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 산줄기를 다시 분류하는가?
《대한산경표, 남한의 주요 산줄기 목록을 완성하면서》
2017. 8. 12.
산으로 박 흥 섭
우리나라의 북쪽 백두산에서 시작된 큰 산줄기가 남쪽 지리산에 끝난다는 백두대간에 대한 인식이 통일신라말~고려초에 싹튼 이래 조선후기에 이르러 우리국토를 올바로 인식하려는 실학자들이 노력이 산줄기는 물줄기와 별개가 아닌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우리 선조들의 전통 산수관을 반영하여 이익의 「성호사설」, 이중환의 「택리지」, 신경준의 "산수고"와 「동국문헌비고」 “여지고" 등을 거쳐 18세기 「산경표」에서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주요 산줄기체계가 1대간 1정간 13정맥(여지편람 산경표 등 일부 산경표는 1대간 2정간 12정맥)으로 정리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전통지리학을 바탕으로 한 백두대간체계가 일반인들에게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1903년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의 지질조사를 토대로 만들어진 “산맥”이 구한말 교과서 등장하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1,200여년간 지속된 우리의 전통 산줄기체계는 우리 기억 속에서 잠시 사라지게 된다.
그러다가 1980년에 이우형이 1907년 조선광문회가 발간한 산경표를 고서점에서 발견하고 이우형, 박용수 등의 노력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백두대간이 일반인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조석필이 1993년 「산경표를 위하여」, 1997년 「태백산백은 없다」를 발간하는 등 이후 백두대간체계의 부활을 시도하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통 지리학계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만, 2003년「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국가로부터 일부 공인을 받게 된다.
한편 산악계에서는 1988년 한국대학산악연맹 학술지「엑셀시오」와 1990년 등산전문지「사람과 산」이 백두대간 특집을 게재하여 백두대간 산행의 기폭제가 되었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안내산악회가 등산동호인을 대상으로 백두대간 구간종주를 실시함으로서 백두대간 산행 붐을 일으키고 이후 백두대간, 정맥 및 그 이하 산줄기 산행을 이어가면서 산줄기 산행이 하나의 산행유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산경표의 보급과 산줄기 산행은 자연스럽게 정맥이하의 산줄기와 산경표에서 명칭을 부여하지 않는 산줄기의 명칭에 대한 관심을 낳게 되었고 또한 산경표의 계승과 계승적 발전이라는 일부 상충되는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
박성태는 2004년 「신 산경표」초판과 2010년 개정증보판 및 “대한민국산경도”를 발간하므로서 우리나라 모든 산의 계보를 정리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낳았다.
물줄기는 아래로 흘러가면서 합류하여 하나가 되므로 물줄기의 체계를 정리하기가 용이한 반면에 산줄기는 큰 산줄기에서 수 없이 많은 작은 산줄기로 갈라지므로 산줄기를 명확히 정리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된다. 따라서 「신 산경표」 또한 “산줄기의 역할의 크기” 즉, 유역면적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줄기를 체계화 하였다하나 남한의 9정맥을 7정맥으로 개편과 지맥의 주행방향에 원칙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경수는 “우리산줄기수체계도”, 고래 김영환은 “나만의 산경도”로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독자적으로 분류하였으나 분류기준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또는 정맥 이하의 산줄기에 기맥, 지맥, 분맥, 단맥, 여맥 등 여러 명칭이 혼용되고 있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필자(산으로 박흥섭) 또한 2000년 시작한 백두대간 왕복 및 9정맥을 산행을 마치고 이어서 지맥산행을 계속하면서 「신 산경표」가 제시한 지맥의 주된 산줄기와 갈라진 산줄기, 산줄기의 끝지점에 대하여 많은 의문을 갖게 되면서 지맥산행이 종료되는 시점에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다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16.7월에 산줄기의 주행은 합수점으로 가는 것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던 현오 권태화로부터 그 시기가 너무 늦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아 그 동안 필자가 구상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산줄기체계를 “산경표”, “신 산경표”가 구분하여 부르기 쉽도록 “대한산경표”라 이름하고 2016.8월 다음카페(http://cafe.daum.net/daehansan)를 개설하여 2016.12.31. “대한산경표, 한국의 주요산줄기 목록(안)”을 작성하여 게시한바 있다. 2017.8.5. 일부 미진한 부분을 수정 보완하여 30km 이상의 남한의 주요 산줄기를 1대간 9정맥 175지맥(주요지맥 25개 포함)으로 정리를 완료한다.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어 오던 우리나라 산줄기 분류기준(원칙)을 간단히 작성하여 일반에 공개하고자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큰 산줄기는 수 없이 많은 작은 산줄기로 갈라지므로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고 작성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서 타인의 공감을 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쌓아온 선배들의 업적에 더하여 필자의 우리국토에 대한 애정과 짧지 않은 산행경력(약 40년), 실제로 산줄기 산행을 하면서 느낀 점과 함께한 동료들의 생각 등을 종합하여 우리나라 산줄기를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분류기준(원칙)에 가능한 충실하도록 노력하였다.
“대한산경표” 또한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수 있고 산줄기 산행을 하는 분들로부터 공연히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으나 지금까지 나온 우리나라 산줄기 분류가 보편성과 지속가능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여러 선배님와 동료들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대한산경표” 내놓으려 한다.
우리 선조들이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잘 못된 내용이나 미흡한 부분은 계속 수정 보완할 예정이다.
많은 지도 편달을 당부드린다.
(p.s) 얼마 후에는 “대한산경표” 산줄기 이론(초안)을 반영한 현오 권태화님의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이 출간될 예정이다. 향후에는 권태화님의 백두대간/산경표에 관한 글과 필자의 “대한산경표” 이론을 통합하여 단행 본으로 발간하는 공동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부분적인 견해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대한산경표의 취지를 반영한 첫 단행본 출간을 축하한다.
2017. 8. 12.
산으로 박 흥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