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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유단
스키에도 단이 있나니 이 사실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은 스키가 본래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해 세계로 퍼져 나갔지만 구체적인 기술과 장비의 개량이 주로 서구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스키의 종주국이면서도 동양의 전통적인 급과 단의 체계를 접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서구의 스키 기술도입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
그 결과 오늘날 폭탄스키어가 속속 출몰하여 많은 스키어들을 다치게 하는 등의 공포분위기가 조성되는 결과를 가져온바 이제 스키장에서는 기술을 익히고 자연과 친해지기 이전에, 인간 시한 폭탄을 피하는 기술을 먼저 익혀야 하는 개탄스러운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더욱 참을 수 없어 자판을 두드리게 한 사건은 지난 시즌 무주에서 체중 80kg도 더 나가는 거한이 폭탄이 되어 나의 마눌에게 뒤에서 일직선으로 돌진하였는바, 그 충격에 대한 후유증으로 마눌이 3개월간이나 한밤의 직무태만 및 남편 접근 금지의 무지막지한 결단을 내렸고, 이로 인해 하마터면 한 초보스키어의 바람 사건으로 번질 뻔한 위기가 있었음에랴 일러 무삼하리오.
오호 통재라! 스키가 아무리 재미있다한들 어찌 남의 마눌을 다치게 하며 어찌 2세 생산계획에까지 차질을 빚게 했단 말인지고. 이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나 어디에 하소연할 곳 없고, 우발적으로 그런 것을 고발할 수도 없어 혼자 속앓이로 세월을 보냈도다.
차로써 세계 만방에 고하나니 무릇 스키어는 이 글을 읽고 난 다음부터 철저히 자신의 수준을 파악하여 절대로 무리한 슬로프의 선택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만 간절하도다.
스키기술은 참으로 다양하고 여러 단계로 나누어서 섬세한 배우기와 익히기를 통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완전 생초보가 스키 신고 4시간만 경과하면 너도나도 중 상급자 슬로프에 겁도 없이 올라와서는 저 혼자 다치는 것이 아니라 꼭 볼링 공으로 핀 쓰러트리듯 한 무더기의 스키어들을 해치우고 나가 떨어지는 폭탄스키어들이 해마다 떼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 할 수 없게 된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명백하고도 섬세한 기술의 단계를 구분하여 스키의 무한하고도 넓은 세계에 대해, 다만 만만하게 보아서는 절대 안됨을 이르기 위함이라.
이 구분을 위해 조지훈 선생의 주도 유단을 참고했음을 밝혀두나니 이로 인한 시비가 더 이상 없기를 간절하게 바램이라!
조지훈 선생이 누구냐 하면...얇은 사 하이얀 고깔..로 시작되는 그 유명한 <승무>라는 시를 지으신 분으로 두주불사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도다.
9급(不/불 스키) : 스키장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거나 처음 가본사람. 스키기술도 스키에 대한 상식도 없으며 다만 막연히 스키의 세계를 동경하거나 호감을 가지고 있다. 스키를 타도 그만, 안타도 그만이며 눈이 와도 그냥 눈싸움하고 눈사람 만드는 정도로만 사용한다.
8급(畏/외 스키) : 스키장에 2~5회 정도 가보았으며 타긴 타지만 매우 겁을 낸다. 리프트를 혼자 타기에는 위험하며 절대로 완전 초심자 슬로프 외에 다른 곳에 눈길을 주거나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 바로 이러한 8급이 중급자 슬로프에 다짜고짜 올라오면 의도하지 않은 직활강을 하게되며 폭탄족 스키어가 된다. 폴로 방향을 전환하며 주로 엉덩이나 배, 가슴 등을 사용해 에지를 가하고 멈춤에 있어서도 신체의 여러 부위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스킹이 끝난 후의 찜질, 파스도배가 필수적이며 사우나에 가서 보면 온몸이 파란색일 경우가 많다. 대여스키로 충분하다.
7급(憫/민 스키) : 스키를 웬만큼 다루며 그럭저럭 리프트에도 혼자 탑승할 정도가 된다. 대체로 스키장에 10회 정도 가보았으며 슬슬 초 중급 슬로프에서 프루그 보겐과 프루그 기를란데를 어느 정도 구사한다. 사활강과 사이드 슬립을 연습하며 업 다운이 어느 정도 되고 실수하여 넘어지면 민망하다는 생각을 한다. 중급자용의 자기 스키를 구입하기도 한다.
