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문
팔봉 이상석 시백은 중민 남상호 교수의 문하에서 함께 한시를 배우면서 만난 분이다. 내가 시를 지으면서 어울림(群)의 힘을 얻기 위해 함께 모임도 만들고 벗도 사귀게 되었는데, 여러 시 벗 중에 기인奇人을 만났으니 그가 바로 이선생이다. 그는 10년 전 춘천문화원 문화학교 한시반에 처음 배우겠다고 나왔는데, 들어서자 바로 장문의 시를 내놓아서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양강 문화제 때 한시 외워 쓰기 대회를 열었는데, 연락이 늦어 불과 3일 전에 받은 한시 과제 20수를 백일장에서 한자도 틀림없이 써냈으니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남교수의 사정과 권유로 내가 한시학습의 리더 겸 강사로 회원들을 지도하게 되었다. 이때 이미 팔봉은 한시로 읽는 삼국지를 상당 부분 진행하면서 내게 지도를 부탁하였는데, 일부 율격 부분을 제외하고는 손댈 곳이 없었다. 다만 장쾌하게 읊어 내려가는 긴 시는 율격이 엄격한 근체시보다는 고체시로 자유로이 구사하는 것이 좋고, 음악적 화음 효과가 있는 대우로 표현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불과 4년 만에 필자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후임자를 물색하던 중 다행히 이선생이 승낙하였다.
이선생은 강의를 1년여 진행해 오면서 그간에 자신이 지은 한시 삼국지를 학습 자료로 연재하니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한시의 묘미를 함께 즐기게 되었다. 시는 마음에 품은 뜻을 표현하는 것(詩言志)이라고 하였듯 시 곳곳에 작가의 생각과 기상이 자연이 배어 나오게 마련이다. 수백 번 삼국지를 읽고 암송하는 과정에서 작가와 삼국지와 시가 한 몸이 되었으니, 이제 그는 역사소설 속의 호걸들을 움직이는 호걸 중의 호걸이 되었다. 어쩌다 내가 시 한 수를 올리면 잠깐 새 7~8수의 시로 화답하니, 마치 천마리의 말이 달리고 큰물이 흐르는 것 같다.
오늘날까지 아무도 시도해 보지 못했던 일 만구의 장편서사시 삼국지, 그동안 7년여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제 곧 완성된 책으로 만나게 된다니 시 벗으로서 기쁘고, 시로써 대륙을 넘어 세계의 벗들과 교류할 터전을 마련하였니 함께 열어갈 그 쾌거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2023. 2월
문학박사 지석 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