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斥邪綸音의 背景(우의정 이지연 주장)
우의정 이지연이 정순왕후에게 올린 글.
“요즈음 듣건대 두 포도청에 잡힌바 되는 사학의 죄인이 많아서 수 십 명에 이르러 혹은 형조로 옮겨
간 자도 있으나 그들은 모두 한가지로 죽음에 이르도록 그 교에 빠져 능히 회개하는 자가 매우 적다
하외다. 이 무리들은 아비를 없다하고 임금을 없다하여 곧, 오랑캐나 금수만도 못하도소이다. 사는 것
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사람의 정이옵는데 이들은 곧 그렇지 않아서 칼 톱이나 곤장대에
도 두려워하지 않고 즐거운 곳으로 나아가는 것 같이 하여, 어리석은 지아비, 지어미 일지라도 모두
쏠리어 바람이 불리는것 같도소이다.
이미 발각된 자로써 이를 보면 그 흉측한 무리들이 서로 뭉치고 숨어서 언저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듯 하도소이다. 떳떳한 사람의 길이 무너져서 습속이 차차 물들여 졌음은 이
미 말할 바도 아니오며 중국에서 일어난 황건적, 백련교도와 같아질 우려가 없지 않으외다.
대저 생각건대 신유년(1801년)의 사학 토색 후 이 무리들은 마음을 고치고 몸을 바꾸었는 듯하여 그
대로 내버려 두었더니 숨어서 뿌리를 펴고 때에 따라 싹을 터서 씨밑에 또 씨를 생기게 하여 오늘에
이르러 다시 크게 덩굴을 뻗게 되었소이다. 두 쪽의 씨로부터 움튼 덩굴이 넓은 들판을 덮듯이 조금
도 가볍게 볼 것이 아니외다. 어우기 서울 복판이 이러할진대 외도는 가히 알 것이외다.
또 듣건대 관동(강원도)에서도 잡힌 자가 많다하오니 이에 이르러 일의 정세는 더욱 갈퀴로 핡키는
듯하여 모든 것을 베어버리고 깎아서 덧붙여 사는 길과 사람을 죽이는 의리를 엄격히 밝혀야 하겠나
이다.
그러자면 먼저 이 뜻으로써 특별히 좌,우 포도청을 꾸짖고 더욱 더욱 살피고 뒤져서 잡아들여 남김이
없게 할 것이고, 아직 형조판서가 삼가서 그 자리에 나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승정원이 왕명을 받들어
그를 불러들여 날을 미루고 달을 넘김이 없이 곧 재판을 열게 하여 철저히 심문하고 밝혀 끝맺음이
있게 하는 것과 같음이 없을까 하외다.
어리석게 고집을 부리는 무리는 때를 기다림이 없이 사형에 처하여야 할것이외다. 또 이 뜻을 여러
고을과 도에 돌리어 써 특별히 조사하고 잡아들이게 할 것이고 서울과 시골에서는 다섯 집을 1통으
로 만드는 법을 실시하되, 신유년 사학 토색 때의 예에 의하여 하게 하여, 그 때와 같이 자취를 숨기게
하는 것 같은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하겠나이다.”
- ‘한국천주교회사’ p. 339-340(유홍열, 명문당) / 조선왕조실록 헌종5년, 18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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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사윤음(斥邪綸音)에 관하여.
척사(斥邪)는 위정척사(衛正斥邪)의 준말이며 바른 것을 지키고 옳지 못한 것을 물리친다는 뜻으로
정학(正學)인 유학을 지키고 기타의 종교와 사상을 이단, 사학(邪學)으로 배척하는 것을 뜻하며, 윤
음(綸音)이란 임금이 새해가 되면 농사를 권장하기 위해 백성들에게 그 칙어를 내리는 것이며, 이척
사윤음으로 인해 정하상은 護敎論的 입장에서 상재상서를 작성하여 우의정 이지연에게 제출하였다.
척사윤음이 나오게 된 배경은 1801년 신유박해를 선도했던 정순왕후 김씨가 1805년에 죽자 정치권
력은 순조의 장인이었던 김조순에게 넘어 가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조선왕조 말엽에 있었던 안동
김씨의 부상이었다.
