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지역 동포사회에서는 1970년대 초반부터 본국에서 건너온 일반적인 이민 형태와 구분되는 이민자들이 있다. 베트남전을 계기로 베트남 현지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거처를 옮긴 기술자·간호사와 미국기업 근무자들, 남미에 농업이민을 갔다가 북미지역으로 간 사람들, 60년대 독일에 광부나 간호사로 갔다가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북미로 건너간 사람들이 그들이다.
(독일 광부 출신 한국인 이민자들이 개척한 미국 시카고의 동포촌인 클라크 거리에서는 한인 동포들이 주관하는 각종 행사가 벌어진다. 사진은 최근 열린 태권도대회 모습.)
북미 동포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을 차지하는 이들은 외국에서 살던 경험을 바탕으로 본국에서 온 이민자들보다 일찍 자리를 잡았다. 특히 독일 광부와 간호사 출신은 강력한 결속력과 유대감을 가지고 초기 동포사회에서 기술직과 새 업종을 주도적으로 개척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워싱턴 등지에서 동포들이 많이 하는 업종인 차량정비업·페인트업 등은 독일 광부 출신 이민자와 파월 기술자들이 정착시킨 것이다.
독일 광부 출신 이민자들은 독일에서의 노동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중공업 지역인 시카고 부근에 몰려들어 시카고 동포촌을 일궜다. 이들이 개척한 시카고의 한인타운인 클라크 거리는 지금도 많은 상가가 한인 소유다. 이들은 66년부터 시카고 지역에 들어가 막노동으로 시작해 도로공사 기술자, 선반공, 텔레비전 제작회사 기술자 등 주로 기술직으로 진출했다. 기술직인 탓으로 직장에서 인종적 불이익도 적었던 이들은 근면성까지 두드러져 통상 3~4년 만에 기반을 닦아나갔다. 특히 많은 이들이 독일에서 근무하던 간호사와 결혼했기 때문에 쉽게 맞벌이를 할 수 있어 경제적 기반을 빨리 닦았고 서로 유대감도 강했다.
이들은 클라크 거리 한인타운 건설의 주역이 되면서 서비스업·보험업·식당업·가발제조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나중에 이민온 동포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들의 동우회는 시카고 동포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단체이며, 지금도 이들 회원이 클라크 거리 상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한인회 선거뿐만 아니라 각종 기금 모집에서도 주도적 구실을 한다. / 정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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