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선 지식 24. 3, 정취암에 올라
정취암에 올라 바위를 바라보니
바위는 도솔천 내원 궁에 있는
미륵 님의 좌선대 같은 모습
돌 사자가 소리를 지르고 설법하네
이른 아침에 솟아오르는 태양을 안고
어딘지는 모르지만 떠나가는 흙 배
반야용선을 몰고서 가는 미륵이다
어디로 가야 하나 갈 길을 모르는 체하는
가다가 멈추어버린 정취암 뜨악
산새도 슬프게 울로 있는 부처님 도량
언덕 아래에는 가죽 털을 감싸고 있는 개
개가 소리를 지르고 있어 악 돌 하게 소리 지르네
구름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가
멀리 보이는 강물이 흐르고 있어
갈 길을 가로막고 있는 소낙비가 내리고
산 등 위에 있는 구름이 흩어진다,
구름아 너는 정취암에 무엇을 던지나
바위마다 이끼꽃이 피어나고 있는데
이끼꽃들을 부여잡고 있는 구름
구름을 던지는 대포 밥이 된다,
하늘이 내려앉는 듯이 보이는 정취암은
언제까지나 그렇게 있으려느냐 물어볼 리도 없고
물어볼 사람들도 없으니 텅 빈 법당에는
날아다니는 나비만이 날고 있구나
아무도 없는 텅 빈 바위 굴 속에는 달마가
하품을 하는 듯이 조용하기만 한데
바위 위에는 이슬비가 내려와서
이슬 꽃을 피우고 있구나
이슬을 먹고 사는 새가 있으면 좋으련만
이슬을 먹고 사는 새가 있다면 노동하지 않아도
정취암에는 백제의 장수들이 외치고 있어
고려의 승려들은 멍하니 하늘만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나 보다.
바라보는 이들이 없는 산 등 위에 집을 짓는 이들은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러한 작업을 했나
하품 하는 이들의 입 내음이 널려있는 문서를 뗌
발걸음을 뒤돌려야 하는 이 마음은
너무도 외롭구나
바위 굴에서 솟아오르는 물로
맑은 물로 차 한잔하는 이들도 없으니
발걸음을 옮기는 허전함은
먼 날에 있을 그날을
기다려 보자꾸나?
2023년 9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