친 천주교 세력이었던 시파(時派)에 속했던 김조순은 자연히 천주교에 온건한 정책을 펴게 되었으나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의 장인 풍양 조씨 조인영(趙寅永)이 권력의 전면에 나타남으로써 새로운 세력
으로 부상하였고, 이 와중에 1832년에 김조순이 죽고 순조도 2년 후에 세상을 떠나자 풍양 조씨 일
파는 안동 김씨 세력을 꺾을 목적으로 새롭게 수렴청정을 하던 순조의 왕비 순원왕후를 충동질하여
천주교를 없애버리기 위한 포고령인 사학토치령(邪學討治令)을 내리게 하였으니 이것이 기해박해의
시작이다.
이 과정에서 김순성이라는 배교자로 인하여 앵베르, 샤스탱, 모방 주교를 비롯하여 유진길, 정하상
등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를 당하였다. 이때 검교제학였던 조인영이 우의정 이지연의 지시로
척사윤음을 지어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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斥邪綸音
권두의 제목은 ‘유중외대소민인등척사윤음(諭中外大小民人等斥邪綸音)’이다. 1839년 조만영(趙萬
永)·조인영(趙寅永)·조병현(趙秉鉉) 등 조씨 일파가 주도해 기해사옥을 일으켜 앙베르(Imbert,L.M.J.)
주교, 모방(Maubant,P.P.)·사스탕(Chastan,J.H.) 신부, 정하상(丁夏祥) 등 70여명의 천주교도를 처형
하고 난 뒤 국민에게 내린 것이다.
글을 지은 사람은 조인영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한문본(7장)이 있고, 이어 언해본(9장)이 수록되었
다. 이는 당시 천주교가 하류 부서층(婦庶層)에까지 널리 전파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까지 고루
읽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은 윤음 반포의 배경과 취지를 밝히고 있다. 먼저 정
학(正學 : 性理學)의 연원과 사람의 성품됨이 사단(四端 : 仁義禮智에서 우러나오는 惻隱·羞惡·辭讓
是非之心)·오륜(五倫 : 父子·君臣·夫婦·長幼·朋友)에 있음을 밝혔다.
이어서 이승훈(李承薰)의 천주학 도입(天主學導入, 1784), 신유사옥(1801), 황사영백서사건(黃嗣永帛
書事件, 1801)등을 들어 조선에서의 천주학을 역사적으로 비판하고, 신유사옥이 지난 지 40년이 가까
워지면서 금망(禁網)은 해이해지고 사교는 더욱 성하므로, 이를 효유하게 하기 위해 윤음을 내린다고
밝히고 있다.
둘째 부분은 천주교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이다. 그 내용은 ① 천주교에서 말하는 경천(敬
天)·존천(尊天)은 실제로는 하늘을 업신여기고 더럽히는 것이다. ② 하늘은 무성무취(無聲無臭)하고
사람은 유구유각(有軀有殼)하여 절대로 서로 상혼(相混)될 수 없다. 그런데 천주교에서는 예수가 하
늘에서 내려와 사람이 되고 죽은 뒤 다시 부활해 하늘에 올랐다 하니, 이는 허무맹랑한 것이다. ③ 부
부의 이치는 만고불변의 진리인데, 천주교인들은 시집 장가를 가지 않고 남녀혼처(男女混處)하기도
하니, 이는 인류를 멸하는 것이요, 인륜을 더럽히는 것이다. ④ 예수는 가장 흉악한 죄인으로 죽었으
니, 그의 학(學)은 복이 아니라 화(禍)가 됨이 자명하다. ⑤ 천주학이 광명정대한 것이라면, 어찌 혼야
밀실(昏夜密室)에서 가르치며, 서로 사호(邪號)를 만들어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숨기겠는가? 등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천주교도들도 이 나라의 백성이요 임금의 적자(赤子 : 임금이 백성을 ‘갓난 아
이’로 여기어 백성을 사랑한다는 뜻)이니, 이들에게 개전을 회유한다고 하고 있다. 또한, 조정대신·선
비·백성들은 행의(行誼)를 두텁게 하고, 효제충신(孝悌忠信)을 닦으며, 경술(經術)을 독실히 하여 시
서역예(詩書易禮)를 익히고 전성(前聖)의 규거(規矩)와 선현(先賢)의 훈고(訓詁)를 어기지 말아 한결
