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잠자리 꾸며주기(2) - 혼자있기 교육
위즈동물병원 원장수의사 위혜진
한국동물병원협회 반려동물문화사업단 CAPP 위원장
대한수의사회 동물복지위원회 위원
KAHA HAB 인증 반려동물예절교육강사
사회복지사
지난 시간에는 무리속에서 안정을 느끼는 반려견의 특성을 고려한 잠자리 꾸며주기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연속해서 혼자 있기 교육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끔 집에서 잠시도 보호자와 떨어져 있지 않으려는 반려견을 보게 됩니다. 이런 반려견의 대부분은 가족들이 외출하고 혼자 있게 되거나, 동물병원 등에 맡겨지면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곤 합니다. 아무리 반려견을 사랑하더라도 24시간 함께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와 떨어져 있는 것도 일상 속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교육입니다.
혼자 있기 교육의 시작은 잠자리 분리와 자신만의 공간 만들어 주는 것 부터 시작합니다. 써클을 처음 설치 할 때는 가족들이 언제든지 지켜 볼 수 있도록 활동하는 공간 안에 배치합니다.
처음에는 써클을 최대한 좁게 설치하고, 써클 안에는 집과 배변판, 밥그릇과 물그릇 등을 넣어줍니다. 약간의 장난감과 간식은 공간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어서,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써클은 점차 넓혀가고, 편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통행이 적고 조용한 곳으로 조금씩 이동해 갑니다.
모든 변화는 서서히 이루어 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안방에서 적응 되었다면→ 안방 문을 열어 둔 채로 문 바로 밖에 설치해 두었다가→ 적응 후 문에서 좀 더 떨어진 곳으로→ 안방에서 시선이 닿지 않는 곳 혹은 방문 잠깐씩 닫아 보기 순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안방에서 적응 했다고 갑자기 베란다나 다른 방으로 이동 시키면, 다시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특정한 상황에서의 경험을 그것과 유사한 상황에 대응하여 적용하는 것을 일반화(Generalization)라고 하는데, 사람은 일반화가 가능하지만 개는 일반화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집에서 시험공부를 한 뒤 시험장에서 그 답을 적는 것이 가능하지만, 집에서 ‘앉아’를 잘 하던 개가 낯선 장소에서는 하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이유입니다. 따라서 모든 장소에서 미션을 잘 수행하려면,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교육하고 연습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의사표현을 하듯이 반려견도 보호자에게 의사표현을 하는데, 때로는 적극적이거나 지나친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긋이 바라보거나, 낮은 소리로 끙끙 댈 수도 있겠지만, 크게 짖거나, 긁거나, 점프를 하거나 물기도 합니다. 이럴 때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하지 마, 조용해 해’ 등을 큰소리로 외치기도 하고, 상황을 중지시키기 위해 개에게 다가가거나, 안아 올리거나, 좀 더 강한 어조와 좀 더 긴 문장으로 상황에 대한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고는 풀 죽어 있는 반려견이 안쓰러워서 달래거나 간식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원치 않는 행동’이 점점 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벌을 주기 위해 취한 행동이었겠지만, 개의 입장에서는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문입니다. 왜 이러한 오해(?)가 생긴 것일까요?
이러한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상과 벌에 대해 알아봅시다. 상은 무엇일까요? 상은 “원하는 것”입니다. 직장인의 경우 상사의 격려나 동료들에게 인정받기 또는 보너스나 휴일 등이 ‘상’이 될 수 있겠죠. 벌은 무엇일까요? 바로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개가 원하는 것은 보상이고 원하지 않는 것은 벌입니다. 그러면 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다가오고, 시선을 맞추고, 말 걸어 주고, 안아주고, 간식을 주는 것이 바로 반려견이 원하는 ‘상’입니다. 여러분이 벌주기 위해 했던 것들이 오히려 반려견에게는 보상이 되었기 때문에, 중지시키려고 했던 행동들이 오히려 ‘강화’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죠. 조금 전의 상황을 짚어보면 관심을 보이지 않고, 다가가지 않고,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말 걸지 않고, 만지지 않고, 간식을 주지 않는 것이 벌입니다.
이전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채벌하기 방법’으로 교육을 했었다면, 최근에는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하기 방법인 양성강화 교육’이 추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채벌하기 교육법’이 점차 배제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채벌하기‘에는 3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매번 혼내야 하고, 즉시 혼나야 하고, 채벌이라고 생각 될 정도로 강하게 혼나야 합니다. 하지만 24시간 밀착되지 않고서는 이러한 효과적(?)인 처벌은 어렵습니다. 또한 채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혼내려면, 점차 그 강도를 올려야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자칫 학대로까지 이어지게 될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이런 상황에 노출 되었던 반려견은 두려움에 아무것도 못하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할 것이며, 어쩌면 자기 방어를 위해 공격성까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양성강화 교육‘은 가르치는 보호자와 배우는 반려견 모두 즐겁게 실시 할 수 있으며, 반려견은 좀 더 많이 칭찬 받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혼자 있기 교육’에 있어서 적절한 상과 벌 주기법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봅시다. 강아지가 혼자 있기 싫어서 낑낑 댈 때는 어떻게 할까요? 무시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때는 관심을 끌거나 다가오기를 원해서 했던 행동이므로 보호자의 반응이 오히려 보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언제까지 다가가지 않고 반응하지 않아야 할까요? 반려견이 울지 않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칭찬하고 다가갑니다. 약간의 간식을 주어도 좋습니다. ‘앉아’와 같은 기초 교육이 되어 있다면 반려견에게 ‘앉아’를 시키고 보상을 주어도 좋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이래도 저래도 보상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때는 반려견이 보호자를 졸라서 먹이를 받아 낸 것이 아니라 ‘앉아’라는 명령어를 수행했기 때문에 보상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보상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지요. 어떤 반려견은 좀처럼 포기 하지 않고 더 강한 표현을 하며 더 오랜 시간 조르기도 합니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보세요. 그 순간 포기하게 된다면 다음번에는 지금 투자했던 시간의 배 이상이 소요될지도 모릅니다. 조용한 밤이 되면 낑낑 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웃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조바심이 날 것입니다. 보호자가 이러한 심리적 부담을 덜려면 휴일이나 주말에 입양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낮에는 상대적으로 소리에 덜 민감하며, 보호자가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반려견을 더 잘 관찰 할 수 있어서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반려견은 계속 써클 안에서만 갇혀 지내야 하나요? 아닙니다! 써클 안은 반려견에게 편안한 휴식처이자 잠자리입니다. 적응 교육과 배변 교육이 끝나고 나면 써클 문을 열어두거나, 써클을 치우고 잠자리만 주어도 됩니다. 교육 과정 중에도 24시간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배변 직후 또는 보호자가 관찰 가능할 때는 꺼내 주어도 됩니다. 단, 반려견이 요구해서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반려견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보호자의 판단에 따라 꺼내 주는 것입니다.
집안에서 보호자가 시선에서 사라져도 불안해하지 않는다면, 잠깐씩 보호자가 현관 밖으로 나가는 것도 연습해 봅니다. 아주 잠깐씩 나갔다가 개가 불안해하는 신호를 보내기 전 돌아옵니다. 시간은 조금씩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분리 불안에 시달리는 반려견은 좀 더 많은 단계로 나누어 적응 교육을 시켜야 할 것입니다.
반려견을 입양해서 키우는 것은 어린 아이를 돌보는 일과 비슷합니다. 생활 속에서 흔히 일어 날 수 있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과 동물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통한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다음시간에도 열공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