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시 정각 인사동 '촌'이란 곳에서 만나기로 했음.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은 남재화, 남태섭, 남후섭, 고병준, 조만수, 남연숙 등이었는데
남재화는 정각에 안오면 큰일나는 줄 알았다고 했는데 사실은
친구들이 너무 보고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함.
그 다음 김태형, 이덕희, 박순택, 심상영, 박인환, 박미혜, 황희숙이 도착했음.
먼저 두부김치 둘 모듬전 둘, 제육볶음 둘에 소주 8병, 맥주 두병 시킴...
소주 여덟병이라는 말에 종업원이 일단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 봄.
각자 한병, 즉 각 일병이라는 원칙은 향후 어김없이 무너지고 후에 그 만큼의 양이 추가로 들어 옴.
일단 모여 서로 이야를 나누는데 생각보다 여성동지들의 참석율이 높은데
모두가 놀람. 꼭 온다고 약속했던 이현갑의 배신(전화도 안받음)에
모두가 분노의 묵념을 1분 정도 거행함.
참고로 참석하기로 했던 이호원은 집안 일로, 김옥선은 지독한 감기로, 남영수(학원), 현진혁은(야근) 직업상 참석 못함.
우리의 스타이자 호프인 조영옥과 그의 똘마니 조상철은 먹고 사는 일로 좀 늦겠다고 함.
이때 부터 서로 보이지 않는 짝맞추기 경쟁이 펼쳐짐.
여자들은 그래도 체면을 차리느라 자리를 옮기지 않았지만 남자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서서히 맘에 드는 여자들 옆으로 자리를 옮김.
이 틈을 타 김태형은 남연숙에게 상황 봐서 "우리 러브샷 하자."고 은근히 추파 보냄.
음식이 들어옴. 서울 생활 23년을 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체면없이 김태형이 종업원에게, 사장에게 협박을 함. "이거 밑반찬 한 절가락 하면 없겠네, 좀 팍팍 담아주소."
그의 말을 들은 사장이 알았습니다. 라고 하면서도 이야, 이거 촌놈들한테 잘못 걸린거 아닌가 싶은 눈초리를 보냄.
좌우지간 술잔이 날라가고 분위기가 고조되는데 누가 찬물을 끼엊음.
"여기 밥 한공기 주소."
목소리의 주인은 고병준.
아아...주당들은 안다. 술먹는데 밥 시키는 사람 참 밉다. 모든 사람이 짜장면 시키는 데 난 볶음밥 곱배기, 라고 외쳤을 때 그 웃지도 울지도 못한 쏴아 한 분위기...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아무말 안했다. 상대가 술을 전혀 못하는 고병준인 만큼 이해 하자는 분위기 였다. 그제서야 누군가가 사이다 좀 시켜야 되겠다고 함. 술 못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했음.
정확하게 1분간 침묵이 흐른 후, 다시 술잔이 날아가는 분위기가 지속됨.
주로 하는 말은 "니 아직 예쁘네." " 너거 집 어디고...알라들은..."이런 류의 말도 안되는 탐색전이 지루하게 계속됨.
찌게가 들어오고, 술이 더 들어오고(결국 그 이후 밥 시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본격적으로 주연이 펼쳐짐.
주로 우리들의 모임 성격과 학교 이야기, 니 누구 좋아했노 등 추억 탐험이 계속되었지만
가끔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휴전 이후의 세계 역학관계, 노무현이 제시한 우리나라의 동북아 균형추 역할, 외국계 펀드및 자금에 대한 국세청의 전격 조사, 염색약 성분의 유해성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심도있는 외면도 있었다. (머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는 걸로 알아들으면 됨).
단 하나 일제 강점기 일본이 우리와 중국인들에게 자행한 만행이 우리 홈피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갖게 된 반일감정 표출과 우리 동창회의 대응방안, 동기 개인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남재화의 간략한 브리핑은 의미 있었다.
그러던 중
남후섭 : 전체 8명인데 7명이나 참석한다...우리 여자들 대단하데이.
누군가가: 아이다 있다가 올 영옥이까지 합치면 여섯명 밖에 안된다...
금방 헤아려 본 결과 여섯명이었다. 그랬다...그런데...
남후섭 : 태섭이까지 합치면 일곱명 맞다. <--- 요 멘트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 몇 있었다. 이 글을 보는 많은 사람들도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태섭이 학교적 별명이 '남양'이었다는 것을.
태섭이가 우리 동창회도 좋지만 앞으로 있을 총동창회 모임에도 관심을 가지자는 이야기를 하였음. 이 말 끝에 대구 모임에 참석할 방법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있었음. 차 대절해서 내려가자는 파와, 기차로 내려가자는 파와 KTX를 이용하자는 무리로 나뉘어 졌는데...결국 결판이 안났음.