같이 천덕(天德)·천이(天彝)의 자연지칙(自然之則)에 따르면 자연히 우리의 도는 흥하고 이단의 학은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끝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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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寅永의 斥邪綸音(諭中外大小民人等斥邪綸音)
오호라! (中庸)에서는 ‘하늘이 명(命)한 것을 성품(性)이라 한다' 하였고, 상서(尙書)에서는 '황상제
(皇上帝)께서 올바름(衷)을 세상 백성들에게 내리시어, 변함없는 성품(恒性)을 '갖도록 하신다' 하였
으니, 그 한 가지 근본을 부여하는 처음을 논하여 하늘이라 하고, 상제라 하는 데, 하늘은 형체(形體)
를 말하는 것이고, 상제는 주재를 말하는 것이다. 명(命)이라 하고 올바름을 내린다(降衷)고 하는 것
은 참으로 거듭거듭 말로 일러주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이(理)가 발(發)함에 두 가 지 기(氣)가 갈라지고, 네 계절이 운행함에 만물이 자라난다. 사람
이 이것을 얻어서 성품(性)으로 삼는데 그 덕(德)이 네 가지가 있으니,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이다. 인륜(人倫)이 다섯 가지 있으니, 부자(父子), 군신(君臣), 부부(夫婦), 장유(長幼), 붕우(朋友)이
다. 이것은 모두 당연하게 그러한 것으로 적절히 배열하거나 억지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 다. 그러므
로 '하늘이 뭇 백성을 내심에, 사물이 있고 법칙이 있다' 하였으며, 그것을 따르는 것이 하늘에 순응
하는 것이고, 그것을 어기는 것이 하늘에 거역하는 것이다. 대저 하늘을 받들고 상제를 섬기는 것이
어찌 사단(四端: 인 의 예 지)과 오륜(五倫)밖에 있는 것이리오?
오호라 ! 일찌기 복희(伏羲), 신농(神農), 요(堯), 순(舜)으로부터 하늘을 계승하여 중심을 세우니, 위
로는 하늘을 공경하고 조심하여 받들고,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후하게 베풀어 주는 것이 이것일 따름
이라. 또한 우리 공부자(孔夫子)께서 요순(堯舜)을 본받고 문무(文武. 武王)의 법도를 따른 후로 송
(宋)나라의 모든 현인(賢人)들에 이르기까지 하늘의 이치를 밝히고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한 것도 이것
일 뿐이니라 터럭만큼 어그러지드라도 이단(異端)이라고 하겠는데, 하물며 음흉하고 허황하며 기괴
(奇怪)하고 바르지 못한 외도(外道)에 있어서랴 ! 나라에 정상(正常)한 형법(刑法)이 있다면 반드시
죽여 용서함이 없을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형벌로써 간사한 짓을 멈추게 하는 것이니라.
오호라 ! 우리 나라는 문명한 지방으로 어진이의 교화를 받아서 아름다운 풍속과 착한 교화가 이루어
진 지 오래 되었도다. 거룩하신 우리 성조(聖祖: 이태조)께서 천명을 받으시어 나라를 세우셨고, 인륜
(人倫)을 밝혀 기강(紀綱)을 세우셨으며, 도학(道學) 을 숭상하여 나라 풍속을 바로 잡았도다. 그 후
자손 된 역대 제왕(諸王)이 조심하고 게으르지 아니하여 위로 하늘을 크게 잘 받들어 아름다운 운
(運)이 길이 뻗치니 명현(名賢)들이 많이 났도다. 위로는 공경(公卿) 대부(大夫)로부터 아래로는 백성
들에 이르기까지 집집마다 공자의 행실을 따르고, 정․주(程子․朱子)의 글을 읽어서 남자는 충성과 효
도로 근본을 삼고, 여자는 정절(貞節)을 중히 여기며, 관혼상제(冠婚喪祭)는 반드시 예절을 따르고,
사․농․공․상(士農工商)은 자기 그 생업(生業)을 다하여 오늘날에 이르도록 서로 바로잡아 살았으니
나라가 여기에 힘 입었도다.
오로지 우리 정조대왕(正祖大王)께서는 하늘이 내신 성인으로서, 여러 왕의 계통을 이어서 문물제도
를 찬란하게 갖추셨는데, 불행히도 흥적(凶賊) 이승훈이란 자가 서양의 책을 구입하여 천주학이라 하
니, 선왕(先王)의 법도(法度)가 아닌데도 몰래 서로 꾀이고, 성인(聖人)의 정도(正道)가 아닌데도 길
들여 현혹시켜 오랑캐와 짐승의 지경에까지 끌어 넣었도다.
