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회우(以文會友)
남평 드들강에서 화순 도곡까지 걷기로 약속한 2월2일이다. 입춘 시새움 날씨는 갈수록 드세져 오늘따라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침 9시에 진월동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필자는 20분전에 도착하여 기다리다가 양갱이 과자 4개를 샀다. 오늘은 서양화가인 김충곤 교수님을 초빙하여 합류한 날이기에 기분이 새롭다.
우리는 남평 (구)다리에서 하차하여 강변을 따라 도곡까지 걷기로 했다. 지석님은 준비해 온 구글지도를 펴 들고 오늘의 코스를 설명해 주었다. 남들이 잘 가지 않은 옛 길이지만, 옛날에는 남평에서 화순으로 걸어가는 길이였고 소장수들이 소를 몰고 넘나든 길이라고 했다.
한참 걷다보니 남평 솔밭 유원지가 나왔다. 지도상으로는 솔밭 유원지인데 예전 드들강 유원지 모습은 찾아 볼 수 없고 음식점들이 있는 곳에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와 '부용산'을 작곡한 음악가 안성현 선생 노래비만 우뚝 서 있었다.
오늘 남평 드들강 산책길에는 안성현님의 노래비와 드들강의 전설에 대해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지석님을 통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오늘 '소요정담' 우인들과 합류한 김충곤 교수님은 원래 해산(海山)이라는 아호가 있으나 우리들끼리는 해안(海安)으로 정하여 부르기로 했다.
오늘의 화두는 논어(論語) 안연(顔淵)편 마지막 장에 실려있는 증자(曾子)의 말씀 중 이문회우(以文會友) 이우보인(以友輔仁)이였다. '글로 인하여 모인 벗, 벗끼리 덕을 쌓아가자' 란 뜻을 풀이하면서 서로의 우애를 다짐했다.
오는 4월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여 화순 신덕리 지석님의 생가에서 작가회원들 모임을 갖고 시 낭송과 함께 문학에 관한 얘기를 해 보는 것도 뜻 깊은 일이겠다는 얘기도 했다. 동영상 편집 중 배경음악을 설정하는데 고심했지만, 한 겨울 날씨와 드들강의 슬픈 전설이 있는지라 어찌할 수 없었다. <아호 명명에 부치는 시>를 다음과 같이 지어 준 남곡님에게 거듭 감사 드린다.
기축년 초겨울 / 셋이서 나선 강변 산책 / 첫 번째 만남 / 곡성, 고달, 압록으로 이어진 섬진강변 /
두 번째 만남 / 구례 압록까지 이어진 강변도로 / 강변을 거닐며 /
노모님이 준비해 준 찰밥도시락 / 아내가 보내준 굴비 세 마리 / 차가운 맥주캔 땀을 식히며 /
마음, 마음 나누다가 / 셋이서 불러본 / 김 교수, 문 교수, 신운 님 /
가까운 듯, 정다운 듯 / 어색한 호칭 / 아호를 명명 하세나. /
김홍 교수 / 언젠가 왕인 유적지 천인천자 새기기 / 김홍님이 새긴 못지(池) 따라 /
‘뜰못’ 이면 어떨까/
문기정 교수 / 보성의 남쪽 산골사람 / 천진무구 순박한 사람 /
‘남곡’ 이라면 어떨까 /
김신운 교수 / 지석강 굽어보고 자란 / 율치 동네 사람 / 숫돌 되어 청동 빛낼 /
‘지석’ 이라면 어떨까 /
김충곤 교수 / 고향사랑 해변사랑 / 캔버스에 담아내니 /
‘해안’이면 어떨까. /
여기 / 뜰못, 남곡, 지석, 해안이 모여 / 아호를 명명하노라. /
우리의 영원한 기둥 뜰못 / 우리의 영원한 초석 남곡 /
우리의 영원한 등대 지석 / 우리의 영원한 형님 해안 /
그대들의 산책길에 / 뜰못, 남곡, 지석, 해안이 함께 하리라. /
거기에 / 예술을 사랑하는 지인들이 구름처럼 모이리라. /
산책길 / 남정네 네 사람./
뜰못이 기둥 되고 / 남곡이 받침 되고 / 지석이 빛을 내고 / 해안이 채색하고 /
지인들이 응원하면 / 아름다운 글, 멋진 영상, 찬란한 그림, 짜릿한 우정이 /
늘 / 우리들 곁에서 숨쉬리라. /
뜰못 김홍, / 남곡 문기정, / 지석 김신운, / 해안 김충곤 /
포근한 산책길에서 / 영원할 친구 / 아호를 붙이노라.//
(2010 경인년 2월 2일 남곡 문기정)
첫댓글 뜰못!
마당가운데 조그마한 연못. 금붕어가 유유히 헤엄치며,송사리도 못가에서 유영하는 아름다운 연못,
수련 한 두포기면 더욱 넉넉해지고, 조그마한 분수 하나 있으면 천하가 부럽지 않겠네요?
앞으론 뜰못선생이라 불러 드려야 겠지요?