6급(隱/은 스키) : 노비스 턴과 패스트 슈템 턴을 구사하며 중급자 슬로프에서 무난하게 탄다. 때때로 폼이 엉망이 되지만 그런 대로 스키에 재미를 느낀다. 대체로 이때가 되면 자기가 배우는 사람에게 들어가는 돈이 아까워 혼자서 스키장에 가기도 하며 서서히 중독 되는 시기이다. 간혹 상급자 슬로프에 가지만 눈사람이 되어 중급자 슬로프로 돌아온다. 흔히 리프트 운행이 시작되어 리프트가 멎을 때까지 줄기차게 스킹을 하여 머슴스키라고도 불린다. 대부분 자기 스키가 있으며 서서히 스키복과 고글, 장갑들을 고급품으로 준비한다.
5급(商/상 스키) : 스키를 좋아하고 즐기면서도 스키를 배울 기회가 있을 때만 상대방의 리프트 값을 내준다. 구사하는 기술은 베이직 파라렐 턴과 슈템 파라렐 턴, 슈템 기를란데 등이며 폴 플랜팅에 신경 쓴다. 상급자 슬로프에서 머물기를 좋아하고 이곳에서는 주로 무릎을 넣는 앵귤레이션을 구사하기 보다 뒤꿈치로 밀어내는 턴을 구사하며 몸이 무조건 스키 방향쪽으로 스키보다 먼저 돌아간다. 이들이 구사하는 턴을 흔히 '지랄턴'이라고도 한다. 패트롤은 상급자 슬로프에 도전하는 이 수준의 스키어들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주시한다. 데몬스트레이터 용의 최 상급자 스키에 관심을 가진다.
4급(色/색 스키) : 흔히 상급자라고 불리며 주변의 초보자들에게 한 수 지도도 아끼지 않는다. 간혹 초급자 슬로프에 가서 잘 못타는 여성을 불온한 목적으로 꼬드겨내어 이리저리 지도한다. 이 경우를 빗대어 색을 목적으로 스킹을 한다해서 색스키로 불리기도 한다. 이 경우 다른 스키어들로부터 간혹 '저色히 스키는 안타고 맘이 딴데 있구만!' 소리를 듣기도 한다. 파라렐 기를란데, 어드밴스드 파라렐 턴, 스텝 턴, 점프 파라렐 등의 기술을 구사한다. 상급자 혹은 최 상급자 슬로프에서도 비교적 무난하게 내려오지만 고속에서는 가끔 겁을 먹고 상체를 지나치게 낮추기도 한다. 중급자 슬로프에서는 제법 능숙한 파라렐 숏턴을 구사한다.
이정도의 경지에 오르면 대부분은 경기용 스키를 동경하며 때로는 구입도 서슴치 않는다. 이때 자칫 장비데몬 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한다.
3급(睡/수 스키) : 스킹을 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가 되며 상당히 스키에 중독된 상태이다. 4급에서 구사하는 기술을 모두 능란하게 구사하며 가파른 상급자 슬로프에서도 완숙한 속도제어 능력이 생긴다. 우아한 폼에 신경 쓰며 대부분, 최상급자용 스키와 최고급 스키복과 액서사리 등을 착용하고 있다. 오클리 선글라스 프로 엠 프레임을 필수적으로 착용한다. 마치 3급 이상 실력자들의 상징처럼...... 일부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대회전 경기용인 GS 스키를 선택하며 공격적인 스킹을 염두에 둔다.
2급(飯/반 스키) : 가끔 최 상급자들이 구사하는 기술을 익히는 단계이며 최상급 슬로프에서 대부분은 무난한 스킹을 하지만 아이스 반이나 모글을 만나면 때때로 나동그라지기도 한다. 베데른에 입문하며 모글에 관심을 가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밥을 먹듯 거의 겨울이면 슬로프에서 죽친다. 일행이나 이성에게도 별 관심이 없으며 오직 스키생각 뿐이다. 비 시즌 중에는 눈이 오라고 심산 유곡을 찾아 기설제를 지내기도 하며 몸 만들기와 체중조절에 신경 쓴다.