그래서 정조대왕께서 사학이 오래 갈수록 더욱 성(盛)해 갈 것을 근심하셔서, 그 괴수는 다스리나 그
나머지는 용서하여 살리고자 하는 덕을 베풀어서 스스로 새로워질 길을 얼어 주셨으니, 그 은혜가 더
후할 수가 없으며, 그 덕이 더 성대할 수가 없도다. 비록 돼지나 물고기의 미련함과 올빼미와 노루의
흉악함을 가진 자라도 또한 감동하여 깨달음이 있겠거늘, 이 사도(邪徒)들은 본래의 성품을 이미 잃
었고, 오랜 습관을 고치지 못하여 결국 신유년(1801) 사도(邪徒)를 토벌하는 옥사에까지 이르러 극도
에 달하였도다.
약간 재주가 있는 자는 그 새로움을 좋아하여 선동하고, 무식한 자는 그 허탄 함을 좋아하여 좇으니
몸이 대신의 벼슬에 있는 자도 스스로 당파를 만들었고, 시(詩)와 예(禮)가 전해오는 집안도 또한 물
들었도다. 주문모(周文模)는 변장(變裝)을 하고 도시에 돌아다녔으며. 황사영(黃嗣永)은 “백서”(帛
書)를 써서 외국 선박을 부르려 하였으니, 흉악한 음모와 반역의 절차가 이이 급박하였느니라. 진실
로 우리 순종대왕(純宗大王)과 정순대비(貞純大妃)께서 그들의 도깨비 장난을 잘 살펴서 큰 토벌의
위엄으로 모조리 섬멸치 아니하였던들 나라의 나라됨과 사람의 사람됨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오호라 ! 지금 신유년(1801)을 지난지 40년에, 금법(禁法)이 점점 소홀하여져 사교가 다시 성하여지
니 요물(妖物)들이 그림자를 감추고, 늑대와 가라지가 모습을 바꾸듯 성명을 바꾸어 출몰하고, 요망
스러운 통역이 재화(財貨)를 실어 나르며, 몰래 서양인들을 끌어들이기를 여러 차례 하여, 다른 나라
와 의사를 소통하고 같은 패들과 교류하여 신유년보다 더욱 심하였도다. 그러므로 나 소자(小子: 현
종 자신을 가리킴)는 삼가 황조(皇祖: 이 태조)의 법을 따르고, 자성(慈聖: 순원 왕후 김씨)의 명을 받
들어 하늘의 벌을 감히 시행하지 않을 수 없노라.
비록 혼미(婚迷)한 자라 깨우쳐 주지 못하고, 빠져 들어가는 자를 건져주지 못하며, 연좌(連坐)로 큰
살륙을 일으키게 되니, 백성의 부모 된 나로서 어찌 애처럽고 딱한 마음이 심중(心中)에 솟아나지 않
으랴? 오호라 내가 듣건데 가르치지 않고 형벌을 주는 것은 백성에게 재앙을 주는 것이라 하였으니,
내 마땅히 사교의 근원을 조목에 따라 분석하여 조정에 있는 신하와 온 나라의 남녀에게 널리 고하노
니 각각 깨달아서 조심하도록 할지어다.
오호라! 저들 천주학자가 말하기를: 이 도학(道學)은 하늘을 공경하며 하늘을 존숭한다' 하는데, 하늘
은 진실로 공경하고 존숭 할 것이로되, 저들이 공경하고 존숭한다는 것은 죄를 면하고 복과 은총을
맞이하려고 하는 비루한 일에 볼과 하니, 결국 스스로 하늘을 모독하고 더럽히는 데로 돌아 갔도다,
우리가 공경하고 존숭하는 바는 곧 이른바 사단(四端)과 오륜으로 천명을 순종하고 왕명을 순종하여
나날의 일이 이치에 합당하였도다. 사교와 정도의 분별은 두말할 것이 없도다.
또한 저 야소(耶蘇)라는 자는 사람인지 귀신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없도다. 그 무리들의 말
로는 처음에 천주로써 내려왔다가 죽은 후에 올라가서 천주가 되어서 만물과 인류의 큰 부모가 되었
다고 하나, 하늘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거니와, 사람은 육신이 있으니, 결단코 서로 혼동할 수 없는
것인데, 이제 하늘이 내려와 사람이 되고, 사람이 올라가 하늘이 되었다는 것은 현혹시킴이 이토록
거짓 될 수 있으랴? 너희들이 생각할 때에 옛부터 오늘 낱까지 이런 이치가 있겠는가?
