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선생 탄생 500주년 추모시]
금계 황준량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송 준 영(詩人 • 禪學人)
문득, 어디로 가는 걸까?
이 야밤, 금강의 절개節介는,
구름 속 햇살로 떠돌다, 물빛 구름층을 껴안던
진충애민盡忠愛民은 어디로 가는 걸까?
봄밤같이 사라진 순간 임종의
흐린 봄날,
세상은 선생의 골수, 뼈 속을 얼마나 필요로 할까, 떠오르는
문장인 듯, 아무 일없이, 걸어가는 선생의 상소문이
보이나요, 투명 이슬로 스며드는 선생의 그림자가 보이나요.
은색 새털구름에 누워 온 누리를 햇살로 비춰보네요,
그렇게 기리던
아, 500년 후 문손 준영은 선생이 올린 「단양진폐소丹陽陳弊疏」**를 거듭거듭 읽으면서 한 숨 반 눈물 반, 선생께서 갖춘 충의와 애민, 하늘 뜻을 행하는 행위자로 가슴 속 깊이 새깁니다. 민폐십조소民弊十條疏***는 오늘 날 관료들이 읽고 또 새겨야 할 금과옥조입니다. 목민관牧民官이 지켜야할 4가지 잠언箴言, 선생의 올곧은 정신, 그가 남긴 1,000여 수 중, 이 시대에도 명심해야할 시 한수를 옮깁니다.
持己以廉 청렴으로 자기를 지키고
臨民以仁 사랑으로 백성을 대하며
存心以公 마음은 공익에 두고
莅事以勤 일에 다다라 부지런 하라
— 금계 황준량 「거관사잠居官四箴」
어둠을 녹여볼까 근심덩어리를 풀어볼까
이제 낡아가는 침대처럼
이야기나 나눌까 선생의 관 위에 명정銘旌을 쓰고
발문을 적는
스승 퇴계께서는 절통切痛하고 절통하셨네.
“물을 기울이듯 늙은 눈물 흘렸다네/ 하늘이 이 사람을 빼앗아 감을/ 어찌 그리도 빨리 했는가/ 진실인가 꿈인가……정을 억제하지 못하겠네/ 아 금계여/ 한 번 가서 돌아오기 어려우니/ 끝났구나 끝났구나/ 슬프다 슬프다”
그늘을 매달고 한 낮, 애절한 슬픔을 흘려, 귀를 씻고, 아니
금풍金風에 기대어 잠이나 들까, 잠겨버린 목젖,
긴팔을 휘저으며, 들리지 않는 소리나 지를까?
아득한 혼자인 듯, 아득한 포옹인 듯,
어쩌면 그늘, 어쩌면 도리천忉利天인, 내 빛의
자취, 다시 맑은 바람으로 이어지는,
난, 빛 그늘을 짚어보는 거야.
퇴계 스승이 지은 행장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네. 선생께서 운명하던 날 이불과 속옷이 구비되지 않아 베를 빌려 염斂하는데, 옷가지가 관을 채우지 못함은 청빈의 표상이라, 어찌 거짓이 있으리오. 임종 하루 전날 퇴계에게 서찰로 보낸 영결의 글은 그 뜻이 청신하여 평일과 다름없음은 그의 맑고 뚜렷한 수행의 표상이니, 이를 그리워함이라.
문득, 어디로 가는 걸까?
그리운 스승이여
어느 하늘 어느 당처當處에 글을 읽고
시를 짓고 학동들을 가르치시나 금계선생이여!
아니 금계 냇가에 돌아가 금양정사錦陽精舍, 맑은 바람 맑은 하늘 맑은 물, 민족의 얼 되어 간 밤 나의 잠속을 가물가물 손짓하던 금계선생이여! 성주에서 우금은 당초부터 없는 듯 있는 거리라. 사람들은 금계가 예천 용궁현에서 운명하였다 서술하고 있으나 그건 아닐세. 이미 선생의 혼백魂魄은 하늘과 땅을 찾아 본래 자리, 민족의 혼이 되었음이 분명하네.
정유년 가을
오백년 후학 越祖 송준영 삼가 분향하다.
【補遺】
* 황준량(黃俊良, 1517~1563) : 경북 풍기 출생, 호는 錦溪, 퇴계의 제자. 조정에서는 쇠잔하고 피폐한 단양군을 일으킬 적임자로 특별히 금계를 기용함. 군수로 부임한 금계는 5001자의 『丹陽陳弊疏』를 올려 명종이 읽고 감탄하여 상소를 가납한다.(전문, 명종실록) 단양을 일으킨 목민관이다. 풍기 욱양서원과 신녕의 백학서원에 배향되다. 저서로 『금계집』이 있다.
**명종 22년(1557)에 올린 금계의 상소에 명종은 “내용을 보건대 10개 조항의 폐단을 進達하여 나라를 걱정하고 임금을 사랑하고 백성을 위하는 정성이 아닌 것이 없으니, 내가 아름답게 여긴다”며 10년을 20여 가지 공납과 세금을 특별 감면하므로 흩어진 군민이 모여, 40호 단양이 군 품격을 갖추게 되었다.
*** 실록의 사관이 논하기를 “황준량의 상・중・하의 계책과 10개 조항의 폐단은 가히 곡진하고 절실하다. 백성들의 곤궁한 상황과 수령들의 각박한 정상을 상소 한 장에 극진히 전달하였으니, 조금이라도 어진 마음이 있는 자라면 그 글을 다 읽기도 전에 목이 메게 될 것이다.” 하였다.
■ 송준영 宋俊永, Song, Jun-young
시인 ・ 『월간문학』 시 등단. 출생 경북 풍기. 향리서당에서 한학 수업. 임신년 8월 서옹상순 선사에게 수법건당하다. 임진년 2월 설악무산 선사로부터 전법게를 받다.
• 시집, 『눈 속에 핀 하늘 보았니』, 『습득』, 『조실』, 『물 흐르고 꽃피고』와 박인환문학상 수상시집 『습 득』이 있고 • 논저, 『취현반야심경강론』 『표현방법론으로 본 선시연구』, 『禪의 시각으로 읽는 반야심경』. • 禪書, 『현대언어로 읽는 선시의 세계』, 『禪, 빈거울의 언어』, 『황금털 사자의 미미소』가 있으며 • 선시 론, 『禪, 언어로 읽다』, 『禪, 초기불교와 포스트모더니즘 너머』, 『현대시의 이론과 실제』와 편저, 『‘빈 거울’ 절간과 세간 사이에 놓기』, 『이승훈의 문학탐색』이 있다. • 관동대학교와 동방대학원에서 現代詩 와 禪詩를 강의했고,
• 3회 <불교문학상>과 제6회 <박인환문학상>과 제16회 <현대불교문학상>을 수상하다.
• 현재, 월간 『시와세계』와 『현대선시』 발행인 및 주간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