또 특이한 이야기 한가지는 신순이 선생님이 남태섭을 좋아 했다는 학설이 제기되고 이 문제에 대해 청문회 비스무리한 이야기들이 오갔음. 태섭이는 자기가 좋아하지 않은 것만 확인시켜 줄 수 있다고 꼬리를 사림.
신순이 선생님이 허재기선생님과 이근중선생님 사이에서 결국 이근중 선생님 쪽으로 방향을 틀 수 밖에 없었던 데 대한 결정적인 학설이 제기되었음.
요약을 하자면 이근중 선생님은 체육 담당인지라 수업 전 늘 체조를 하는데 허리운동(상체를 뒤로 젖히는)을 할 때면 돌출되는 배꼽 아래 그 부분이 많은 점수를 받은 게 확실하다며 핏대를 누군가가 올렸음. 모두들 ㅋㅋ수긍ㅋㅋ끄덕끄덕 하는 분위기 였음.
대부분 술로 얼굴이 불콰해져 갈 무렵 조영옥이 뜬다, 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좌중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뜬다'라는 표현은 원래 보통 이상의 역량이나 내공을 가진 비중있는 인사들의 이동이나 출현에 대해서만 쓰는데 영옥이는 그런 요건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으며,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사람도 2차에서 있은 본격적인 노래 및 몸부림에서 여실히 확인시켜 주었다.
대충 정리를 하고, 잔조금들을 받고 뜰 즈음 조영옥 도착. 모두 밖으로 나왔다. 참고로 그 자리에서 먹은 음식값은 29만 9천원. 계산 하고 몇만원 남은 정도. 일단은 남는 장사였다.
2차는 미리 정해둔 노래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상철 도착.
자리를 빙 둘러 앉고 술을 따룰 때만 해도 서먹서먹한 분위기였는데 조만수 부장께서 일빠로 마이크 탁 잡음.
관중들 환호...노래 실력 때문이라기 보다는 처음 총대를 메었다는 용기에 보낸 격려성 환호였음. 이러한 사실은 나중에 조만수가 다시 노래를 불렀을 때 일제히 침묵으로 일관하여 확인시켜 줌.
일단 맥주 20병 입장. 마른안주 두개, 약간의 음료수 입성. 본격적으로 술잔 날아 감.
남연숙이 여자로서는 처음으로 노래 시작. 관중 환호. 그 와중에 누구보다 뛰어난 미모와 피부를 가진 황희숙 사라짐. 밖에 나가본 결과 박인환과 밀담 중. 건성으로 들은 바(박인환:내 니 좋아했데이. 황희숙:니 보는 눈 좀 있네...니 말고도 많았다...믿거나 말거나)
김태형 한곡 땡김. 조상철 공포의 바이브래이션으로 노래 함. 목이 아파 본인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투덜거리기 시작함.(나중에 출석하고 가세요, 에서 까지 투덜거림)
남연숙 노래하는데 김태형 슬쩍 다가가 어깨에 손 올림. 남연숙 몸을 착 붙여 옴. 이런 분위기는 결국 전체 분위기를 확 바꾸었고, 김태형은 이덕희의 저돌적인 춤공세라는 대가를 톡톡히 지불함. 좌우당간 김태형과 남연숙은 러브샷으로 애정관계를 마무리 함.
심상영 착한 소년의 모습으로 착한 노래를 착하게 부름(찬송가 냄새 조금 남), 남후섭 카수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려고 했으나 술취한 일부 덩치들의 몸부림으로 튕겨져 나가 노래 제대로 못함.
본격적인 엉덩이 흔들림이 시작되고, 박순택 한곡 함. 특유의 수줍음이 섞인 함박웃음과 함께 노래도 수준급.
갈수록 이뻐진다는 소리를 들은 박미혜 한곡 함. 역시 잘 함.
남재화 아주 세련된 매너와 목소리로 외국 노래 부름. 일부 남자들(3명 정도;이 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다음에 언급 하기로 함) 헤벨레...턱 떨어짐.
이덕희 조금 취하기 시작함.
조만수 취기 조금 오르면서 마이크를 독점하는 행패를 부리기 시작함.
구석구석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 끼리 은밀한 눈빛과 잔들을 주고 받음.
맥주 20병 더 들어 옴.
서서히 노래방 화면 앞은 열광의 분위기로 돌입.
조영옥 춤과 노래로 불난 집에 선풍기 팍팍 돌림. 남자들 헤벨레 침흘리며 노래가 끝나도 자리로 안돌아감...
이 즈음에서 필자도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함.
남태섭 무대로 뜸. 노래 비교적 잘 함. 노래라고 해야하나...아무튼 거시기 한 노래로 좌중을 웃김.