오호라! 아비가 없으면 어디서 나며, 어미가 없으면 어떻게 길러지겠는가? 저들은 나를 낳은 이는 육
신의 부모가 되고 천주는 영혼의 부모가 된다 하며 친애하고 존숭함은 천주에게 있고 부모에 있지 않
다 하여 스스로 부모를 끊으니, 이것이 과연 핏줄의 인륜으로서 차마 할 수 있는 것이랴? 제사의 예절
은 조상을 추모하여 근본에 보답하는 것인데, 효자가 차마 그 부모를 죽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신의 이치와 인간의 정의가 당연히 그러한 것이니라, 그런데 저들은 신주(神主)를 부수고 제사를 폐
지하면서 죽은 자는 알 바가 없다고 하니, 이렇다면 저들의 이른바 영혼은 어디에 의지하는 것인가?
머리와 꼬리가 따로 떨어져서 순서를 이루지 못 하는 것이로다 호랑이와 이리는 흉악한 짐승이로되
오히려 아비와 자식의 정(情)이 있고, 승냥이와 수달은 미물(微物)이로되, 오히려 제사의 의리가 있
는데,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런 짐승만도 못하니, 사람으로서 양심이 없음이 이토록 심
할 수 있으랴? 오호라 ! 임금과 신하의 의리는 천지간에 벗어날 수 없는 것인데, 저들은 교황(敎皇)과
교주(敎主)로 호칭(呼稱)하니, 오랑캐의 추장(酋長)과 도적의 괴수가 백성을 다스리는 권리를 뺏으려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와 교화가 다를 데가 없고 명령이 베풀어질 곳이 없게 되는 것이니, 재앙의
시초와 어지러움의 근본이 이보다 더 심할 수 있으랴?
오호라! 음양(陰陽)이 있으면 반드시 부부(夫婦)가 있는 것은 바꿀 수 없는 이치어늘, 저들은 시집도
아니 가고 장가도 아니 가서 망녕되이 정덕(貞德)을 핑계하고, 그 낮은 층은 남자와 여자가 뒤섞여 살
아 풍속과 교화를 어지럽히니, 앞의 것에 말미암으면 인류가 멸망한 것이요, 뒤의 것에 말미암으면
인륜이 흐려질 것이니라. 아비도 없고 임금도 없는 것이 이 지경이니 부부에 있어서는 더 말한 것도
없도다.
그리고 성모(聖母) 신손(神孫:하느님의 아들 예수), 영세(領洗), 견진(堅振) 등 가지가지 명목(名目)으
로 현혹시키는 것이, 말하자면 여우가 흘리는 것이나, 무당이나 부적(符籍), 주문(呪文) 등이 세상을
속이는 것과 같으니라. 약간이라도 식견이 있으면 어찌 현혹될 수 있겠는가? 그 중에서도 천당 지옥
의 설은 가장 어리석은 것이니, 이것은 바로 불교의 진부한 이야기이로다. 옛사람들이 이미 남김없이
변론하여 새삼스럽게 더 해석 한 필요가 없는데 이것은 누가보고 전한 것인가? 한 마디로 말하여 허
황한 것이로다.
저들도 또한 꼭 같이 천성(天性)을 받은 인류인데 오륜을 버리고 삼강을 끊고서 죽은 뒤에 황홀하고
아득한 경지에서 복을 구하고자 함이 너무 미혹된 것이 아닌가? 복을 구하는 길이 따로이 있는지라,
시경에 이르기를 ‘천명(天命)에 합하는 것을 오래도록 생각함이 스스로 많은 복을 구하는 것이라' 하
였고, 또 이르기를 ’공경하는 군자는 복을 구하되 사사롭게 아니 한다' 하였느니라.