1급(學/학 스키) : 신설, 모글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단계이며 정설된 최상급자 슬로프에서는 상당히 우아한 턴을 구사한다. 우리는 이들을 최상급자라고 부른다. 물론 장비는 거의 해마다 업그레이드하며 스키 튠업을 스스로 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강호의 고수들을 찾아 유랑의 길에 오르며 여름에는 뉴질란도 등지에 원정 스킹을 가기도 한다. 벤딩 턴, 제한 활강, 점프 베데른 등의 기술을 상당히 능숙하게 구사하는 단계이다.
1단(愛/애 스키) : 스키를 생활화한다. 거의 모든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스키장에서 실시하는 뱃지 테스트에 응모한다. 스키를 위해서 사생활의 일부를 포기한다. 사설로 강습을 하기도 한다. 흔히 퍼스트 스키와 세컨 스키 등 여러 개의 스키를 가지고 있으며 거의 대부분이 자가 튠업을 한다. 스키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프로의 길을 택한다.
2단(嗜/기 스키) : 스킹의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 한 시즌 중에 여러 자루의 스키를 소모하기도 한다. 스키를 규정대로 타며 최상급 뱃지 테스트에 무난히 합격하는 실력의 소유자들이다. 인생을 스키에 걸기로 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또 서로 잘 구사하는 장기를 교환하여 가르치고 배우기도 하며 장비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무난하게 소화해 낸다.
3단(耽/탐 스키) : 스키의 진경을 체득하고 스킹을 탐한다. 아름답거나 공격적 스킹 등 자신의 스타일이 어느 정도 갖춰진다. 준 강사 시험에 무난히 합격하며 대한 스키 지도자 연맹의 회원이 대부분이다. 캐나다 같은 곳에 가면 레벨 1~2정도의 강사가 되며 겨울에는 주로 스키장에서 패트롤을 하거나 강사생활을 한다. 여러 대의 스키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을 추종하는 스키어들도 하나 둘 나온다. 새로운 기술을 항상 갈구하며 자신의 기술을 완숙하게 만들기를 원한다.
4단(暴/폭 스키) : 스키에 완전히 폭 빠진 사람, 흔히 정 지도자 시험에 무난히 합격하며 캐나다 같은 곳에 가면 레벨 3정도의 강사가 되며 스키전문가로 인생을 살아간다. 대체로 경기용 랑게 부츠를 선호하며 거의 대부분의 스키기술에 정통해 있고 폼 또한 완벽에 가깝다. 설면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며 눈의 상태에 따라 왁스를 달리 하기도 하는 등 장비에도 매우 섬세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슬로프의 정상에서 자신이 그린 턴의 호를 엄격하고 정확하게 지킨다. 매우 제한된 움직임과 절제된 스킹을 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5단(長/장 스키) : 스키 삼매에 들어 하루종일, 1년 365일 눈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스키만 탄다. 완전한 자신의 스타일을 갖춘 고단자로 주로 데몬스트레이터 등으로 활동하며 여기 저기에서 협찬을 받으므로 장비나 스킹에 그리 구애를 받지 않는다. 캐나다 같은 곳에 가면 레벨 4 정도의 강사가 되며 흔히 신(神)의 스키로 불린다. 스키의 달인(達人) 이라고도 한다.
6단(惜/석 스키) : 이 단계가 되면 스키를 아끼고 사람을 아낀다. 매우 부드럽고 온화하며 스키를 통하여 세상살이에도 득도의 경지에 오른다. 자신을 추종하는 스키어들이 매우 많으며 주로 국가대표 선수생활을 하거나 국가를 대표하는 데몬 생활을 한다. 국내의 기술선수권 등에서 대부분은 상위권에 입상하기도 하며, 자신만의 기술을 개발하는데 시간을 바친다.
캐나다의 스키장에서도 당연히 강사시험 판정관 생활을 하며 흔히 온몸이 성한 곳이 없으며 골절, 인대파열의 경험을 여러 번 가지고 있다. 스키의 현인(賢人)이라고도 한다.