구석에서 손벽치며 있을 거라 생각했던 황희숙 드디어 필 받음. 무대로 나와 노래와 몸부림에 못지않은 웃음과 박수로 다시 스테이지에 불을 땡김.
이덕희 드디어 춤의 진면모를 선보이기 시작 함. 그래도 순진한 구석은 있어서 여자들 손은 못잡고 죄없는 김태형만 자꾸 부르스 땡기자고 협박함.
완력에 못이겨 슬쩍 안아본 이덕희 몸은 강철같이 딴딴한 근육으로 뭉쳐져 있었으며, 춤도 수준급이었음. 여자들 조심해야 될 정도임.
이제 누구든 노래를 부르면 우르르 몰려 나와 춤을 추는 분위기로 폭발 직전까지 도달함. 이덕희 조영옥 안고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 함. 이덕희 김태형 덮침.
급한 사람 슬쩍 자리를 빠져나가 귀가함. 누군지는 기억이 안남.
좌우당간 몇번에 걸친 노래방 시간 연장 이후 끝냄.
술값 40만원 이상 나옴. 내가 가진 일부와 남태섭 카드로 어찌 하려하는데 여기저기서 돈이 팍팍 나옴(누가 10만원 냈던가?) 결재 무사히 끝남.
여기서 끝인가 했는데 누군가가 차 한잔 하자고 함. 다시 남은 사람들 기다렸다는 듯이 인근 찻집으로 가 차 한으로 마무리.
이야기 하던 도중 남태섭 완전히 맛이 감. 기절인지 수면중인지 좌우당간 침묵으로 일관함.
이러다 사람 잡겠다는 누군가의 긴급제안에 무거운 엉덩이들을 들어 올림.
차값만 5만원 정도 나옴.
남태섭 택시타고 감.
조만수 감.
심상영 감.
남재화 감.
이덕희 박순택 모시고 감.(누가 누굴 모셨는지 모르지만)
남후섭 여자 두명(조영옥, 황희숙) 태우고 감.
박인환 감.
마치 헐리우드 스타들 떠나듯 다 떠난 세벽 세시의 인사동 거리를 나 혼자 주저 앉아 담배 한대 태움.
담배 맛, 죽여 줌. 담배연기 같이 하얀 안개가 옅게 깔린 인사동 거리에 갈 곳없는 연인들 한두 쌍이 여관 앞을 서성거리고...청소부 아저씨들의 바쁜 비질이 시작되고 있었음.
나도 택시 탐. 천호동 갑시다...
전화가 막 옴. 잘 들어가고 있나, 라는 안부 전화...
나도 전화 막 때림...
친구들의 안부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집으로 가는 사람들 모두의 전화가 한동안 통화중이었을 것으로 사료됨.
끝
참고 : 상기 내용은 본인의 기억 속에만 존재 하였던 것이므로 개인적인 원한이나 감정의 농담도에 따라, 그리고 카메라 엥글의 위치에 따라 실제와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음을 양지하시든지 말든지 하시기 바랍니다.
구체적인 정황에 대한 판단은 아래(혹은 기본 앨범)에 게시된 사진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태형이 니 나한테 감정있제 노래방에 나도분명히 있었는디 어찌 상황 을보니까 나는없었던것처럼 그려져있네 섭섭타 어쨌거나 재밌게 읽었음 근데 그대가 작가였어 난몰랐네
소식기대했는데 기대이상이다. 안봐도 안갔어도 상황파악끝. 재밌었겠다.반가웠겠다.
단편 한권이다...생소하게 현장감이 넘친다..출석율좋고 분위기 좋고 구경한번 잘 ~~~했으다..
그림이그려지네
그랬었구나.......
넘 즐거워고 기분 좋은 저녁 이라 영원히 간직 될껄 ~ 태형이 역시 기자 답네 글 잘 읽었습니다
오해가 있어 말씀 드립니다. 난 작가도 아이고 기자도 아이다. 그냥 봉급쟁이 직장인이다...끄읏.
태형짱~~그런데 내가 맨처음 꼬리말 올렸는데 어디 갔뿐노
글 짱 이네~~참 잼있엇네...
아이다 내가 맨첨 꼬리말 올렸는데 어딘노
조 영옥 졸지에 한 스타 떴다.전국구 됐다~~ 자축^^ 추카추카!! 대구때는 어짜노? 걱정된당
오랜만에 본 친구들 너무 좋았다. 재화,희숙,미혜,영옥이 너무 반가웠다. 남양이라 여자들만 챙겼나? ^^
태형인 좋겠다. 와 ,흠 진짜,잼있었겠네. ㅋㅋㅋㅋ
감동 감동 감동!!!! 수필가 가따로없네 넘 재밋음
감동이 감동이네 ! 아우님 수고 많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