천명에 합한다는 것은 이치와 합하는 것이요, 사사롭게 아니 한다는 것은 간사한 행동을 해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니, 이렇게 하면 복이 스스로 이르고, 이렇게 아니 하면 복을 구하려 해도 도리어
화를 취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로다. 내가 듣건데 야소의 죽음이 가장 흉악하였으니, 그 학문이 복이
되고 화가 됨을 이에서 증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런 일을 하지도 말아야 할 뿐 아니라, 보면 징계하여
야 할 것이어늘 형틀에서 죽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으며, 칼이나 톱과 형틀을 두려워 할 줄 모르고, 술
에 취한듯 미친듯 깨달을 줄 모르니 미련한 것이 아니면 망녕된 것이로다. 애석하고 슬프도다
이것이 만일 광명정대한 교라 할진 데 하필 어두운 밤에 밀실(密室)에서 강론을 들으며, 깊은 산이나
궁벽한 골짜기에 모여서, 타락하고 불량한 자들과 자포자기(自暴自棄)하여 나라를 원망하는 자들
과, 비천하고 어리석은 무리와 남의 재물을 사기(詐欺)하고 음란을 일삼는 무리들이 서로 교우(敎
友)라 부르면서 각각 사호(邪號)를 칭하고, 숨겨가며 한 패거리를 이루고 있겠는가? 이런 형적만 가
지고 보더라도 지극히 흉악하고 지극히 요사함을 알겠으며, 그들의 계책을 궁구해 보면 황건적(黃巾
賊)이나 백련교(白蓮敎)가 하는 짓에 불과한 것이로다.
저들은 이 나라에서 태어나 살고 즐기며, 이 나라에서 먹고 자는 자들이 아니냐? 이 나라의 풍속은 사
단(四端)을 확충(擴充)시키고, 오륜(五倫)을 확립시켜, 조상들이 이를 좇았으며, 스승과 벗이 이를 본
받아서 모두 이에 근거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이 나라의 공통된 넓고 바른길을 버리고서 만리 밖의
다른 나라 사교에 미혹되어 스스로 화를 불러들이는 건가?
오호라 ! 점차로 빠져들어 고질화된 자와 조사하여 죄상이 들어 난 자는 이미 다 처벌되었으나. 미처
발견되지 않은 자들은 어떻게 뭉치고 어떻게 뻗어 나가는지 알 수가 없도다. 죽은 자는 구제할 수 없
을지라도. 살아 있는 자는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니, 저들도 모두 나의 백성일진데 그들 이 심히
미혹되어 가게 그대로 두고 어두운 데를 벗어나 밝은 데로 향하도록 이끄는 방법을 생각지 않겠는
가? 지금 내가 마음속을 털어놓는 것은 나의 말이 아니라 하늘의 원리이며, 인류의 법칙인 옛 여러 성
인의 교훈인 것이다.
가없도다 ! 너희들 신하와 백성들아, 조심하고 조심할지어다, 아비가 자식을 가르치고 형이 아우를
이끄는데, 그릇된 자는 바르게 인도할 것이며, 아직 빠지지 않은 자는 권고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며,
타일러도 끝내 좇지 않는 자는 반드시 소탕시켜서 징계하여 이런 무리들이 다시 용납되지 못하게 하
는 것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맹자의 말씀에 ‘경(經)이 바르면 백성이 흥성(興盛)하고, 백성이 홍성하면 사특함이 없어지리라' 하였
으니, 지금의 도리는 행실을 두터이하여 효도와 우애와 충성과 신의를 닦고, 학문에 힘써서 시경과
서경과 주역과 예기를 익힐 것이며, 방종하여 옛 성인의 법을 어기지 말고, 좀스러운 데 치우쳐서 선
현(先賢)의 교훈을 업신여기지 말 것이니라. 그리하여 우리 선비와 관리들이 순수하게 한결같이 하늘
의 덕과 윤리인 자연의 법칙을 좇는다면 우리의 도학은 저절로 북돋아지고 이단(異端)의 사학은 저절
로 물러갈 것이며, 저들은 감동하여 스스로 분발하고 경계하여 스스로 뉘우치며 사특함을 버리고 정
도(正道)로 돌아오는 이치가 아니리오?
오호라 ! 서경에: ‘백성에게 허물이 있는 것은 나 한 사람 때문이라' 하였으니, 지금 사교가 퍼지는 것
은 내가 어두워서 잘 인도하지 못한 허물로서, 내 몸을 돌이켜 자책(自責)하니 어찌 아픔이 내 몸에만
있을 뿐이라? 너희들이 춥고, 덥고, 굶주리고 배부른 것을 생각할 때에 나 또한 밤낮으로 걱정되지 않
음이 없으니, 그것은 너희들 성명(性命)에 관계되는 것과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유지하여 사람과 짐
승의 한계를 판단하는 것이니, 내 어찌 거듭거듭 말하랴 ? 애통하여서 고유(告諭)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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