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접어들자 의사와 의학 연구자들은 미국과 기타 선진국들의 건강 현주소와 의료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지
난 세기를 돌아보면 질병의 양상이 현저히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1900년대 초에 사람들은 주로 감염질환으로 사망했
다. 당시 미국에서 4대 사망 원인은 폐렴, 결핵, 디프테리아와 인플루엔자이었고 평균 수명은 43세를 조금 넘었다. 그
러나 항생제의 발견과 지난 반세기 동안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 덕분에 1980년대 에이즈가 유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감
염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극적으로 감소했다.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만성 퇴행성 질환'으로 고통 받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관상동맥질환, 암, 뇌졸
중, 당뇨병, 관절염, 황반변성, 백내장, 알츠하이머형 치매,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류마티스 관절염 등과 같은 수많
은 질환이 여기에 해당된다.
비록 지난 세기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크게 증가했지만, 이러한 만성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삶의 질은 큰 타격을 받았
다. 저명한 면역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마이런 웬츠(Myron Wentz) 박사의 연설에서처럼 우리는 본질적으로 '너무 짧
게 살아가고 너무 오래 죽어간다(Living too short and dying too long).' 또한 웬츠박사는 산화 스트레스가 우리의
건강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과 세포영양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평균수명
당신은 얼마나 오래 살 것 같은가? 삶의 질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장수에 관한 많은 연구에서처럼) 미국과 기타
선진국들의 평균수명과 보건의료를 비교해보자. 한 국가의 보건의료 체계를 평가하는 주요 방법 중 하나는 그 나라의
사망률을 살펴보는 것이다.
1950년 미국은 상위 21개 선진국 중 평균수명이 '7위'였다. 알다시피 그 후로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보건의료
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1988년 미국은 보건의료에 GNP(국민총생산)의 13.6%인 1조 달러 이상을 썼다. 이 금액은
미국 다음으로 많이 투자한 국가보다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미국은 MRI 및 CT 촬영기, 혈관성형술, 관상동맥우회술,
고관절 및 슬관절 치환술,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항생제, 첨단 수술기법, 최신 약물과 집중 치료실이 구비되어 있다.
그러면 이 모든 의학적 발전이 미국인의 평균수명을 증가시켰을까?
1990년 미국의 평균 수명은 40년 전 상위 21개 선진국에 속했던 국가들과 비교해 '18위'에 그쳤다. 보건의료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붇는데도 미국은 이제 평균수명 면에서 선진국들 중 가장 낙후된 나라의 하나이다.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보건의료 체계가 실상은 얼마나 오래 사는지로 볼 때는 최악에 가깝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얼마나 오래 살기를 기대하느냐고 물었는데, 이제 당신의 일생에서 말년 20년이 어떠할지 상상해 보라.
투자한 만큼의 건강을 얻고 있을 것인가? 나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질
오늘날 환자들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그 기간에 얼마나 양질의 삶을 사느냐가 관심의 대상이란 생각이 든다. 당신
도 그런가? 보건의료에 대한 접근법을 평가할 때 수명은 보통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 알아볼 수 없다면 그런 상태로 오래오래 살고 싶을까?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심한 관절통이나
요통으로 고생하며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미국에서 파킨슨병, 황반변성, 암 뇌졸중과 심장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
람은 전례 없이 많다. 이제 '고령'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미국인 6,000만명 이상이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으며, 그 중 1,360만 명 이상이 관상동맥질환을 지닌 환자이다. 지난
25년간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감소했지만, 이 질환은 아직도 미국에서 사망 원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매
년 150만 명이 심장발작을 일으키고 이들 중 거의 절반인 7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사망자들 가운
데 약 절반은 심장발작 1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기 오래 전에 죽음을 맞이한다. 30% 이상의 환자들에서 나타나는
심장질환의 첫 증후는 급사이다. 이 때문에 생활습관을 변화시켜 볼 기회도 없이 사망하게 된다.
암의 연구와 치료에 사용되는 막대한 돈에도 불구하고 암은 여전히 미국에서 두 번째 주요 사망 원인이다. 1995년 암
으로 사망한 사람은 53만 7,000명이었으며, 지난 30년간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미국은 지난 25년간 암 연구에 2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나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감소하지 않았다. 암 치료에 있어
큰 진전이 이룩된 것은 일부 암의 조기 진단 때문이지, 요즘의 암 치료가 만족스럽다거나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은 아니
다.
시력을 약화시키는 만성 질환인 황반변성을 앓는 환자들은 6개월 간격으로 안과 의사를 방문하는데, 의사가 질환의 진
행 경과를 기록하는 일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절망한다. 일부 경우에 레이저 치료가 미미한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 중에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앓는 환자가 있다면, 치매 치료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
것이다. 부모 한 분이 멀쩡한 정신 기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자신의 육체에 포로가 되어 버리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괴로운 일이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때이다. 만일 우리가 진정으로 정직한 의사라고 자부한다면 이러한 환자들 대부분에게 제
공하는 치료 대안들이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감염질환을 퇴치하였던 방식으로 이들 질환
을 다룰 수는 없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 모두 오늘날 보건의료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도 위와 같은 확률과 빈도로 선진국형 퇴행성 질환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