7단(樂/낙 스키) : 국제 기술선수권이나 월드컵 경기에서 상위 입상하며 전 세계 스키인구의 0.1%도 채 되지 않는다. 새롭게 물리학 이론을 적용한 스키가 나오면 이들이 먼저 그 스키에 적합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보여주고 다음시즌부터 고단자 스키어들에게 그 기술이 보급되며 다른 스키어들이 이 기술을 익히느라 박 터진다. 일반적으로 스키회사나 부츠 회사는 이들을 위한 단 하나의 스키나 단 하나의 부츠를 만들 정도로 극진하게 대접한다. 스키에 인생의 전부를 걸고 일로 매진하는 사람만이 이러한 영광을 맛본다. 스키를 타도 그만, 안타도 그만이며 스키와 더불어 유유자적(悠悠自適)한다. 이들은 일반 정설된 슬로프에서나 신설에서나 모글에서나 자신의 스타일대로 엄격하게 규정된 스킹을 한다. 스키를 타면 수익이 발생하며 대부분은 스키제조 회사에서 스폰서가 되어준다. 스키의 성인(聖人) 이라고도 한다.
8단(關/관 스키) : 신선스키라고도 하며 통상 신선이 하강하는 것 같은 스킹을 한다. 이들에게 기존의 스키기술은 의미가 없다. 타이어표 통 고무신을 신고 철사로 동여맨 에지가 전혀 없는 대나무 스키로도 카빙 숏턴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블랙다이아몬드 급의 슬로프에서도 대나무 스키로 사람이 평지를 걸어가는 속도로 깊은 카빙턴을 구사하며 우아한 자태를 촌음도 잃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간은 평생 스키를 타도 이 경지에 이르기가 불가능하며 극히 소수의 타고난 천재만이 이를 수 있다. 최초의 8단은 서유기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는바, 손오공이라는 원숭이가 '근두운'이라는 짧은 길이의 구름스키와, 자유자재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 끝이 무딘 만년 한철 소재의 '여의봉'이라는 폴을 들고 아이소메트릭 카빙 숏턴을 구사하며 귀신과 더불어 설원을 농락한 것이 시초이다. 인간이 이 경지를 함부로 탐하다가는 곧잘 식물인간이나 반신불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많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스키를 보고 즐거워하되 스키 사고가 원인이 되어 이미 스키를 탈 수 없는 사람들도 8단에 속한다. 스키의 종(宗) 이라고도 한다. 이들의 스키는 거의 종교의 경지이며 도술과 신통력의 경지이다. 눈이 없어도 스킹이 가능하며 하늘(흔히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스키를 신고 스카이 다이빙을 한다), 땅(모래에서도 탄다), 물(수상스키) 등을 가리지 않고 스킹이 가능한 최고, 최후의 경지이다.
9단(涅槃/열반 스키, 廢/폐 스키) : 9단이 되는 길은 단 한가지, 스키 사고 死 뿐이다. 스키를 타다가 사고로 슬로프에서 사망했을 경우 이를 폐 스키 또는 열반스키라 칭하며 9단으로 추서 한다. 한가지 아이러니 한 것은 6급에서 4급에 이르는 자칭 고위급자 스키어들이 허망하고 신속한 월반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스키 타다 사망하면 이전의 급수나 단을 묻지 않고 무조건 9단으로 추서 하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다.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9단 자격 인정은 최근 들어 스키장으로 이동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경우, 교통 상해 보험은 가족에게 승계되어 보상받지만 9단 추서를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잠정적 결론이 난 상태이다. 따라서 9단이 되려면 꼭 슬로프에서 스키를 신고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슬로프를 개척하다가 사망해야만 가능하다.
강호의 스키어 제위께 고하옵나니 마눌의 깊은 부상으로 인해 2세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관계로 이를 한동안 분노하여 홀연히 여름밤을 시름에 젖어 보내던 바 문득 생각나서 썼나이다. 강호제현님들께서 부디 보시고 부족한 부분에 토 달아 주신다면 무한한 영광이겠거니와 앞으로 이를 더욱 보완하여 완전히 급/단 제도를 대한 스키지도자연맹에서 받아들여 부디 전세계에 이 규정이 퍼져나간다면 우리의 자존심을 일부 회복하리라 사려되옵니다.
여러분은 어디에 해당하시나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