서 향기도 맡아보라고 하신다 은은한 쟈스민향이 난다 오전시간에는 향이 더 짙은데 지금은 오후라 향기가 옅어졌다며 나에게 그 향을 전해주지 못함을 아쉬워 했다
날마다 보았을 커피꽃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시고 사진을 찍으신다
아름답다
늘 봐도 새롭다는 그 마음 참 아름답다
커피꽃 꽃말은 나라별로 다르지만 "너에 아픔까지도 사랑해"라는 말이 보편적이지만 순수함을 가지신 방외지사를 뵈면서 '천천히 다가와 온몸에 퍼진사랑'말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삶의 도처에서 숨어 있는 고수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人生到處有上手(인생도처유상수)를 읖조려보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